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는 적게 베고, 오염물질은 더 많이 배출하고

 

재생지란 한 번 사용한 종이를 다시 사용해 만든 용지로, 재생펄프가 40% 이상 포함돼야 한다. 따라서 천연펄프로만 생산할 때보다 최소 40%의 나무를 베지 않아도 된다. 1t의 종이를 생산한다고 가정하면 천연펄프의 경우 24그루의 나무가 필요한데, 재생펄프를 활용하면 10그루의 나무를 보존할 수 있게 된다.(픽사베이)/그린포스트코리아 박소희
재생지란 한 번 사용한 종이를 다시 사용해 만든 용지로, 재생펄프가 40% 이상 포함돼야 한다. 따라서 천연펄프로만 생산할 때보다 최소 40%의 나무를 베지 않아도 된다. 1t의 종이를 생산한다고 가정하면 천연펄프의 경우 24그루의 나무가 필요한데, 재생펄프를 활용하면 10그루의 나무를 보존할 수 있게 된다.(픽사베이)/그린포스트코리아 박소희

 

[그린포스트코리아 박소희 기자] 캠페인에도 유행이 있다. 최근에는 플라스틱 저감 운동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지만 8년 전인 2010년 전후로는 '세이브 더 페이퍼(save the paper)' 운동이 더 활발했다. 이때부터 일반 종이 대안으로 '재생지' 사용이 친환경 실천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재생지 사용은 숲을 살린다

종이는 원료에 따라 크게 일반용지와 재생용지로 나뉜다. 일반용지는 천연펄프로, 재생용지는 재생펄프로 제작되는데, 천연펄프의 원료는 ‘나무’고, 재생펄프의 원료는 ‘고지(폐지)’다. 

재생지란 한 번 사용한 종이를 다시 사용해 만든 용지로, 재생펄프가 40% 이상 포함돼야 한다. 따라서 천연펄프로만 생산할 때보다 최소 40%의 나무를 베지 않아도 된다. 1t의 종이를 생산한다고 가정하면 천연펄프의 경우 24그루의 나무가 필요한데, 재생펄프를 활용하면 10그루의 나무를 보존할 수 있게 된다.

국내 한 해 종이 소비량은 2017년 기준 약 991만t이다. 나무로 환산하면 약 2억4000만 그루, 재생지를 이용하면 연간 9600그루의 나무를 살리는 셈이다. ‘자원보존’ 차원에서 확실히 재생지가 환경친화적으로 보인다. 

 

◇나무는 덜 베지만, 환경오염 물질은 생산한다

재생펄프는 천연펄프에 비해 폐기물이 많이 생산된다. 종이업계에서는 이를 ‘슬러지’라 부르는데,  슬러지에는 잉크의 중금속이 포함돼 있다. 

문제는 최종 슬러지의 경우 소각하거나 매립해야 하는데,  소각할 경우 온도가 적정하지 못하면 슬러지에서 발암물질인 ‘다이옥신’이 검출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슬러지 처리 관리가 매우 중요한데 국내 제지업체의 경우 소각 설비를 갖추지 못한 경우가 많아 대부분 위탁업체에 맡기고 있다. 

뿐만 아니라 종이를 재활용하려면 사용된 용지의 부산물을 제거해야 한다. 고지에는 잉크뿐 아니라 모래, 플라스틱 조각, 점착 테이프, 내수지, 감열지, 알루미늄 포일 등 다양한 이물질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탈묵, 해리, 선별과 정선, 잉크의 분산 등 다양한 공정을 거치는데 이때 계면 활성화, 염소계 표백제 등 다양한 화학 물질이 사용된다. 여기에는 "탈묵을 위해 재생펄프가 공정 과정에서 더 많은 화학물질을 사용한다." "표백만 하지 않는다면 재생펄프가 천연펄프보다 형광증백제를 덜 사용한다" 등 다양한 의견이 분분하다. 

인쇄 잉크에는 기름성분 뿐 아니라 알루미늄, 구리, 납 크롬, 카드뮴 등과 같은 중금속이 포함돼 있다. 따라서 재생펄프 공장에서 발생되는 폐수에는 이 같은 물질이 포함된다. 특히 레이저 프린터의 경우 실제 잉크가 아니라 용지에 구워지는 플라스틱 중합체기 때문에 부식성이 더욱 강한 화학 물질을 필요로 한다. 일각에서 재생펄프를 사용할 경우 천연펄프를 사용하는 경우보다 산업용 폐수에서 적게는 5배 많게는 10배 많은 환경오염 물질이 포함돼 있다고 주장하는 까닭도 이러한 이유다. 

제지업 폐수의 경우 ‘목재종이’ 업종으로 분류해 환경부나 지자체에서 일괄 관리한다. 국내에서는 재생펄프와 천연펄프 폐수를 따로 관리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이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잉크에 포함된 중금속 때문에 재생펄프 폐수에 환경오염물질이 더 많이 포함될 가능성이 크지만, 국내 산업용 폐수 관리기준은 ‘배출 수질’이기 때문에 환경에 유해한 정도는 같다고 볼 수 있다. 단, 업체가 국내 배출규제 기준을 '잘 지킨다'는 전제하에서다. 오염된 폐수를 불법 방류하게 되면 재생펄프가 수질 관점에서는 더 유해하다”고 설명했다. 

폐기물처리 위탁업체가 슬러지를 '잘 처리해야' 토양과 대기오염을 줄일 수 있듯, 수질 역시 제지업계가 폐수를 '잘 정화해 방류해야' 오염을 줄일 수 있다. 그말은 즉, 제지업계와 위탁업체 손에 달려있다는 소리다.

그렇다면 더 많은 슬러지를 처리하고, 더 많은 이물질을 제거해야 하는 재생지를 사용하는 것을 친환경적이라 부를 수 있을까?

 

작은것이 아름답다의 편집위 정은영시는 "재생지 사용은 종이 소비로 발생하는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일 뿐. 가장 중요한 것은 ‘절약’”이라고 말했다.
작은것이 아름답다의 편집위 정은영시는 "재생지 사용은 종이 소비로 발생하는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일 뿐. 가장 중요한 것은 ‘절약’”이라고 말했다.(유투브)/그린포스트코리아

 

◇'안일한' 녹색소비만으로는 지구를 구할 수 없다

생태환경문화 월간지 ‘작은것이 아름답다(작아)’는 오랫동안 재생종이 캠페인을 진행해 왔다. 정은영 ‘작아’ 편집위원은 “재생펄프만 두고 말하자면 재생지 사용이 환경에 이롭다 말할 수는 없다"고 전한다. 종이를 아예 사용하지 않는다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그 대안으로 재생지 사용을 권한다는 것이다. 

그는 "물론 재생펄프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환경오염 물질들이 발생하지만, 천연펄프를 생산하는 과정에서도 비슷한 수치로 발생한다. 비슷한 수치라면 나무를 조금 덜 베어내는 재생지를 사용하는 것이 일반 종이를 사용하는 것보다 조금은 환경에 낫지 않을까”라고 반문하며 "단 정부 당국이 제지업체와 협력업체에 대한 관리·감독을 철저히 한다는 전제를 덧붙였다. 

자전거, 텀블러, 에코백 '자체'는 친환경 제품이 아니라 잠재적 쓰레기다. 우리가 실천하는 친환경이 생태계의 피해를 가급적 최소화하는 것뿐이지 자연에 완전히 무해한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매연을 뿜지 않는 자전거가, 재사용이 가능한 텀블러나 에코백이 자동차, 플라스틱, 비닐보다 환경 오염을 덜 시키는 것 뿐이다. 친환경조차 기업 마케팅 수단으로 전락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지갑을 여는 것 만으론 환경을 보호할 수 없는 이유다.  

이에 대해 김 편집위원은 “오해하지 않길 바란다. 재생지 사용은 종이 소비로 발생하는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일 뿐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절약’”이라고 강조했다. 

 

ya9ball@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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