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CEO' 자신이 경영할 때 규제 늘어나는 것 싫어한다?

 

[환경TV뉴스] 신준섭 기자 = 정부가 11일 발표한 2030년까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안은 모두 4가지 다. 2030년 이산화탄소 배출전망치(BAU) 연간 8억5060만톤의 14.7~31.3% 사이에서 감축안을 결정하겠다는 내용이다.

해당 안 중에서 가장 높은 감축치인 4번째 시나리오, 31.3% 감축안을 선택할 경우 2030년 기준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연간 5억8500만톤이 된다. 이는 지난 이명박 정부에서 제시했던 2020년까지 연간 이산화탄소 발생량을 5억4300만톤 수준으로 줄이겠다는 목표치보다 후퇴한 수준이다. 4가지 안 가운데 가장 강력한 안을 선택한 게 이렇다.

이렇게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목표가 느슨해지면 산업계는 반사 이익을 얻는다. 올해부터 시행된 '배출권거래제'에 따라 해당 기업은 배출해도 되는 이산화탄소 할당량을 배정받는다. 할당받은 양 이상을 배출할 경우 기업은 추가로 배출하는 양에 대한 '배출권'을 돈을 주고 사야 한다.

그런데 배출량 감축 목표가 줄게 되면 배출해도 되는 이산화탄소 양은 늘어난다. 덩달아 기업들이 배출할 수 있는 할당량도 늘어나게 된다. 늘어난 배출 가능 할당량만큼 기업들은 배출권을 돈 주고 사야할 필요가 없어 그만큼 비용이 절약된다.

그래서 감축 목표안 후퇴를 위해 업체들이 물밑에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것은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배출 가능 할당량 재산정에 대해 최흥진 환경부 기후대기정책국장은 "구체적으로 (감축 목표가) 정해져야 할 것 같다"며 "그 상황을 봐서 결정해야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과거 발표보다 후퇴할 경우 국제사회의 제재 조치가 취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국경세나 연기금 투자 중단 등의 조치도 가능할 거라고 보고 있다.

산업계 역시 이런 문제를 모르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정부의 감축 계획안 후퇴를 환영하는 배경에는 기업들의 '나만 아니면 되'라는 식의 이기주의가 깔려있다는 지적이다. 국제 사회의 제재 조치가 가해지더라도 그건 대한민국 '전체'가 나누어 지는 것이지만, 당장 '우리' 기업은 탄소배출권 구입 비용을 줄일 수 있어 어쨌든 비용이 절감된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고위 관계자는 "후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점은 기업들도 알고 있지만 경영자, 특히 이른바 '오너'가 아닌 월급을 받는 전문 경영인은 자신들이 경영자로 있을 때 새로운 규제가 시행되거나 규제가 강력해지는 것을 가급적 피하려 한다. 특히 비용 문제와 직결된 규제일 경우 더욱 그렇다"고 기업 분위기를 전했다. 

정부는 이날 발표한 4가지 안에 대해 각계 의견 수렴을 위한 공청회 등을 거친 뒤 6월말까지 최종안을 확정해 유엔에 제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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