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말 유엔 제출 예정인 INDC, 전 정부 발표한 BAU 대비 30% 감축에서 물러나
195개국 중 최초 목표 후퇴 국가 될 듯…OECD 34개국 중에서도 처음

합동브리핑을 주재한 정연만 환경부 차관(가운데)와 유승직 온실가스정보센터장(왼쪽),임석규 녹색성장위원회 부단장(오른쪽)

 

[환경TV뉴스] 신준섭 기자 = 정부가 11일 오전 발표한 2020년 이후 '온실가스 감축 기여 방안'(INDC)에 대해 기존 온실가스 감축안보다 후퇴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11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합동브리핑룸에서 국무조정실, 환경부, 산업통상자원부, 외교부 등 관계부처 합동 기자회견을 열고   2030년 예상 온실가스 배출전망치 대비 14.7~31.3% 사이 감축안 4개를 제시하고, 이가운데 하나를 공청회 등을 통해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안을 보면 14.7%를 감축하겠다는 1안을 택할 경우 2030년 기준으로 연간 7억2600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게 된다. 가장 강력한 온실가스 감축 조치인 31.3%를 감축한다는 4안을 택해도 연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5억8500만 톤이다

4가지 안 중 어떤 안을 선정하더라도 2020년까지 연간 배출량을 5억4300만톤까지 줄이겠다고 국제사회에 약속했던 지난 이명박 정부의 안보다 후퇴한 수치다.

지난해 페루 리우에서 열린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 총회에서 과거 목표보다 더 강력한 목표를 제시하자는 국제사회의 합의가 있었던만큼, 기존 감축안 보다 후퇴한 이번 정부 발표는 국제적 비난을 피하기 힘들어 보인다.

특히 2030년 연간 7억2600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겠다는 1안이 채택될 경우  2012년 기준 이산화탄소 배출량 6억8830만 톤보다 오히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늘어 더욱 거센 비난이 일 것으로 보인다. 

이에대해 정부는 한국이 교토의정서 상 의무 감축국인 선진국에 들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국제사회가 합의한 '보다 전향적인' 목표 제출과 이명박 전 대통령이 밝힌 목표는 무관하다는 얘기다.

임석규 녹색성장위원회 부단장은 "우리나라는 온실가스 의무감축국가가 아니며 2009년 자발적 의지에 따라 감축목표를 제시했다"며 "우리나라는 공식적으로 개도국이기 때문에 법적으로 온실가스 감축과 관련해 약속한 것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해당 연도 온실가스 배출 전망치(BAU) 대비 30% 감축이라는 지난 정부에서 세운 목표도 사실상 파기됐다. 2030년까지 줄이겠다고 공언한 목표보다 더 많은 양을 배출하겠다는 계획이 짜여지면서다.

임 부단장은 "달성하기 힘들다"고 짧게 대답했다.

해당 시나리오 중 어떤 안이 최종 제출될 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은 상태다. 하지만 어떤 안이 채택되더라도 전세계 195개국 중 최초로 과거에 밝힌 목표보다 후퇴한 국가가 된다는 불명예는 피하기 힘들게 됐다. 

지난 10일 기준 감축안을 제출한 국가는 모두 38개국이다. 우리나라가 속한 OECD 국가 34개국 중에선 26개국이 제출했다. 이들 중에는 의무 감축 대상국과 자발적으로 감축 목표를 밝혔던 이들이 섞여 있지만, 그 누구도 과거에 밝혔던 목표치보다 낮은 목표를 제출한 국가는 없다.

이성호 외교부 국제경제국장은 "멕시코의 경우 선진국의 지원이 있을 경우와 없을 경우 2가지 안을 제출했는데, 이들 중 지원이 없을 경우는 과거 자발적으로 밝힌 목표치보다 낮다"고 해명했다.

올해부터 시행 중인 배출권거래제의 기업별 할당량 조정도 불가피해 보인다. 배출권 할당량의 기준이 2020년까지 배출 전망치 대비 30% 감축이기 때문이다. 기준점이 달라지기 때문에 배출권 할당량도 다시 조정해야 한다는 논리다. 

이에대해 최흥진 환경부 기후대기정책국장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가겠다고 (목표치가) 정해져야 알 것 같다"며 "그 운영 상황을 봐서 결정해야 될 것"이라고 말했다.

목표치를 하향하면서 향후 국제사회의 제재 조치가 예상되지만 정부는 이렇다 할 대책 없이 일단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윤순진 서울대학교 교수는 "유엔기후변화협약이 현저하게 후퇴한 국가들을 모아서 보여 줄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국제적으로 공식적인 '망신'을 당할 수 있다는 의미다. 단순히 망신을 당하는 수준이 아니라 "유럽연합(EU)이 해당 국가에 연기금 투자를 하지 않거나, 프랑스에서 도입하는 투자·무역 장벽인 '국경세' 등의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도 다분하다"고 윤 교수는 덧붙였다.

임재규 에너지경제연구원 기후변화정책연구본부장은 "기후불량국가에 대한 제재가 있을 수 있지만 아직까지 정해진 바는 없다"며 "이번에 정부가 마련한 감축안엔 이런 제재 조치 대비책이 빠져있지만 앞으로 감축목표 실행을 위한 이행계획을 수립할 때에는 이런 부분도 담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정부는 오는 12일 각계 의견 수렴을 위한 공청회를 여는 등 여론 수렴 작업을 거쳐 이달 안에 최종안을 유엔에 제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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