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 개발청 제공) 2018.09.22/그린포스트코리아
새만금 간척지 풍경. (새만금 개발청 제공) 2018.09.22/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홍민영 기자] 2000년 5월. ‘미래 세대 소송인단’에 소속된 200여명의 청소년들이 농림부 장관과 해양수산부 장관을 상대로 ‘새만금 사업 매립 면허 취소 및 새만금 간척사업과 종합개발사업 시행인가 취소’ 청구 소송을 냈다.

우리나라 최초로 미래 세대들에 의해 시작된 소송이다. 아이들이 소송에 뛰어들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갯벌’ 때문이다.

◇갯벌의 가치 

육지와 바다 사이에서 썰물 때 바닷물이 빠져나가면 드러나는 넓고 평평한 땅을 갯벌이라고 한다. 밀물과 썰물의 차이가 큰 해안에 퇴적물이 오랫동안 쌓여 만들어진 땅이다.

갯벌은 종류에 따라 펄 갯벌, 모래 갯벌, 혼합 갯벌로 나뉜다. 펄 갯벌은 찰흙처럼 매우 곱고 부드러운 입자로 구성돼 있으며, 모래 갯벌은 말 그대로 모래가 대부분이다. 대다수의 갯벌은 펄과 모래가 뒤섞인 혼합 갯벌이다.

우리나라 서해안은 갯벌이 형성되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평균 수심이 55m 정도로 매우 얕고 조수간만의 차가 크기 때문이다. 여러 강이 흘러들고 구불구불한 해안이 파도의 힘을 약하게 해 흙과 모래가 퇴적되기 쉽다.

이 덕분에 전 국토 면적의 2.5%에 달하는 광활한 갯벌이 형성됐다. 서해안 갯벌은 미국 동부 조지아, 캐나다 동부, 아마존 유역, 북해 연안과 함께 세계 5대 갯벌 중 하나로 손꼽힌다.

갯벌의 가치는 무궁무진하다. 미생물, 조개, 게 등 해양생물의 삶의 터전이자 이들을 먹이로 하는 어류와 조류의 서식지가 된다. 또 갯벌에 사는 갯지렁이나 미생물들은 갯벌로 유입되는 유기물을 정화해 해양생태계 유지의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미국 조지아 대학교 오덤(Odum) 교수팀의 연구 조사 결과, 갯벌 1㎢는 하루 BOD(생물학적 산소요구량) 기준 2.17톤의 오염물을 정화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대도시의 하수처리장 1개소의 처리 능력과 비슷하다. 

홍수나 태풍을 막아주기도 하며 인근 어민들의 생계수단이 되기도 한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우리나라 갯벌의 경제적 가치는 연간 약 16조원으로 이는 농경지의 100배에 달한다. 

새만금 갯벌. (새만금 개발청 제공) 2018.09.22/그린포스트코리아
새만금 갯벌. (새만금 개발청 제공) 2018.09.22/그린포스트코리아

◇ ‘새만금 갯벌’을 아시나요

이들 중 가장 유명한 갯벌이 있다. 바로 ‘새만금 간척사업’으로 조성된 갯벌이다.

1991년 시작된 새만금 사업은 군산시, 부안군, 김제시에 걸쳐 있는 드넓은 갯벌을 간척해 농지 2만8300㏊(헥타르)와 담수호 1만1800㏊를 만드는 공사다. 여의도의 140배에 해당하는 어마어마한 규모다. 

방조제 길이만 33.9km에 달하며 투입되는 예산은 2020년까지 모두 22조1900억원에 이른다. 2018년 9월 현재 전체 매립 예정지 중 12.6%가 완료됐고 24.5%는 진행 중이다. 매립이 완료된 일부 지역에서는 기업 5곳이 공장을 가동시키고 있다.

1990년대 후반, 국내 환경단체들이 갯벌의 가치를 보존해야 한다며 새만금 사업을 반대했다. 

갯벌 속에는 수천만의 미생물이 서식한다. 이들은 갯벌에 흘러든 오염물질을 분해해 해양 생태계를 유지시켜 준다. 또 홍수와 태풍을 막고, 국내 유수의 조개 생산지이며, 어류의 산란지, 희귀 철새들의 서식지라는 점도 강조했다. 

환경단체들의 반대가 거세지자 정부는 1999년 5월 공사를 일시 중단했다가 2001년 재개했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2002년 3월, 해양수산부와 환경부의 보고서가 발표됐다. 해양수산부는 “새만금 간척사업이 계속될 경우 2만800㏊의 갯벌이 사라지고 주요 조개의 50% 이상이 소멸할 것”이라며 “갯벌의 가치는 향후 더욱 높아질 것이므로 새만금 간척사업을 유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환경부 역시 “새만금호의 수질 개선은 결코 불가능하다”는 입장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사는 이어져 2006년에는 새만금 방조제의 물막이 공사가 완료됐다. 방조제는 2010년 4월 완성됐고 2011년 3월에는 새만금종합개발계획이 확정됐다. 

새만금 간척사업이 계속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부는 “식량 안보 차원”이라고 말한다. 식량을 생산할 농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농림부는 오히려 ‘쌀 과잉’을 걱정한다. 그를 뒷받침하듯 “전면 농지로 활용하겠다”던 정부는 2008년 산업 및 관광단지 70%, 농지 30%로 계획을 변경했다. 

시민단체와 환경단체는 새만금 개발을 반대하는 부안지역 1000인 선언, 새만금 간척사업 반대를 위한 전북지역 1만인 선언으로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2003년 3월 28일에는 가톨릭, 기독교, 불교, 원불교 신자들이 부안 해창 갯벌에서 서울까지 305km를 삼보일배하며 개발을 반대했다.

2001년 새만금 사업의 용도가 불분명하고 사업 전 갯벌 가치 평가가 정당하게 이뤄지지 않았으며 심각한 환경 훼손이 우려된다고 판단한 녹색연합, 환경운동연합, 환경정의 등 환경단체들은 매립 무효 행정소송에 돌입했다. 2003년 1심 서울 행정법원은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2005년 고등법원은 1심을 뒤집고 기각을 판결, 2006년 대법원은 간척사업이 타당하는 최종판결을 내렸다.

갯벌의 새. (Pixabay 제공) 2018.09.22/그린포스트코리아
갯벌의 새. (Pixabay 제공) 2018.09.22/그린포스트코리아

새만금만이 아니다.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일제강점기부터 계속되는 개발로 인해 서해안 해안선의 길이가 1910년 대비 약 40% 줄어들었다. 전체 면적도 1987년 3203.5㎢였다가 2008년 2489.4㎢까지 줄었다. 전체 면적의 22%가 줄어든 셈이다.

이에 따라 시민단체들과 환경단체들은 “모든 갯벌을 지키기 위해 계속 싸워 나가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화성시와 화성환경운동연합은 지난 6일 ‘도요새의 위대한 비행 그리고 화성갯벌’을 주제로 국제심포지엄도 개최했다. 

심포지엄에 참가한 정한철 화성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80대 어르신 한 분이 갯벌에서 두 시간만 조개를 캐면 20만원의 수익이 발생한다”며 화성갯벌의 경제적 가치는 연간 2200억원이라고 주장했다.

또 화성갯벌에는 저어새, 노랑부리백로, 검은머리물떼새, 알락꼬리마도요 등 천연기념물들이 대규모로 서식하고 있다.

환경단체들은 “지난 30년간 서해의 28%가 경제개발로 파괴됐다. 한국은 더 이상의 간척사업을 진행해서는 안 된다”며 갯벌의 보존을 주장했다. 
 

hmy10@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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