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 2008년 8월 이후 최고치 기록
휘발유 가격, 8년 5개월 만에 1,900원대 돌파
EU, 러시아산 천연가스 수입 줄이고 재생에너지 늘린다
한국, 디지털전환·그린전환 산업 육성해야

8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선물 가격은 배럴당 123.70달러로 마감돼 2008년 8월 이후 최고가를 기록했다.(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8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선물 가격은 배럴당 123.70달러로 마감돼 2008년 8월 이후 최고가를 기록했다.(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와 맞물려 국제 유가가 요동치면서 국내 휘발유 가격도 크게 오르고 있다. 정부가 유류세 인하 조치를 연장하는 등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중장기적인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럽연합이 러시아산 천연가스 수입을 줄이고 재생에너지를 더욱 확보하는 정책을 발표한 가운데 원유의존도가 높은 한국도 디지털전환(DX) 및 GX(그린전환) 산업 등을 적극적으로 육성하고 신재생 에너지 연구에 대한 R&D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 국제 유가, 2008년 8월 이후 최고치 기록

미국과 영국이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금지하면서 국제 유가가 연일 급등하고 있다. 8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선물 가격은 배럴당 123.70달러로 마감돼 2008년 8월 이후 최고가를 기록했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같은 날 기준 127.98달러로 마감했고, 두바이유도 122.99달러까지 상승했다. 

국제 유가가 연일 상승세를 나타내는 가운데 국제 정세에 따라 급등락하는 등 불안정한 모습이다. 산유국 아랍에미리트가 석유수출국기구(OPEC)에 석유생산량을 더 빨리 늘릴 것을 촉구하고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러시아와의 전쟁을 끝내기 위해 일부 타협할 용의가 있다는 것을 재확인하자 국제유가는 전일 대비 하락했다. 9일 기준 서부 텍사스산 원유와 브렌트유는 각각 111.14달러와 108.70달러로 전일 대비 크게 하락했다. 하지만 두바이유는 127.86달러로 전날보다 올랐다. 

◇ 휘발유 가격, 8년 5개월 만에 1,900원대 돌파

국제 유가가 출렁이면서 국내 휘발유 가격도 크게 오르고 있다. 10일 오후 기준,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1909.67원으로 지난해 11월 12일 유류세 인하 조치일 수준(1,767.74원)을 이미 넘어섰고, 휘발유 가격이 1,900원대를 기록한 것은 지난 2013년 10월 20일(1,900.25원) 이후 약 8년 5개월 만이다. 서울 휘발유 평균 가격은 1981.81원으로 2,000원대에 근접하고 있다. 

정부는 국제유가 상승으로 인한 유류세 인하 조치 효과가 상쇄됨에 따라 오는 4월 말 종료 예정이던 유류세 20% 인하 조치를 7월 말까지 3개월 연장하기로 했다. 하지만 유류세 인하 조치 연장 외에 추가적인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 유류세 인하 조치 연장 외에 추가적인 대책 필요

이상열 에너지경제연구원 이상열 팀장은 “국내 에너지수급 안정화 차원에서 석탄발전기를 중심으로 한 다른 발전원의 발전량을 제한적으로 상향 검토해야 한다”며, 또한 “고유가 상황이 1분기 이상 지속시 국제 에너지가격 상승분을 전기요금에 반영하여 에너지수요의 전력 집중 현상을 차단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전력거래소 전력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2월 평균 통합 전력도매가격(SMP)은 kWh당 197.32원을 기록했다. 지난 1월 154.32원보다 27.8%나 많이 올랐고, 1년 전 가격인 75.44원 대비로는 약 2.6배 급등한 수치다. 

지난해부터 국제 유가 상승 등으로 연료비 가격이 크게 올라 올해부터는 전기요금도 인상되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정부와 한국전력공사는 코로나19 장기화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국민부담을 고려해 기준연료비 상승분인 1kWh당 9.8원을 4월과 10월로 각각 4.9원씩 2회로 나누어 인상하기로 했다.

이러한 단기적인 대책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전쟁이 끝난다고 해도 러시아의 정치 지형이 예측가능한 시스템으로 변화하기 않으면, 러시아발 화석연료 공급에 대한 불안전성을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면서 “가격 상승을 떠나서 하루라도 빨리 러시아산 화석연료로부터 독립하는 것만이 지속가능한 에너지 시스템을 유지하는 방법이라는 것을 전 세계가 각인하게 되었다”고 분석했다.

◇ EU, 러시아산 천연가스 수입 줄이고 재생에너지 늘린다

유럽연합(EU)은 러시아에서 수입하는 천연가스의 3분의 2를 연내에 축소하고 2030년 이전에 수입을 중단하겠다고 10일(현지시간) 발표했다. EU는 이를 대체하기 위해 풍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의 신규 누적 설치량을 2030년까지 각각 480GW, 420GW 확보하기로 했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유럽의 에너지원별 러시아 의존도는 원유 등이 27%, 천연가스 41%, 석탄은 47%에 이른다. 

한병화 연구원은 “풍력, 태양광, 수소 등 그린산업 관련주들의 주가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급상승하고 있다”며 “EU뿐만 아니라 모든 국가들의 화석연료 수급 이슈를 건드렸기 때문이다”라고 분석했다. 또한 “EU에서 시작된 화석연료 의존 조기 축소 정책은 글로벌 전역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 한국, 디지털전환·그린전환 산업 육성해야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석유 소비 3위이자 가스 소비 9위인 국가다. 국제 유가 급등에 따른 영향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는 국가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의 원유의존도(배럴/GDP만 달러)는 2020년 기준 5.7배럴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1위인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신흥국인 브라질(5.87배럴) 및 인도(6.41배럴)와 비슷한 수준이며, 중국(3.49배럴)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중장기적으로는 에너지 이용 효율성 제고를 위한 경제·산업 구조 개선이 필요하다”고 분석하면서, “디지털전환(DX) 및 GX(그린전환) 산업과 제조업 지원 서비스업, 관광업 등과 같이 굴뚝 없는 산업에 대한 적극적인 육성책을 마련하고 실효성 있는 추진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그는 또한 “에너지 다소비 산업의 에너지 소비 억제를 위해 전력과 공업용 연료 등의 에너지 투입재 절감 정도에 따라 인센티브를 도입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면서 “탄소중립 실현의 기본적 전제가 되기도 하는 신재생 에너지 연구에 대한 R&D 투자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smkwo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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