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Volcano World]
[출처=Volcano World]

지난 50년 간 침묵을 지키던 발리 섬의 ‘아궁 화산’이 곧 분화할 것으로 관측돼 주민들의 대피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인도네시아 국가재난관리청(INDMA)은 26일(현지시간) 아궁 화산이 폭발 조짐을 보이고 있어 5만 7000명 이상의 주민들이 대피했다고 보고했다. 또한 "진동의 빈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용암이 계속해서 지표면 위로 흐르고 있다. 이는 아궁 화산이 폭발할 가능성을 나타낸다"고 밝혔다.

아궁 화산이 위치한 발리 카랑아셈 리젠시 군은 관광 중심지인 쿠타(Kuta)에서 불과 75km 떨어진 곳으로 40만 명 이상의 주민이 거주하고 있다. 이들 중 대피구역 내에 사는 주민은 24만 명에 달한다.

[출처=Anggara Mahendra/ Everyday Bali]
[출처=Anggara Mahendra/ Everyday Bali]

재난관리청은 지진 활동의 증가로 인해 화산경보 상태를 ‘위험’으로 끌어올렸다. 전체 4단계 중 최고 수준인 ‘위험’ 단계는 언제든 분화가 시작될 수 있다는 의미다.

대피한 주민들 대부분은 마을회관 및 임시대피소에 머물고 있으며, 일부는 인도네시아 중앙부 소순다열도 서쪽의 ‘롬복 섬(Lombok Island)’으로 대피했다. 재난관리청에 따르면 화산지진은 전날인 25일 560회 이상 기록됐다.

인도네시아 화산지질재난예방센터(PVMBG)는 아궁 화산의 지진은 지난 19~23일 까지 약 3000회 이상 기록됐다고 발표했다. 또한 "화산지진의 비율이 높아지는 것은 용암이 지표면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출처=Sergio Tapiro Velasco/National Geographic]
[출처=Sergio Tapiro Velasco/National Geographic]

아궁 화산은 지난 8월부터 지속적으로 분화 조짐을 보인바 있다. 최근 이곳은 지진 횟수가 증가하고 가스를 분출하는 모습을 나타내 주민들의 우려가 커졌다.

 

발리 현지매체 트리뷴 발리(Tribune Bali)는 이날 오전 아궁 화산의 분화구에서 연기가 200m 높이까지 솟아오르는 모습이 목격됐으며, 최근 몇 일간 뱀과 원숭이 등 야생동물이 아궁 산에서 내려와 달아나는 모습을 봤다는 목격담이 이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인도네시아에 거주하고 있는 한인 교민은 유동인구를 포함해 4~5만명으로 추산된다. 아직까지 피해 상황은 보고되지 않았으나, 주인도네시아 한국대사관은 "한인 교민과 방문객은 긴급한 용무가 아니라면 가급적 위험이 사라진 이후로 여행 일정을 조정하시기 바란다"고 당부한 바 있다.

아궁 화산, 1963년 폭발로 2000명 사망

[출처=Ubudhood]
[출처=Ubudhood]

한편, 인도네시아 주민들은 반세기 전에 일어난 화산 폭발의 악몽으로 인해 공포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CNN에 따르면 해발 3142m에 달하는 현재 발리 섬 최고봉인 아궁 산(Mount Agung)은 1963년 마지막 분화 때 약 2000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바 있다.

당시 화산재는 상공 20km까지 치솟았고 약 1000km 떨어진 인도네시아 자바섬 북서안에 있는 자카르타까지 날아갔다. 화산은 1년 간 활동했으며, 용암은 7.5km를 흘러내려와 인근 도시를 폐허로 만들었다.

최근 강진으로 300명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한 멕시코와 더불어 인도네시아는 '불의 고리'로 불리는 환태평양 조산대에 속해 있으며 130개 이상의 휴화산을 보유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당국은 관광객들에게 직접적인 위험을 미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불의 고리 지역의 지진 피해가 끊이지 않는데다, 정확한 분화 시점을 예측하기 어려워 현지에 공포감이 커지지고 있어 인도네시아 주민들의 대피 행렬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schung21@eco-tv.co.kr

저작권자 © 그린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