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총서 ‘불확실성 이겨내자’ 공통 메시지 전달

유통기업 수장들/각사 제공
유통기업 수장들/각사 제공

[그린포스트코리아 최빛나 기자] 코로나19로 경기침체가 장기화 되자 국내 경기지수에 빨간불이 켜졌다. 이에 전 산업계가 그야말로 '초비상'상태에 국면하자 유통·식품업계 수장들이 이와같은 난관을 극복하자고 강조하면서 내부 다지기에 나섰다.

최근 국내 기업들이 개최한 주주총회서 수장들이 위와같은 위기극복론을 강조하면서 업계의 위기를 방증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주총에서 수장들이 강조하는 포인트는 '생존'이다. 주총 현장에서는 코로나19로 매출, 영업, 제조 등이 끝까지 살아 남으려면 어느때보다 생존할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한다는 식의 의미를 거듭 강조하면서 최악의 위기에 봉착해 있는 기업의 분위기를 절실히 전달했다. 

이번 유통가 주총 시즌 주요 화두였던 신사업과 사업다각화 추진에도 확실성을 가지고 미래사업을 추진해야 한다며 상황을 잘 견뎌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지난 19일 정기주총에서 “연초부터 커다란 불확실성으로 인해 유통·관광산업이 생존을 위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며 “이럴 때일수록 대내외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기본 경쟁력을 강화하는 한편 새로운 사업기회를 적극 발굴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 사장은 “면세 사업에서 사업모델, 지역, 채널, 상품을 다변화하고 인수합병(M&A), 전략적 제휴 기회를 발굴해 제한된 사업구조와 한정된 사업에서 벗어나 한 단계 더 도약하는 계기를 마련하겠다”며 “호텔 부문은 상품력과 품질을 유지하고 이를 바탕으로 수익성 높은 위탁운영 방식을 통해 3대 브랜드의 국내외 확대를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사장은 위와 같은 추진 방향으로 ▲디지털 역량 강화 ▲고객경험 극대화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전략적으로 이행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 식품업계, 수익성개선·사업다각화에 중점 둬

식품업계도 비슷한 분위기다. 위기로 인해 불확실성이 짙어진 업계에 대응하기 위해 수익성개선과 사업다각화에 중점을 두고 경쟁력을 키워 나가겠다고 생존전략을 내세웠다.

CJ제일제당의 강신호 대표는 안정적인 수익 창출의 질적 성장과 글로벌 초격차를 강조했다. CJ제일제당은 미국의 냉동식품기업 ‘슈완스’를 비롯한 수차례의 M&A(인수합병)로 외형은 키웠지만, 유동성 악화로 지난해 가을부터 비상경영을 이어오고 있다. 이에 올해는 비비고·햇반 등 수익성과 시장지배력을 모두 갖춘 메가 브랜드를 앞세워, 국내외 시장에서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는 ‘질적 성장’에 집중할 방침이다. 또, 미국·중국·베트남 등 글로벌 주요 거점시장 공략을 강화해 메이저 식품사업자로서의 입지를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강 대표는 “올해 세계 경제는 코로나19 확산과 글로벌 무역분쟁 장기화 우려 등 많은 어려움이 예상된다”면서도 “초격차 역량을 확보해 글로벌 톱 수준의 경쟁사와 어깨를 나란히 하겠다”고 말했다.

재선임에 성공한 임정배 대상 대표와 이강훈 오뚜기 대표는 신시장 진출 속도를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임정배 대표는 최근 급성장 중인 온라인과 B2B(기업 간 거래) 시장 공략을 통해 수익성 있는 성장을 이루는 한편, 인도네시아·베트남·중국 등 주요 해외법인과 생산기지를 안정화해 글로벌 시장의 영향력을 넓히겠다고 강조했다.

이강훈 대표는 407억원을 투자해 올해 완공 예정인 중앙연구소에서 가정간편식(HMR) 등 신제품 개발로 경쟁력을 높이고, 미국·중국·베트남 등지로 해외사업을 확장해 전체 사업매출의 10%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농심은 올해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고 해외시장 공략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박준 농심 대표는 지난 20일 열린 주총에서 “코로나19의 전 세계적 확산으로 불확실성이 높아졌다”며 “올해는 라면, 스낵, 생수 등 주력 제품의 매출과 수익을 제고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황 부진으로 위기가 계속된 오프라인 유통업계는 온라인으로 갈아타고 있는 소비트렌드 변화와 코로나19 악재가 비대면소비로 번지면서 생존을 위해 사업다각화에 힘쓰겠다는 모습이다.  
 
이마트는 오는 25일 열릴 주총에서 ‘전기충전사업을 포함한 전기 신사업 및 전기사업’을 신규 사업목적으로 추가한다. 이후 전국 이마트 점포 주차장 공간을 활용해 전기차 충전시설을 구축하고 전기차충전 사업 준비에 본격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마트는 현재 15개 매장에서 급속 충전기(100kw) 330기와 완속 충전기(7kw) 140기를 설치·운영하고 있다.

롯데칠성음료의 이영구 대표는 올해 빅 브랜드 중심으로 지난해 일본 불매로 타격을 입은 실적을 회복하는 데 집중할 방침이다. 지난해의 경우 주류사업 악화로 당기순이익은 144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이에 음료는 칠성사이다 등 빅 브랜드의 시장지배력을 강화하는 한편, 주류는 ‘처음처럼’ 소주 등의 점유율을 회복해 수익성을 높인다. 이 대표는 “올해 전사적인 노력으로 수익성을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쇼핑은 오는 27일 열리는 주총에서 사업다각화를 위해 주택 건설과 전자금융업을 사업 목적에 추가할 것으로 보인다. 주택 건설 사업은 슈퍼사업부가 광주 광산구 첨단지구에서 추진 중인 39층 규모 주상복합 건축 사업이다. 사업이 마무리되면 종합상가와 315가구 아파트가 함께 있는 복합 건물이 된다. 전자금융업 추가는 쇼핑 7개 계열사 통합 온라인몰 ‘롯데온(ON)’ 출범을 염두에 둔 포석이다.

이 밖에 새롭게 선임된 황종현 SPC삼립 대표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20% 이상 하락한 점을 들어 “적자사업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한편, B2B와 신선편의식품 등 시장성이 큰 사업을 키워 수익을 끌어 올리겠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테라와 진로로 주류시장을 선도한 김인규 하이트진로 대표는 “작은 성과에 자만하지 않고, 인기제품을 앞세워 혁신과 도전정신으로 올해에도 주류시장을 이끌겠다”고 말했다.

◇ 화장품업계, 불확실성 대응 위한 생존전략만이 해답

화장품업계도 높아진 불확실성에 대한 생존전략을 짜임새 있게 대응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배동현 아모레퍼시픽그룹 대표이사는 지난 20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올해는 실적 턴어라운드 및 수익성개선의 교두보를 마련하는 데 모든 자원과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아모레시픽그룹은 ▲혁신 상품 개발 및 브랜드 지위 구축 ▲라이프 스타일 반영한 제품과 차별된 서비스 ▲인공지능, 블록체인, 빅데이터 등 디지털 강화 등 3가지 경영 전략을 중점적으로 추진한다.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도 같은 날 열린 주총에서 “올해는 경기 불확실성이 매우 높아진 상황 가운데 그 어느 때보다 불투명하고 변화를 예측하기 어렵지만 모든 구성원이 어떠한 난관도 뚫고 나간다는 각오를 가지고 의미있는 한 해를 만들어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산업연구원은 지난 22일 내놓은 ‘유행성 감염병이 경제와 산업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통해 코로나19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단기적·국지적 영향으로 끝난 사스(SARS·급성중증호흡기증후군)와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보다 광범위하며 주요국의 경기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앞서 지난달 16일 하나은행 소속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산업별 영향’ 보고서에서 코로나19 확산으로 유통·항공·호텔업 등 소비재 산업이 직접적인 피해를 입고, 가장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는 산업으로 유통업을 지목하기도 했다.
 

vitnana2@gmail.com

저작권자 © 그린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