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원관리공단, 방사한 18마리 중 5마리 덫에 걸려

[환경TV뉴스] 신준섭 기자 = 여우 복원 사업이 암초를 만났다. 4마리 중 1마리꼴로 인간이 놓은 덫에 걸려 다리를 잘리고 폐사하면서다.

20일 국립공원관리공단에 따르면 지금까지 방사한 18마리 중 28%가량인 5마리가 밀렵도구인 '창애(타원형 덫)'에 희생됐다.

창애에 걸린 여우들 중 2마리는 사망했다. 나머지 3마리는 구조되긴 했지만 모두 다리를 절단하는 수술을 피하지 못했다.

이들은 모두 국립공원 바깥으로 이동한 개체들로, 민간에서 야산 등에 놓은 불법 밀렵도구에 붙잡힌 것.

전문가들에 따르면 여우는 특성 상 자신이 맘에 드는 서식지를 발견하면 해당 지역을 중심으로 근거리를 이동하며 지낸다. 하지만 먹이 등이 갖춰져 있는 서식지를 발견할 때까지는 수십㎞를 이동하기도 한다.

실제 소백산에서 강원도 평창까지 이동했던 방사 개체의 경우 공단 종복원기술원의 GPS 측정에 따르면 46㎞를 홀로 이동했다.

덫만 문제가 아니다. 방사 개체 중 3마리는 사체에서 농약이 검출됐다. 공단 측은 먹이로 인한 2차 중독으로 사망했을 것으로 추정 중이다.

이외 원인을 알 수 없는 이유로 사망한 4마리까지 포함하면 현재 살아 남은 개체 수는 전체의 3분의 1인 6마리다.

문제는 여우 자체의 생존율이 높지 않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자연 상태에서 여우의 생존율을 20% 정도로 본다. 그런데 불법 밀렵도구나 농약 등 인위적인 간섭까지 더해지면 이 생존율은 대폭 줄어든다. 복원 사업이 난항을 겪는 이유다.

박보환 국립공원관리공단 이사장은 "요즘 같은 겨울철은 야생동물이 먹이를 찾아 이동하는 과정에서 올무나 창애와 같은 밀렵도구의 피해가 자주 발생하는 시기"라며 "성공적 여우 복원을 위해서는 지역주민의 이해와 협조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공단은 이날 원주지방환경청, 영주시, 단양군 등과 함께 대대적인 '엽구(사냥도구)' 수거 활동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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