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재단 미세먼지센터, '중국발 미세먼지, 어디까지 진실인가?' 끝장토론 개최
'중국 기여도' 인터넷 루머 대부분 사실 아냐…대기 상태‧기후 등도 농도에 영향

좌로부터 장영기 수원대학교 환경에너지공학과 교수, 정진상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책임연구원, 장임석 국립환경과학원 대기질통합예보센터 센터장, 박록진 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출처=그린포스트코리아 촬영]
좌로부터 장영기 수원대학교 환경에너지공학과 교수, 정진상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책임연구원, 장임석 국립환경과학원 대기질통합예보센터 센터장, 박록진 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출처=그린포스트코리아 촬영]

[그린포스트코리아 홍민영 기자] 최근 미세먼지 문제가 심화하면서 대책 뿐만 아니라 근본적 해결을 위해 발생 원인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흔히 황사와 더불어 미세먼지 역시 중국이 국내에 미치는 영향이 큰 것으로 알려졌지만, 보다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환경재단 미세먼지센터가 4일 오후 서울 중구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에서 주최한 '팩트체크, 중국발 미세먼지 어디까지 진실인가?' 끝장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이 이 같이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미세먼지 농도에 중국이 미치는 영향이 있는 게 사실이지만 아직까지 축적된 데이터 부족으로 정확한 기여도는 알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여러 대책 가운데 바로 효과를 볼 수 있는 정책은 '친환경 차량 등급제'로 미세먼지의 절대 수치를 떨어트릴 수 있다고 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장임석 국립환경과학원 대기질통합예보센터장, 박록진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정진상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책임연구원의 주제발표에 이어 장영기 수원대 환경에너지공학과 교수가 좌장을 맡아 토론회가 진행됐다.

이날 토론회에 참가한 4명의 연구자들은 미세먼지 연구 분야의 최전선에서 가장 최근의 사례를 분석, 학계에 발표하고 있다. 장 센터장은 한국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성분의 화학적 특성을 연구하고 있으며, 박 교수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공동 조사로 중국발 미세먼지가 한국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정 책임연구원은 중국 '춘절' 기간 동안 폭죽에서 배출된 초미세먼지가 한국에 미친 영향을 최초로 분석했다. 장 교수는 서울과 동아시아 지역 미세먼지 예측 정확도 향상 연구와 초미세먼지 대기환경기준 설정, 배출 특성 연구를 수행한다.

이들은 중국발 미세먼지의 영향에 대해 다양한 방식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나, 공통적으로 "영향이 있는 것은 사실이나 정확한 기여도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 축적된 데이터가 적다는 것을 꼽았다. 보통 환경분야의 연구를 위해서는 최소 10년간 축적된 데이터가 필요한데 미세먼지 관련 분야는 현재 2~3년분의 데이터밖에 없는 실정이라는 것.

연구자들은 "이 정도 데이터로는 정확한 결과를 추출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또한 중국발 미세먼지의 기여도가 매우 높다는 세간의 주장에 대해서는 "바람의 세기, 강수량 등 미세먼지 농도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많아 확신할 수 없다"면서 "경우에 따라서는 국내 발생량이 더 많을 때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중국발 미세먼지의 기여도는 연구자에 따라 20~30%인 경우도 있고 50%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정확한 기여도를 알아야 중국 측에 미세먼지 관련 정책 협조를 요청할 수 있는데, 그러려면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 측에서 중국에 정책 협조를 요청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할 수 없는 상태라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출처=그린포스트코리아 촬영]
[출처=그린포스트코리아 촬영]

중국 측에서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한 정책적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중국은 △철강 및 석탄 생산량 감축 △화력발전기 초저배출 개조 △소형 석탄 보일러 20만개 이상 폐기 △노후차량 2000만대 폐기 등으로 2013년부터 2017년까지 미세먼지 농도를 30% 이상 줄이는 데 성공했다.

이와 관련해 연구자들은 "중국이 의도적으로 한국과 가까운 곳에 공장을 배치했다는 인터넷 루머는 조사 결과 사실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이들은 "미세먼지 분야가 워낙 데이터가 적고 확실히 밝혀진 사실이 없다 보니 각종 루머가 확산되고 있는데, 대부분 사실이 아니다"라고 지적하면서 "다만 중국발 미세먼지가 우리나라 미세먼지 농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중국 국내 미세먼지가 줄어들고 있기는 하나 배출량이 우리나라보다 훨씬 많기 때문에 영향력이 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한 양국이 협력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들의 연구 결과, 국내 미세먼지 농도는 2001년 이후 계속 낮아지다 2012년 정점을 찍고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미세먼지 감소 속도는 OECD 국가들 중 터키 다음으로 가장 느린 것으로 나타났다. 

감소 속도를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미세먼지 절대 수치를 떨어트리는 것이 중요하다. 국내 발생 미세먼지의 경우 특히 경유차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경유차의 운행을 줄여야 한다고 연구자들은 주장했다. 

박 교수는 "환경부에서 이달 중 고시하기로 한 친환경 차량등급제가 미세먼지의 절대 수치를 낮추는데 비교적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기후 변화도 미세먼지 농도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북극과 적도 지방의 온도 차 때문에 발생하는 저기압이 기후 변화로 인해 발생하지 않게 됐다는 것. 저기압이 발생하지 않으면 대기가 뒤섞이지 않기 때문에 미세먼지가 정체되는 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연구자들은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미세먼지의 절대 수치를 반드시 떨어트려야 한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hmy10@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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