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러정상회담 “핵 확산 막기 위해서 노력할 것”
미 언론 “미국 대통령의 수치스러움” 강력 비판

(연합뉴스TV 제공) 2018.07.17/그린포스트코리아
(연합뉴스TV 제공) 2018.07.17/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홍민영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정상회담을 갖고 북한 비핵화 등 핵 확산 문제 해결을 위한 협력에 동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담 이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인류가 직면한 가장 중대한 도전 중 하나인 핵 확산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며 “지난달 북미정상회담의 진행 상황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또 “나는 푸틴 대통령과 러시아가 이 문제의 종식을 무척 원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우리와 협력할 것을 확신한다”고 푸틴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했다.

푸틴 대통령도 이어 “한반도 문제가 해결되기 시작하고 있어 기쁘다”며 “그것은 대결 대신 대화를 선택한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적인 관여 덕분에 가능했다”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공을 돌렸다. 

두 정상은 러시아의 미국 대선개입 의혹에 대해서는 적극 부인했다.

러시아의 대선개입 의혹은 ‘푸틴 대통령이 민주당 이메일 해킹 등을 통해 트럼프 후보의 당선을 도왔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특검 수사가 1년 넘게 진행되고 있으며 미 정보기관은 이미 ‘개입이 있었다’는 결론을 낸 상태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줄곧 부인해 왔다.

이날 정상회담에서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는 미국 대선에 결코 개입하지 않았으며 앞으로도 미국 내부 문제에 개입할 계획이 없다”며 “나는 이 문제를 여러 번 반복해서 말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만일 미국 특검팀으로부터 공식 요청을 받으면 러시아는 합동 범죄수사도 가능하다”며 러시아 해커들에 의한 민주당 전국위원회 해킹 사건을 공조 수사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의 공조 수사에 대해 “믿을 수 없는 제안”이라며 기뻐했다. 그는 “미 정보기관을 대단히 신뢰하고 있지만 (그와 별개로)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와 미국 대선과 무관하다는 것을 믿을 수 없을 만큼 강력히 주장해 주었다”고 말했다. 

이어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가 개입한 것이 아니라고 했다. 러시아가 개입할 이유가 없다”며 푸틴 대통령과 러시아를 크게 신뢰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대선 당시 연방수사국(FBI)이 해킹당한 민주당 전국위원회 서버를 수사하지 않은 점, 클린턴 후보의 이메일 실종 등을 언급하며 “러시아 대선개입 의혹에 대한 수사는 미국에 재앙”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개최에 대한 비판 여론도 적극 반박했다.

그는 “미러 관계가 지금처럼 나빴던 적이 없다. 그러나 오늘부터 달라질 것이라 나는 믿는다”며 “만남을 거부하는 것보다 정치적으로 쉬운 것은 없지만, 만나지 않으면 아무 것도 이뤄낼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과 러시아 간에 오간 건설적인 대화가 세계의 평화와 안정으로 향하는 새로운 길을 열어줄 것”이라며 “정치를 추구하느라 평화를 위험에 빠트리기보다는 차라리 평화를 추구하며 정치적 리스크를 감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두 정상이 이처럼 ‘화기애애’한 모습을 보인 것과 달리 미국 내에서는 ‘저자세 외교’라는 혹평이 터져 나왔다. 

민주당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는 즉각 기자회견을 열어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보다 러시아의 이익을 우선시했다”며 “이번 정상회담을 준비한 백악관 안보팀의 청문회 출석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혹평은 공화당에서도 이어졌다. 

공화당 서열 1위인 폴 라이언 하원 의장은 성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가 미국의 동맹이 아니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며 “우리의 기본적 가치와 이상에 적대적인 한 러시아와 미국 사이에는 도덕적 등가성이 성립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리처드 버 상원 정보위원장도 “미국 정보기관의 조사결과에 반하는 푸틴 대통령의 주장은 모두 거짓이며 트럼프 대통령도 이를 거짓말로 규정해야 한다”고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 의혹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미 정보당국 역시 자국 최고 통치권자가 자국 정보위원보다 상대국가를 감싸는 듯한 언행을 하자 황당해 하는 모습을 보였다.

댄 코츠 미국 국가정보국(DNI) 국장은 “러시아가 2016년 대선에 개입했다는 우리의 평가는 분명하다”며 “러시아는 지속해서 우리의 민주주의에 침투하려 하고 있다”고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을 반박했다.

존 브레전 전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트위터에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회견은 반역과 다름없다”며 “어리석고 완전히 푸틴의 호주머니 속에 있다”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폭스뉴스, 드러지 리포트, 뉴욕타임스, CNN 등 미국내 언론들도 혹평을 쏟아냈다.

언론들은 “미국 대통령이 우리의 가장 큰 적, 상대국, 경쟁자에게 최소한의 가벼운 비판조차 하지 못했다”, “푸틴 대통령이 정상화담에서 군림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합중국의 헌법을 수호하겠다는 취임 선서를 버렸다”, “미국 대통령으로서 가장 수치스러운 행동”이라고 입을 모아 비판했다.

hmy10@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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