1인 가구 숫자는 1990년 101만 가구에서 올해 572만 가구로 여섯배 가까이 가파르게 늘었다. 이들이 새로운 소비주체로 떠오르면서 소비 트렌드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장보기나 집안일은 온라인 서비스 등을 활용해 간편하게 해결하고, 혼자 시간을 보내는 데서 즐거움을 찾는 이들이 늘어난 것이다. 이들의 삶 속으로 들어가 ‘솔로 이코노미’의 오늘을 들여다봤다. [편집자주] 

[그린포스트코리아 김형수 기자] 지난 22일 오전. 스마트폰에서 따릉이 앱을 열었다. 안국역 근처 사무실에서 걸어가긴 먼 세종문화회관 근처까지 2㎞ 남짓한 거리를 서울시가 운영하는 공공자전거 따릉이를 타고 이동하기로 했다.

따릉이 앱에서 1000원을 내고 1시간짜리 일일권을 구매했다. 신용카드 번호, 이름, 이메일 주소 등을 입력한 뒤 스마트폰으로 발송된 인증번호를 입력하는 이용권 구입 과정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신용카드가 없더라도 휴대폰 결제나 간편결제서비스 페이코를 이용하면 요금을 낼 수 있다.

(김형수 기자) 2019.8.24/그린포스트코리아
텅 빈 포르투갈 대사관 앞 따릉이 정류장(좌). 안국역과 경복궁 인근 정류장은 대부분 빨간색이다(우). (김형수 기자) 2019.8.24/그린포스트코리아

따릉이 앱에서 인근 대여소 현황을 살펴보니 사무실 바로 앞에 있는 ‘포르투갈 대사관 앞’ 대여소에는 빌릴 수 있는 자전거가 한 대도 없었다. 따릉이 앱에는 옅은 회색(0대), 빨간색(1~3대), 노란색(4~6대), 초록색(7대 이상), 검은색(임시폐쇄) 등 색깔로 각 대여소에 빌릴 수 있는 자전거가 몇 대인지 표시된다. 

400m가량 떨어진 가회동주민센터 앞 ‘재동초교 앞 삼거리’ 대여소까지 가야 했다. 광화문과 시청 주변에 위치한 대여소는 초록색이나 노란색이 많았지만, 안국역과 경복궁 주변 대여소는 대부분 빨간색이었다. 

따릉이를 타고 길을 나서자마자 브레이크를 잡았다. 대형 레미콘 차량이 줄지어 도로변에 서 있었기 때문이다. 레미콘을 피해 차선을 바꾸려는 택시와 트럭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지나가는 수밖에 없었다. 큰길로 나가니 버스정류장에 정차하려는 버스가 커다란 몸집을 들이밀었다. 전세 관광버스가 가로막은 자전거 전용도로는 뚝 끊겨 있었다. 

레미콘과 버스에 앞길이 막혔다. (김형수 기자) 2019.8.24/그린포스트코리아
레미콘(좌)과 버스(우)에 앞길이 막혔다. (김형수 기자) 2019.8.24/그린포스트코리아

결국 기념사진을 찍는 데 여념이 없는 한복차림의 관광객들과 직장인들이 뒤섞인 인도 위로 올라갔다. 속도를 늦추고 사람들에게 주의를 주기 위해 벨을 울렸는데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았다. 주행이 어려울 정도로 거슬리진 않았지만 중간중간 느껴지는 체인이 어딘가에 걸리는 듯한 느낌도 불안감을 자아냈다. 

서울시가 공개한 지난 1월부터 5월까지의 따릉이 고장신고 통계를 보면 접수된 고장 부위가 명시된 2만594건의 고장신고 중 타이어 고장 신고는 4209건, 체인 고장 신고는 2848건, 페달 고장 신고는 623건에 이를 정도로 구동계 관련 고장 신고의 비율이 높았다. 구동계 부품 한 곳을 포함해 두 곳 이상이 고장났다고 신고한 1140건을 더하면 구동계 관련 고장 신고는 모두 8820건으로 나타났다. 전체 고장 신고의 42.82%에 달하는 수치다. 

이밖에는 단말기 고장 신고에 단말기와 더불어 기타 한 곳도 고장났다는 신고를 더한 단말기 관련 고장 신고(4164건), 같은 방식으로 계산한 안장 관련 고장 신고(2259건)가 각각 20.22%, 10.97%를 차지했다. 고장 신고 사유가 기타라고만 표시된 경우는 5392건(26.18%)으로 집계됐다.

아주 매끄럽진 않았던 주행 끝에 세종문화회관 뒤편에 자리한 대여소에 도착했다. 따릉이 앱을 보니 10여분이 흘렀다. 화면 가운데 표시된 그래프는 아직 대여시간이 43분 남았다고 알려줬다. 따릉이 앱에서는 이외에도 반납 및 재대여 방법, 자가 잠금 방법 등을 살펴볼 수 있다. 

차도에서는 버스와 자동차에 밀려나고 인도에서는 벨이 고장난 탓에 사람들 걸음에 가까운 느린 속도로 가다보니 네비게이션 앱이 예측한 예상 소요 시간 6분보다 오래 걸렸다. 대여소에 자전거를 세우고 잠금장치를 꽂으니 반납이 완료됐다는 카카오톡 메시지가 날라왔다.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따로 자전거를 구입하지 않아도 자전거를 타고 서울 곳곳을 다닐 수 있게 된 셈이다. 가까운 곳을 혼자 가는 경우에는 택시처럼 이용요금이 부담스럽지도 않고 버스나 지하철처럼 정거장에서 기다릴 필요도 없이 빠르게 움직일 수 있다.  

지난 2016년 4490명에 그쳤던 하루 평균 따릉이 이용자수는 지난해 (김형수 기자) 2019.8.24/그린포스트코리아
지난 2016년 4490명에 그쳤던 하루 평균 따릉이 이용자수는 지난해 2만4108명으로 늘었다. (김형수 기자) 2019.8.24/그린포스트코리아

이같은 편리함에 힘입어 따릉이는 틈새 이동수단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0월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하루 평균 따릉이 이용자수는 지난 2016년 4490명(평일 기준)에서 지난해 2만4108명으로 5배 넘게 증가했다. 

따릉이를 이용하는 사람의 숫자는 가파르게 늘고 있지만 그 사용자 층은 젊은 세대에 국한된 모양새다. 서울연구원이 지난해 내놓은 연령대별 따릉이 이용 통계 자료를 보면 20대 이용자의 비율은 45.5%로 절반에 가까웠다. 그 뒤를 30대(24.9%), 40대(14.2%)가 이었다. 20대, 30대, 40대 이용자 비율은 84.6%에 달했다. 

반면 50대(5.6%), 60대(1.5%), 70대 이상(0.7%) 이용자의 비율은 모두 합쳐도 7.8%에 그쳐 10%에도 미치지 못했다. 스마트폰 앱에서 대여부터 반납까지 모든 절차가 이뤄지는 방식은 스마트폰 사용에 익숙하지 않은 장년층 이상 시민들에게는 낯설었다.

따릉이 모바일 앱 화면. (김형수 기자) 2019.8.24/그린포스트코리아
따릉이 앱에서는 인근 정류장(좌)이나 남은 대여시간(우) 관련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김형수 기자) 2019.8.24/그린포스트코리아

홍익대학교 국제디자인전문대학원 김보연 교수 연구팀은 올해 초 발표한 ‘서울시 유니버설디자인 통합 가이드라인을 기반으로 한 서울자전거 따릉이 사용성 연구-50대 이상 서울시민을 대상으로’에서 50대 이상 서울시민 6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따릉이를 알고 있다고 답한 70.2% 가운데 55.3%는 사용법을 모른다고 응답했다고 밝혔다. 

따릉이를 타본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14.9% 중에서도 50%는 사용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회원가입, 따릉이 정류소 위치 찾기, 이용권 결제 순으로 어려운 점을 꼽았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아 앱이 있어도 사용하지 못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연구팀은 “서비스 이용 시 첫 단계인 정류소 위치 찾기와 다음 순서인 회원가입이 어려워 50대 이상 사용자에겐 접근성이 낮았던 것으로 판단된다”며  “또한 서비스 이용 방법인 앱의 전반적인 화면 구성이 복잡하고 글씨와 아이콘의 크기가 작아 서비스 이용이 어렵다고 느꼈던 것으로 생각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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