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흡연폐암 원인 1위 라돈… '라돈아파트' 공포 확산
라돈 검출은 방사능(감마선) 피폭과 같아 문제 심각

'라돈 아파트' 공포가 확산하고 있다. 라돈 검출은 곧 방사능 노출을 뜻해 사태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사진=Pixabay)
'라돈 아파트' 공포가 확산하고 있다. 라돈 검출은 곧 방사능 노출을 뜻해 사태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사진=Pixabay)

 

[그린포스트 코리아 채석원 기자] ‘라돈 아파트’ 공포가 확산하고 있다.

세종환경운동연합은 지난달 22일부터 8일간 세종시 소재 아파트 69곳의 라돈 수치를 측정한 결과 10곳에서 기준치를 초과하거나 기준치에 가까운 라돈이 검출됐다고 13일 밝혔다.

세종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대리석을 시공한 화장실과 신발장에서 라돈 수치가 높게 나왔으며 일부 지점에선 기준치보다 최대 4배 많은 라돈이 검출됐다.

환경운동연합 측은 신축 아파트의 경우 시공자가 라돈 측정을 하게 돼 있어 형식적인 조사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며 자치단체가 전수조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종시의 새 아파트들에서 라돈이 검출됐다는 건 유명 브랜드의 아파트도 사정이 비슷하다는 걸 방증한다. 실제로 최근 전주의 한 신축 아파트에서 권고 기준치의 10배를 넘는 라돈이 검출됐으며, 창원의 신축 대단지 아파트에서도 라돈이 검출됐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또 경남의 한 아파트에서도 몇몇 가구에서 권고 기준치의 2, 3배를 넘는 라돈이 나왔다. 지난달엔 강서구의 한 아파트에서 라돈이 검출돼 시공사가 5000세대의 대리석 자재를 전면 교체하기로 하는 소동이 빚어졌다.

라돈은 ‘침묵의 살인자’로 불리는 방사성 물질이다. 라돈은 비흡연 폐암 원인 1위 물질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라돈은 흡연에 이어 두 번째로 폐암을 유발한다. 전세계 폐암의 3~14%가 라돈 때문이고, 라돈이 간접흡연보다 위험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라돈이 폐와 기관지가 아닌 다른 기관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 사람의 기관은 서로 밀접하게 영향을 주고받기 때문이다. 실제로 가습기 살균제가 폐뿐 아니라 간에도 영향을 준다는 연구 결과가 나온 바 있다.

라돈 사태가 특히 심각한 건 라돈 자체의 유해성 문제도 있지만 감마선 노출, 즉 방사능 피폭 문제와 직결돼 있기 때문이다. 알파선인 라돈은 종이도 뚫을 수 없기에 방호비닐 등으로 덮으면 차단할 수 있다 하지만 엑스선인 감마선은 방호비닐을 포함해 거의 모든 물질을 뚫는다.

일본의 경우 2011년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사고 때 방호벽을 덮어 감마선 유출을 차단하려 했지만 투과성이 뛰어난 까닭에 인근 지역에 영향을 미쳤다. 세포를 파괴해 암을 유발하는 감마선은 어린이와 임산부에게 특히 위험하다. 일각에선 감마선이 엑스레이보다 훨씬 위험하다는 지적도 있다. 화장실 등 밀폐 공간에 감마선에 노출되면 엑스레이 검사를 받는 것보다 인체에 주는 피해가 훨씬 크다는 것이다. 화강암 대리석에서 유독 방사능 물질이 많이 나오는 까닭은 화강석을 이루는 마그마에 우라늄과 같은 물질이 많이 녹아 있기 때문이다. 다만 모든 나라가 아니라 중국 등 특정 국가에서 생산한 대리석에 우라늄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이렇게 심각하지만 다중이용시설이나 공동주택, 신축 공동주택의 실내 라돈 농도 기준을 200Bq/㎥로 규정하는 현행 실내공기질 관리법 시행규칙이 의무가 아닌 권고에 그치는 까닭에 라돈 규제에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건축자재에 대한 라돈 기준치가 없는 점, 라돈 측정 방식이 정립돼 않은 점 등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가 생활방사선 물질에 대한 규제를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미국의 경우 라돈 수치가 올라가면 휴교 조치를 내리고 집을 사고팔 때도 라돈 수치를 측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jdtimes@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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