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 국내 종이 소비량 나무로 환산하면 2억4000만 그루

천연펄프로 종이 1t을 만드는데 나무 24그루, 에너지 9671kWh, 물 8만6503ℓ가 사용된다(픽사베이)/그린포스트코리아
천연펄프로 종이 1t을 만드는데 나무 24그루, 에너지 9671kWh, 물 8만6503ℓ가 사용된다.(픽사베이)/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박소희 기자] 지난 1월 중국이 재활용 폐기물 수입 중단을 선언한 뒤 그 여파로 아파트 곳곳에서 플라스틱·비닐 배출 금지 조치가 내려졌다. 재활용 ‘쓰레기 대란’이 일자 플라스틱과 비닐 사용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에 발맞춰 파리바게트는 올해 말까지 비닐봉지 사용량을 10분의 1 수준으로 감축하고 재생종이 봉투로의 전환을 약속했다. 스타벅스도 지난 20일 친환경 프로젝트로 플라스틱 대신 종이 빨대를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종이를 사용하는 건 정말 친환경일까.

◇ 에너지 다소비 산업 ‘종이’

‘플라스틱 대신 종이’와 같은 움직임에는 자연(나무)에서 비롯한 종이 자체가 친환경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그러나 천연펄프로 종이 1t을 만드는데 나무 24그루, 에너지 9671kWh, 물 8만6503ℓ가 사용된다. 그뿐만 아니라 이산화탄소(CO₂) 2541kg, 폐기물 872kg을 발생시킨다. 

한국제지연합회에 따르면 우리 국민 1인당 연간 종이 사용량은 2017년 기준 191.4kg이다. 전세계 1인당 연평균 종이 사용량 57kg과 비교하면 꽤 많은 편이다. 

A4지 1장을 위해 10ℓ 정도의 물이 필요하고, 2.88g의 탄소(carbon)가 발생한다. 종이를 사용하는 것 만으로 국내 인구 한 사람이 연간 1914ℓ의 물을 사용하고, 약 551g의 탄소를 유발하는 셈이다. 따라서 종이산업은 화학, 정유, 제철 산업에 이어 에너지 소모가 큰 산업으로 분류된다. 

국내 한 해 종이 소비량은 2017년 기준 약 991만 톤이다. 나무로 환산하면 약 2억4000만 그루에 해당한다. 2014년 식목일에 심은 나무보다 약 4배 많은 나무가 한해 종이 생산을 위해 베어지고 있는 셈이다. (픽사베이)/그린포스트코리아
국내 한 해 종이 소비량은 2017년 기준 약 991만 톤이다. 나무로 환산하면 약 2억4000만 그루에 해당한다. 2014년 식목일에 심은 나무보다 약 4배 많은 나무가 한해 종이 생산을 위해 베어지고 있는 셈이다. (픽사베이)/그린포스트코리아

 

◇천연펄프 생산은 나무를 베는 데서 시작된다

종이 사용은 벌목을 전제로 한다. 미국 메릴랜드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2017년 한 해 동안 손실된 열대우림의 면적이 총 1580만㏊에 육박한다. 방글라데시 국가 면적 정도의 산림 면적이 한 해 동안 사라졌다는 소리다. 

현재 캐나다의 경우 벌목 90%가 천연 원시림에서 이뤄지며 그렇게 벌목되는 나무 가운데 절반가량은 펄프와 종이 생산에 사용된다. 

국내 한 해 종이 소비량은 2017년 기준 약 991만톤이다. 나무로 환산하면 약 2억4000만 그루에 해당한다. 2014년 식목일에 심은 나무보다 약 4배 많은 나무가 한해 종이 생산을 위해 베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제지회사는 “우리는 베어내는 나무보다 더 많은 양의 나무를 심고 있다”고 반박한다. 그러나 심은 나무 가운데 상당 비율이 성숙기까지 살아남지 못하며, 단종 재배기 때문에 천연 숲이 가진 다양성을 품지 못한다. 천연림, 열대림을 벌목한 뒤에 불로 태우고 제초제를 뿌려 본래 숲에 사는 나무들의 씨앗과 뿌리를 없애기 때문이다. 인공림은 더욱 편리한 관리를 위해 화학비료, 살충제, 제초제 같은 석유화학 약품을 사용해 재배하기도 한다. 숲의 개념을 ‘생물종 다양성’의 공간으로 본다면 인공림은 숲이라기보다 케이지 닭장과 같은 대량소비용 사육장이나 다름없다.

국제 삼림 관리 협의회 는 목재를 채취, 가공, 유통하는 전 과정을 추적하고 관리하는 친환경 인증 단체이다. 1993년 설립된 비영리 국제 NGO 단체로서 지속 가능한 산림경영이 시행되는 숲에 FM 인증을 부여하고 FM 인증 산림에서 채취한 목재를 사용한 제품의 제조 및 유통가공 단계에 CoC 인증을 부여함으로써 숲에서부터 최종 소비자에게 전달될 때까지의 모든 과정을 추적 관리하고 있다./그린포스트코리아
국제 삼림 관리 협의회의 친환경 인증.

◇ 심림인증 FSC 마크의 한계

에너지 다소비 업종인 제지산업은 ‘녹색 소비’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높아지자 화석 연료 의존도를 줄리고 온실가스 낮추는 등 자정의 노력을 펼쳤다. 특히 지류 수출국인 미국, 호주 등을 포함한 선진국을 중심으로 지류유통, 인쇄업계에서 국제인증인 FSC(Forest Stewardship Council) 환경 인증도 확대했다. 10가지 원칙과 56개 세부기준을 통과해야 받을 수 있는 FSC는 산림의 생물 다양성을 유지하고 모든 생태계적 환경과 경관을 보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인증이다. 

그러나 산림인증(FSC) 종이는 숲을 경영하고, 관리하는 기준일 뿐 종이산업이 유발하는 물 소비, 탄소배출, 화학 물질 사용에 의한 폐수 오염 등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아니다.

또 종이 사용이 많다는 것은 폐지 발생이 많다는 것이다. 사무실에 수북하게 쌓여 있는 복사용지를 떠올려보자. 재생지 사용 운동을 활발하게 하고 있는 '작은 것이 아름답다'에 따르면 복사지의 45%가 출력한 그날 쓰레기통에 버려진다고 한다. 해마다 315만 그루의 나무가 하루만에 쓰레기로 버려진다는 의미다.

따라서 환경운동가들은 종이를 사용할 수 밖에 없다면 재생지를 사용할 것을 권장한다. 복사지 10%만 재생지로 바꿔도 해마다 나무 27만그루, 날마다 760그루가 살아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재생지는 정말 친환경적일까? <계속>
 

ya9ball@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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