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인 규명도 못했지만, 내년부터 치어 100만 마리 방류

2015년 12월 강원 고성 앞바다에 방류된 어린 명태. [출처=해양수산부]

 


해양수산부의 '명태 살리기 프로젝트'가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재작년에 방류한 1만5000마리의 명태 중 2마리가 동해에서 발견된 것이다. 해수부는 ‘의미 있는 결과’라고 발표했지만, 동해안에서 자취를 감춘 명태가 복원될 지는 미지수다. 명태가 사라진 원인이 '남획'인지 '수온 변화'인지 조차 규명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24일 해수부에 따르면 명태는 광복 전까지만 하더라도 국내 수산물의 28%를 차지할 만큼 흔하게 잡혔다. 1980년대 7만4000톤에 달했던 어획량은 급격히 줄어 1990년대 6000톤, 2000년대 중반 100톤 미만으로 떨어졌다. 2007년 이후에는 1~2톤으로 줄었다. 식당에서 먹을 수 있는 동태탕은 모두 러시아 등에서 수입하는 냉동 명태다. 

이에 해수부는 2014년 국립수산과학원 동해수산연구소, 강원도 해양심층수수산자원센터, 강릉원주대와 함께 명태 살리기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지난해까지 이 프로젝트엔 15억1000만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이 중 7억1000만원은 명태 완전 양식 기술을 개발하는 데 사용됐다. 완전양식기술은 인공적으로 수정란을 생산·부화시킨 뒤 어린 명태를 어미로 키워 수정란을 생산해내는 순환체계로, 프로젝트를 시작한 지 2년 만인 지난해 10월 양식에 성공했다. 나머지 8억원은 같은해 명태가 동해에서 사라진 원인을 규명하는 데 투입됐다. 이 과정에서 해수부는 명태가 잘 자랄 수 있는 적정수온은 7~8℃ 이하라는 사실을 알아냈지만 명태가 동해에서 왜 사라졌는지 근본적인 원인을 밝히진 못했다.

해수부 수산정책과 관계자는 “명태는 한류성 어종으로 수온 변화에 민감하다”며 “최근 동해안 표층 수온이 올라가 명태가 서식하기 힘든 환경이 된 것도 명태가 사라진 이유 가운데 하나로 추측하고 있지만 연안 저층수 수온은 오히려 낮아지고 있어 많은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1970년 정부가 어린 명태인 노가리 어획을 합법화한 이후 1990년까지 노가리가 집중적으로 어획됐다"며 "노가리가 전체 명태 어획량 중 최대 94%까지 차지하다 보니 명태자원이 자취를 감추게 된 것 같다"고 추정했다.

동해에서 명태가 사라진 이유를 규명하기 위한 연구는 올해와 내년에도 계속돼 총 16억원이 투입된다. 
 
명태가 동해에서 왜 사라졌는지 파악되지 않은 상황이지만, 해수부는 내년부터 당장 어린 명태 100만 마리를 방류하겠다는 계획이다. 명태와 비슷한 한류성 어종인 대구가 복원됐던 것처럼 명태도 다시 동해로 돌아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해수부 관계자는 "명태처럼 냉수성 어종인 대구도 1980년대 이후 어획량이 줄어들기 시작하면서 1990년대에는 아예 잡히지 않아 '금 대구'라는 별명까지 불린 적이 있었지만, 수정란이나 치어를 방류한 결과 2000년대 들어서는 어획량이 회복되기 시작했다"며 "2010년 이후에는 한해 7000톤 이상의 대구가 잡히고 있는 것을 보면 명태의 복원 가능성에도 희망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명태 양식과 방류가 확대되면 한해 24만톤이 넘는 수입 명태 가운데 일부를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국립수산과학원 기후변화연구과 이준수 박사는 "지난 47년간(1968~2014년) 우리나라 주변 해역의 표층 온도는 전 세계 평균인 0.38도보다 3배가량 높은 1.18도나 올랐다"며 "명태가 바다 깊은 곳에 사는 어종이라고 하지만, 표층 수온이 상승한 것도 명태 자원이 감소하는 데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수산과학원 연근해자원과 강수경 박사는 "명태의 주 산란장이 북한 쪽인 것으로 알고 있지만, 최근엔 동해안 일대에서도 명태의 산란장이 있었던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며 "동해의 표층 수온은 높아지긴 했지만, 저층 수온은 낮으므로 수심이 깊은 곳에 사는 명태가 돌아올 가능성은 있다"고 봤다. 

이어 강 박사는 "지난해 방류한 1만5000마리의 치어 중 2마리가 돌아왔다는 보고를 보면, 치어를 방류하는 사업이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니다"라며 "언젠가는 명태도 대구처럼 우리 바다에서 다시 볼 날이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해수부는 지난 23일 지난해 강원 속초에서 잡힌 명태 67마리의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이 가운데 2마리가 2015년 12월 강원 고성 앞바다에 방류한 인공 1세대 명태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bakjunyoung@eco-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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