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온실가스 배출 및 연비 기준, 선진국 수준으로 상향
규제 대상 제작사도 확대…자동차업계, 되로 주고 말로 받은 격

▲ 현대자동차 쏘나타 하이브리드 (자료화면)

 

[환경TV뉴스] 신준섭 기자 = 정부가 오는 2020년까지 자동차 온실가스 기준과 연비 기준을 대폭 강화한다. 아울러 기준 적용 대상 차량 제작사 범위도 확대한다. 자동차 업계 반발로 저탄소차협력금제 시행 시기를 대폭 미룬 데 대한 대안이다.

환경부와 산업통상자원부는 자동차 온실가스 기준을 97g/㎞, 연비 기준은 24.3㎞/ℓ로 강화하는 '차기 자동차 평균 온실가스 연비 기준안'을 11일 행정예고했다. 현행 140g/㎞, 17㎞/ℓ인 기준을 대폭 강화한다는 복안이다.

◇자동차판 RPS, 저탄소차 많이 파는 회사에 유리
해당 기준이 적용될 경우 중대형차 비중이 높을 수록 불리하고 저탄소차를 많이 팔 수록 유리하다. 예를 들어 이 기준이 적용되면 2020년이 되면 100대를 판매하는 회사의 경우 전체 차량의 온실가스 배출량 총합이 9700g/㎞를 넘어서는 안 된다.

3.5톤 미만 승용·승합차는 모두 일괄적으로 1대로 계상하는 만큼 온실가스 배출량이 적거나 거의 없는 하이브리드·전기차 판매 대수가 많을 수록 유리한 이유다.

게다가 저탄소차에는 가산점이 주어지기도 한다. 온실가스 배출이 없는 전기차 한 대를 팔면 2대를 판매한 것으로 인정한다. 전체 300g/㎞을 배출하는 차 1대와 전기차 1대를 판매하면 차량 당 배출량은 100g/㎞으로 쳐 주게 된다.

50g/㎞ 이하인 차량은 1대를 판매해도 1.5대를 판매한 것으로 계산한다. 아울러 수동 변속기 차량은 1대 당 1.3대로 판매량을 계산해주기로 규정했다. 경차는 1대 당 1.2대다.

기준 자체도 당초 계획했던 것보다 대폭 강화했다. 저탄소차협력금을 유보한 만큼의 온실가스 감축량 부족분을 채우기 위해서다.

당초 저탄소차협력금제를 실시했을 때 줄여야 하는 178만CO₂톤 만큼을 이번에 발표한 기준에 적용했다. 100g/㎞으로 산정했던 것을 97g/㎞까지 더 강화한 셈이다. 이는 유럽이 2021년까지 적용할 91g/㎞보다는 약하지만 일본(100g/㎞), 미국(113g/㎞)보다는 휠씬 문턱이 높다.

때문에 환경부는 이 기준이 적용될 경우 판매사들이 중대형차보다 경·소형차 판매 비중을 늘리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신재생에너지를 사용할 경우 가중치를 부과, 신재생에너지 사용량을 높이겠다는 '신재생에너지 의무할당제(RPS)'처럼 자동차 생산 자체의 변화를 유도하겠다는 복안이다.

박판규 환경부 교통환경과 사무관은 "지난 2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도 확정된 사안"이라며 "4일 업계와 간담회를 가졌지만 해외 판매량이 많은 특성 상 해외 기준을 충족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국내 제작사들도 큰 반발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모든 제작사로 규제 적용 대상 확대하기도…외제차도 비상
그 동안 온실가스 배출량에서 완화된 기준을 적용받던 소량 판매 외제차 제작사들의 적용 기준도 강화한다.

환경부는 국내 판매량 기준 4500대 이하인 자동차 제작사들에 대해 배출량 대비 19%를 완화 적용하던 것을 8%로 낮출 계획이다. 일례로 과거에는 100g/㎞이던 차량을 판매하면 81g/㎞의 차량을 판매한 것으로 인정해줬지만 기준이 바뀌게 되면 8g/㎞ 만큼만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다.

당장 대상이 되는 제작사는 포드, 재규어랜드로버, 크라이슬러, 푸조, 볼보, 지엠 등 6개사다.

대신 온실가스를 저감하고 연비를 향상할 수 있는 기술에 대해서는 대당 최대7g/㎞을 감축한 것으로 인정해주기로 했다. 자동차 에어컨 냉매를 친환경 원료로 바꿔 배출가스를 줄이면 그만큼을 인정해 주는 식이다. 이는 전 차량 제작사에 일괄 적용된다.

이처럼 외제차 제작사에 대해서도 기준을 강화한 이유는 외제차 판매량이 늘면서 더 이상 혜택을 줄 필요가 없다는 정부의 판단이 작용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수입차 판매량이 증가하면서 과거에 받았던 혜택을 더 줄 필요가 없다고 봤다"며 "또한 한국의 차량 시장이 더 이상 작은 시장이 아니기 때문에 형평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도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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