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지킴이' 윤상훈 녹색연합 사무처장 인터뷰

우리 사회는 몇 차례 환경의 역습을 당했다. 가습기 살균제, 여성용품, 화장품, 물티슈 등 일상 용품에서 유해물질이 발견됐다. 다중이용시설, 회사 사무실, 심지어 아이들의 교실에서도 반(反) 환경 물질들이 검출된다. 여기에 바깥으로 나가면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는 등 곳곳에서 반환경적인 것들과 마주한다. 어느 때보다 많은 사람들이 친환경을 추구하는 이유다. 이에 <그린포스트코리아>는 친환경 기업‧단체와 친환경 현장에서 직접 뛰고 있는 이들을 찾아 나섰다. 그리고 그들이 추구하는 가치를 함께 공유해본다. [편집자주]

녹색연합 사무실 내에 있는 '산양'을 모티브로 한 작품. (홍민영 기자 촬영) 2018.09.08/그린포스트코리아
녹색연합 사무실 내에 있는 '산양'을 모티브로 한 작품. (홍민영 기자 촬영) 2018.09.08/그린포스트코리아

무거운 배낭을 짊어지고 거친 숲길을 걷는다. 여기저기 튀어나온 나무뿌리며 굴러다니는 돌에 채여 발이 아프고 피로도 찾아오지만 멈출 수 없다. 훼손지의 상황을 직접 눈으로 확인해야 하는 ‘임무’가 있기 때문이다.

숲만이 아니다. 산호초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산소통을 매고 다이빙을 하기도 한다. 깊은 바다에 몸이 잠길수록 두려움도 커지지만 이를 악물고 이겨낸다.

‘몸으로’ 직접 뛰고 있는 녹색연합 활동가들의 이야기다.

녹색연합의 사무실은 서울시 성북구 성북동에 있다. 차 한 대가 겨우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좁고 높은 언덕길을 올라가면 주택가 사이에 평범한 3층 건물이 모습을 드러낸다. 일반 가정집을 개조해 사무실로 쓰고 있기 때문에 녹색연합이라는 간판이 없었다면 찾기 어려웠을 듯 하다.

폭우가 쏟아지던 날,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자 윤상훈 녹색연합 사무처장과 활동가들이 웃음으로 방문객을 맞았다.

윤상훈 녹색연합 사무처장. (홍민영 기자 촬영) 2018.09.08/그린포스트코리아
윤상훈 녹색연합 사무처장. (홍민영 기자 촬영) 2018.09.08/그린포스트코리아

녹색연합은 '생명존중', '비폭력', '평화주의'를 기치로 내걸고 만들어진 시민환경단체다. 

1991년 배달환경연구소와 푸른한반도되찾기시민의모임, 녹색당창당준비위원회가 함께 만들었다. 이들이 1994년 통합되면서 배달녹색연합이 되었고, 1996년 4월 녹색연합으로 이름을 바꿨다.

4개 기구, 9개 지역조직으로 구성돼 있고 공동대표 4명, 본부녹색연합 30여명, 지역녹색연합 28명, 전문기구 10여명이 함께 근무하고 있다. 회원은 본부에만 약 7000여명, 전국에 1만5000여명에 이른다.

이들이 하는 일을 한 마디로 표현하면 ‘한반도 지키기’다. 

특히 한반도 전체의 생태축인 백두대간, 해양, DMZ를 지키는 일에 힘을 쏟고 있다. 기후변화, 탈핵, 에너지전환, 에너지자립운동을 비롯해 산양 등 희귀동물 보호에도 주목하고 있다. 군사기지 주변 환경 감시 운동도 펼치고 있다.

그동안 꾸준히 활동해온 만큼, 여러 가지 성과도 냈다. 

2001년 미군기지 환경오염문제를 제기해 SOFA협정에 환경조항이 포함되도록 했다. 2005년에는 울진군 왕피천 지역을 자연생태계 보전지역으로 지정하고, 2006년에는 백두대간 환경실태조사를 실시해 백두대간보호법 제정에 힘을 보탰다. 2007년부터는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을 알렸고 완공 이후에도 생태계 파괴를 고발하는 일을 지속하고 있다. 

일상생활과 밀접한 활동도 펼치고 있다. 건강한 먹을거리를 위해 ‘소박한 밥상’, ‘사계절 밥상’이라는 요리책을 발간하고, 학교 교과서를 재생종이로 만들도록 제안했다.

2008년부터는 원전을 줄이기 위해 절전소운동을 펼쳐 성북구, 도봉구, 서초구 등과 함께 지역절전소를 운영하고 있다.

녹색연합 사무실 계단 위 벽에 걸려 있는 현판. (홍민영 기자 촬영) 2018.09.08/그린포스트코리아
녹색연합 사무실 계단 위 벽에 걸려 있는 현판. (홍민영 기자 촬영) 2018.09.08/그린포스트코리아

녹색연합은 일 년에 한 번, 연초에 ‘그 해의 주요활동’을 정한다. 올해는 미세먼지, 4대강 사업 감시, 설악산 케이블카, 탈핵, 가리왕산 복원을 정했다. 이중 특히 가리왕산을 주목하고 있다. 

가리왕산 복원은 우리가 환경에 대해 지켜야 할 기본적인 예의

가리왕산은 강원도 정선군 정선읍·북평면과 평창군 진부면에 걸쳐 있는 높이 1560m의 산. 조선시대부터 일반인의 출입이 금지돼 독특한 원시림이 그대로 보존돼 있다. 100여종의 희귀식물, 멸종위기 종 등 수십 종의 야생동물이 서식하고 있다. 산림청에 의해 대한민국 100대 명산에 지정되기도 했다.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 개최 시, 이곳에 알파인 스키장을 건설하면서 일주일 만에 10만그루의 나무가 사라졌다. 270여그루를 다시 심었지만 90%가 고사하면서 과거 스키장은 자갈밭으로 변해버렸다. 본래의 균형이 깨져버린 탓에 아주 약간의 비가 내려도 토사가 흘러내리는 ‘위험 지대’가 됐다. 

그것만 해도 문제인데 애초에 가리왕산이 개발될 필요가 없었다는 것도 큰 문제다. 알파인 스키장은 심한 경사로 일반인이 활용하기 어렵다. 일회용으로 끝날 경기장을 무리하게 건설하느니 일본 나가노 경기장을 빌리는 등 다른 방안을 찾아볼 것을 건의했었다. 그러나 당시 박근혜 정부와 강원도는 기어코 가리왕산을 깎고 6만여그루의 나무를 베어버렸다. 

강원도는 이 스키장을 재개발해 레저 스포츠장으로 활용하겠다고 하지만, 녹색연합은 “전면 복원해야한다”는 입장이다. 애초에 전면복원을 조건으로 허가된 개발이니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복원한다해도 어마어마한 자금과 50년 이상의 긴 시간이 필요하다. 

한 번 파괴된 자연이 회복되려면 엄청난 자금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완전 복원이란 사실 불가능한 일이죠.

그러니 파괴되기 전에 지켜야 한다고 윤 사무처장은 강조했다.
 

녹색연합이 낸 DMZ 관련 도서. (홍민영 기자 촬영) 2018.09.08/그린포스트코리아
녹색연합이 낸 DMZ 관련 도서. (홍민영 기자 촬영) 2018.09.08/그린포스트코리아

녹색연합은 가리왕산에 이어 DMZ도 주목한다.

DMZ야말로 한반도가 지켜야 할 보물이지만 앞으로의 행방을 알 수 없다. 지난 판문점선언 이후 남‧북은 DMZ를 평화지대로 남기겠다는데 뜻을 모았다.

그러나 통일부 등 관련 부서들은 이미 DMZ에 대한 개발 계획을 모두 구상해 놓았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녹색연합은 여기에 환경부도 동참해 대규모 보존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또 북한과 협력해 황폐해진 산림을 복원하고, 에너지 개발에 협력하는 사업에도 힘을 쏟아야 한다고 윤 사무처장은 말했다.

북한의 산들이 벌거벗게 된 이유는 심각한 에너지난 때문이다. 남‧북이 공조해 에너지난을 극복하고 산림을 복원시키는 것. 그것이 녹색연합의 꿈이다. 아직 미지의 지역인 개마고원 공동조사에 대한 의견도 내고 있다.

군사기지 주변 환경오염 문제도 계속 조사할 예정이다. 용산 미군기지 주변에서 기준치를 넘은 벤젠, 톨루엔 등 1급 발암물질이 검출되고 있다. “기지 내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고 책임자를 찾는 것이 우리가 할 일”이라고 윤 사무처장은 말했다.

녹색연합의 일터는 ‘현장’이다. 현장을 직접 둘러보고 캠페인, 집회 등 할 수 있는 일은 모두 한다. 그 길은 길고 험난하겠지만 활동가들의 눈빛을 보니 결코 속도를 늦추는 일은 없으리란 확신이 든다. 

녹색연합 사무실 벽에 걸려 있는 관련 일러스트. (홍민영 기자 촬영) 2018.09.08/그린포스트코리아
녹색연합 사무실 벽에 걸려 있는 관련 일러스트. (홍민영 기자 촬영) 2018.09.08/그린포스트코리아

 

hmy10@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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