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 배럴당 120~150달러 상승 전망
한국 경제의 원유의존도, OECD 국가 중 1위
정유(23.5%), 철강(5.26%), 화학(4.8%) 등 원가 부담 증가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22년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기록할 경우 주요 산업 중 정유와 철강, 화학 등에서 생산비가 급증하는 것으로 분석됐다.(한국석유공사 페트로넷 홈페이지)/그린포스트코리아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22년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기록할 경우 주요 산업 중 정유와 철강, 화학 등에서 생산비가 급증하는 것으로 분석됐다.(한국석유공사 페트로넷 홈페이지)/그린포스트코리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의 군사적 긴장감이 높아지는 가운데 전쟁을 막기 위한 각국의 외교적인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앞으로 일주일에서 열흘 사이 중대한 국면을 맞을 것이라는 전망 속에서 한국 정부는 우크라이나 사태가 국내 경제와 산업 그리고 에너지 시장 등에 미칠 영향을 파악하면서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 국제 유가, 배럴당 120~150달러 상승 전망

우크라이나 사태로 지정학적 위험이 고조되면서 유가를 포함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는 등 국내 경제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세계 경제가 점차 회복되면서 원유 수요가 증가하고,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국제 정세가 불안해지면서 원유 공급에 차질이 생기게 되면서 원유 수급 불균형으로 인해 국제 유가는 더욱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러시아는 세계 2위의 석유 생산국이자 수출국이며, 세계 1위의 천연가스 수출국인 만큼 러시아가 전쟁을 벌이면 석유와 가스 가격이 크게 상승할 수밖에 없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러시아는 전체 원유 수출 가운데 절반 이상(53.8%)을 유럽에 수출하고 미국에 수출하는 비율은 20.9%다. 또한 러시아의 가스 수출 가운데 42%는 유럽으로 보내고 있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최악의 경우 러시아의 원유 공급이 하루 550만 배럴(유럽과 미국 수출량) 배럴 감소하면 국제 유가가 현시점보다 배럴당 70~80달러 상승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러시아의 공급 부족분을 다른 원유 생산국들이 어느 정도 상쇄하더라도 국제 유가가 120~150달러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투자은행 JP모건도 내년 국제 유가가 배럴당 125달러까지 오르고, 2023년에는 150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국제 유가는 지정학적 불안정성 등으로 최근 8년 만에 최고치인 배럴당 90달러 중반대까지 상승했다. 한국석유공사 페트로넷에 따르면, 14일 기준 서부텍사스산원유(WTI)와 북해산브렌트유(BTI), 두바이유 모두 배럴당 90달러를 넘어선 상황이다. 올해 초만 해도 원유 가격은 70달러 중반 수준이었다. WTI 가격은 지난 1월 3일 배럴당 76.08달러에서 14일 기준 95.26달러까지 급등했고, BTI 가격도 같은 기간 78.98달러에서 96.48달러로 크게 올랐다. 우리나라의 전체 원유 수입 중 약 70%를 차지하는 두바이유도 76.88달러에서 92.72달러로 크게 상승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의 군사적 긴장감이 높아지는 가운데 전쟁을 막기 위한 각국의 외교적인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앞으로 일주일에서 열흘 사이 중대한 국면을 맞을 것이라는 전망 속에서 한국 정부는 우크라이나 사태가 국내 경제와 산업 그리고 에너지 시장 등에 미칠 영향을 파악하면서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의 군사적 긴장감이 높아지는 가운데 전쟁을 막기 위한 각국의 외교적인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앞으로 일주일에서 열흘 사이 중대한 국면을 맞을 것이라는 전망 속에서 한국 정부는 우크라이나 사태가 국내 경제와 산업 그리고 에너지 시장 등에 미칠 영향을 파악하면서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 한국 경제의 원유의존도, OECD 국가 중 1위

한국 경제의 원유의존도(경제 규모 대비 원유소비량)가 높은 상황인 만큼 국제 유가의 상승이 한국 경제와 산업에 미치는 영향도 클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의 원유의존도(배럴/GDP만 달러)는 2020년 기준 5.7배럴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1위인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신흥국인 브라질(5.87배럴) 및 인도(6.41배럴)와 비슷한 수준이며, 중국(3.49배럴)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주요 경쟁국과 비교할 때 한국의 원유의존도가 높은 것은 국제 유가 상승시 세계시장에서 다른 국가들보다 우리 제품의 가격상승 압력이 더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우리 제품의 상대가격 상승에 따른 매출 감소 등으로 산업경쟁력이 약화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2022년 연평균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에 이르면, 연간 경제성장률은 0.3%p 하락하고, 소비자물가상승률은 1.1%p 증가하며, 경상수지는 305억 달러 감소할 수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 10일 발표한 국제수지 잠정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883억 달러로 집계됐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한국의 무역수지는 48억 9,000만 달러 적자로, 지난해 12월(4억 5,200만 달러 적자)에 이어 두 달째 적자를 이어갔다. 국제 유가 등 에너지 가격이 상승하면서 수입 규모가 수출에 비해 큰 폭으로 증가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 정유(23.5%), 철강(5.26%), 화학(4.8%) 등 원가 부담 증가

에너지 가격이 상승하면 국내 주요 산업의 수익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석유화학 산업은 원재료 가격이 상승함에 따라 수익이 줄 수 있고, 정유업계도 단기적으로 이익을 얻을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수요 위축으로 피해를 볼 수 있다. 항공업계 등에서는 원료비 지출 부담이 늘어나게 된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22년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기록할 경우 주요 산업 중 정유와 철강, 화학 등에서 생산비가 급증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원유를 주된 원자재로 사용하는 정유산업의 원가 상승률이 23.5%로 가장 높고, 철강(5.26%)과 화학(4.8%) 등도 원가 상승률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추정된다.

발전에너지업종이나 에너지를 많이 사용하는 일부 서비스산업의 원가 상승률도 급증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현대경제연구원의 분석 결과,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가 되면 전력과 가스 및 증기 산업의 원가 상승률은 20.19%에 이르고, 도로운송과 항공운수 서비스산업의 원가도 각각 4.99%, 4.97% 상승하게 된다. 

주원 경제연구실장은 “한국 경제가 국제 유가 변동에 민감한 경제 구조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오일쇼크 장기화 가능성에 대비하여 원유 및 원자재의 안정적 공급망 확보에 주력해야 한다”며 “중장기적으로는 에너지 이용 효율성 제고를 위한 경제·산업 구조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기업의 수익성 악화에 대비해 비상 경영 체제를 구축하고 원자재 가격 변동 리스크를 축소하기 위해 원자재 구매의 효율성을 확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1일 에너지기업 및 협회·공공기관 대표 등과 함께 ‘에너지업계 탄소중립 민·관 교류회’를 개최했다. 문승욱 산업부 장관은 이날 “에너지 업계가 안정적인 에너지 수급과 가격 안정화에 앞장서야 하고, 석유, 가스 등 기존 에너지원뿐만 아니라 수소, 핵심 광물 등의 안정적 공급망 확보도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자원안보특별법’ 제정도 추진 중에 있다”고 밝혔다.

smkwo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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