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습지의날 기획]한국의 습지, '명(明)'과 '암(暗)'을 살펴 보다

오는 9월말부터 10월까지 3주간 생물다양성 보전 및 생물자원의 지속가능한 이용을 논의하게 될 제12차 생물다양성협약(CBD) 당사국총회가 강원도 평창에서 개최된다. CBD는 기후변화협약·사막화방지협약과 함께 UN이 주재하는 3대 환경 회의 중 하나로, 우리나라에서 개최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생물다양성과 관련한 우리나라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졌다는 뜻으로 인식 가능하다. 그렇다면 실제 우리나라의 생물다양성 보전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이를 미약하나마 가늠해 보기 위해 환경TV뉴스는 2월2일 '세계 습지의 날'을 맞아 국내 생태계 건전성의 한 축을 담당하는 습지 현황을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연재 순서

①창녕 우포늪, 한 달째 출입 금지한 사연은
②4대강 '개발' 사업, 철새로부터 습지를 빼앗다

[환경TV뉴스] 뉴스콘텐츠팀 = 낙동강 중류에 자리한 대표적 겨울철새 도래지 해평습지가 그 명성을 잃어가고 있다.

4대강 사업으로 초대형 보에 갇힌 강물이 드넓은 모래톱을 삼키면서 철새들의 쉼터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3일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달 실시한 '겨울철 조류 동시센서스' 조사 결과 해평습지에서 관측된 겨울철새는 모두 46종 6898마리다. 전년동기에 8760마리가 관측된 것과 비교하면 약 21%가 줄어 든 셈이다.

해평습지는 본래 철새들의 낙원이었다. 유유히 흐르는 얕은 강물 사이로 발달한 모래톱과 사주는 철새들이 안심하고 쉬어갈 수 있는 천혜의 휴식처였다. 철새들은 강을 둘러싼 주변 농경지에서 추수 후 낙곡으로 주린 배를 채웠다.

하지만 대규모 준설과 초대형 보를 동반한 4대강 공사는 낙동강에서 모래를 앗아가 버렸고 강을 깊은 호수로 바꿔 놓았다.

지자체의 자료도 이를 뒷받침한다. 구미시가 매년 발표하는 '해평습지 겨울철새 개체수 통계자료'를 보면 2009년에서 2013년까지 해평습지 철새 개체수는 '반토막 수준'으로 떨어졌다.

2009년 2822마리에 이르던 흑두루미는 공사가 완공된 2013년 1392마리로 50.67%나 줄었고 2009년 331마리였던 재두루미는 5년 뒤 28마리에 그쳐 무려 91.5%나 감소했다. 쇠기러기와 고니도 5년 사이 각각 58.9%, 43.1%가 줄었다.

대구환경운동연합은 지난달 14일 성명서를 내고 "철새들이 모래톱이 사라진 습지를 떠나는 것은 당연한 결과"라며 "칠곡보 관리수위를 3m로 낮추거나 아예 보를 해체해 재자연화를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대구지방환경청은 4대강사업과 철새 개체수 감소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5년간 개체수가 줄어든 건 맞지만 공사가 진행되고 끝난 최근 3년 자료만 보면 오히려 개체수가 늘어났다"며 "철새들이 다시 해평습지를 찾고 있는 증거"라고 반박했다.

▲ 해평습지에 도래하는 철새들의 개체 수 = 출처 구미시

 

◇습지 보전 모범국가 되겠다던 MB정부, 전문가 평가는 부정적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8년 경남 창원에서 개최된 람사르협약 총회 개막식에서 "습지는 더 이상 버려진 땅이 아닌 인류가 아끼고 가꿔나갈 소중한 자산"이라며 "대한민국은 훼손된 습지와 하천을 되살리는 데 더욱 노력해 람사르협약의 모범국가가 되겠다"고 말했다.

당시 우리나라 정부는 전 세계 습지보전을 촉구하는 창원선언문 채택을 주도했으며 이를 총회의 가장 큰 성과로 자평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4년여가 지난 2012년 여름, 람사르협약 총회를 치른 이후 우리나라의 습지환경이 오히려 훼손됐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민간연구소인 생태지평연구소는 '한국 정부 습지정책에 대한 비판적 검토' 보고서를 통해 "4대강 개발사업과 강화·인천만·가로림만 조력발전소 건설사업 등 습지 파괴형 국책사업들을 적극 추진한 것은 정부가 주도해 채택한 '창원선언'을 사실상 정면으로 위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람사르 총회 직후인 2009년부터 4대강 개발 사업이 추진되면서 100개 이상의 하천습지가 골재 준설로 훼손됐다"며 "해평습지 등 국제적으로 중요한 이동성 조류 서식지가 파괴됐고 낙동강 하구 지역의 이동성 조류 개체 수는 절반 이상 감소했다"고 지적했다.

같은 해 7월엔 4대강 사업이 아시아 최악의 습지 파괴 사례로 선정되는 불명예도 안았다.

2012년 7월 루마니아 부쿠레슈티에서 열린 11차 람사르협약 총회의 공식 이벤트였던 국제습지어워드에서 4대강사업이 '회색습지상(Gray Awards)'을 받은 것이다.

세계습지네트워크는 "한국의 4대강 사업은 8000㏊ 규모로 강에서 5억7000만㎡의 모래와 퇴적물이 준설되고 16개의 보가 건설됐으며 모래톱이 모두 제거됐기 때문"이라고 선정이유를 밝혔다.

이에 대해 정부는 '4대강 사업이 이미 녹색성장 사업으로 OECD 등 국제기구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며 "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 최대한 습지를 원형보전했으며 영향을 받은 습지 77개보다 더 많은 147개의 대체습지를 새로이 조성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환경단체는 정부의 이런 주장이 구체적 근거가 없는 '명백한 거짓말'이라며 비판했다.

◇ 총체적 부실 4대강 사업으로 습지 약 41% 감소
지난해 1월 감사원 결과 '총체적 부실사업'으로 판명 난 4대강 사업에 대해 환경단체들은 생태계 문제가 빠졌다며 습지 파괴 부분을 포함한 종합감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지난 2일 4대강사업 전후 실시된 환경영향평가 결과를 비교분석한 환경정책평가연구원의 '4대강 살리기 사업 사후환경영향조사 분석, 평가 및 개선방안 연구'는 이 같은 환경단체의 지적을 담았다.

보고서를 보면 낙동강, 금강, 영산강, 한강의 습지 면적은 2010~2012년 사이 41%나 급감했다.

낙동강 습지는 2년간 7520만㎡에서 4153만㎡로 3367만㎡(44.8%)가 줄어 감소 면적이 가장 컸다. 한강은 1401만㎡에서 988만㎡로 29.5%가, 금강은 2669만㎡에서 1776만㎡로 33.4%가, 영산강은 697만㎡에서 330만㎡로 52.6%가 각각 줄었다.

4대강 사업 전 습지에서 확인된 맹꽁이, 금개구리, 흰수마자,미호종개 등은 더 이상 확인되지 않았다. 습지가 더 이상 해당 생물의 안식처 노릇을 못하게 된 셈이다.

전동준 환경정책평가연구원 연구위원은 "4대강사업의 준설공사와 하도정비 등에 따른 습지의 감소가 확인됐다"며 "환경부가 추진 중인 복원사업과 함께 면밀한 검토와 후속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환경부는 현재 전국적으로 18곳을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해 관리 중이다. 하지만 해당 습지 중 4대강 사업 지역 내의 습지는 채 5곳이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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