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습지의날 기획]한국의 습지, 그 '명(明)'과 '암(暗)'을 살펴 보다

오는 9월말부터 10월까지 3주간 생물다양성 보전 및 생물자원의 지속가능한 이용을 논의하게 될 제12차 생물다양성협약(CBD) 당사국총회가 강원도 평창에서 개최된다. CBD는 기후변화협약·사막화방지협약과 함께 UN이 주재하는 3대 환경 회의 중 하나로, 우리나라에서 개최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생물다양성과 관련한 우리나라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졌다는 뜻으로 인식 가능하다. 그렇다면 실제 우리나라의 생물다양성 보전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이를 미약하나마 가늠해 보기 위해 환경TV뉴스는 2월2일 '세계 습지의 날'을 맞아 국내 생태계 건전성의 한 축을 담당하는 습지 현황을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연재 순서

①창녕 우포늪, 한 달째 출입 금지한 사연은
②4대강 '개발' 사업, 철새로부터 습지를 빼앗다

[환경TV뉴스] 뉴스콘텐츠팀 = 지난달 1일부터 국내 최대 습지이자 1억4000만년의 역사를 간직한 경남 창녕 우포늪의 주요 5개 지점에 대한 자전거나 차량 출입이 제한됐다. 지난해 11월 한국관광공사가 가볼 만한 국내 자전거 여행지 5곳 중 한 곳으로 선정한 지 2개월 만이다.

또 우포, 목포, 사지포, 쪽지벌 등 3.1㎢에 달하는 구역은 아예 '금지구역'으로 지정해 사람의 출입 자체를 전면 통제했다.

탐방객들에게는 아쉬운 소식이지만 사실 이 조치는 우포늪 보호를 위해 필요한 최소 조치다. 최근 탐방객들이 늘면서 우포늪의 생태계가 훼손됐기 때문이다.

제한·금지 조치 시행 한 달이 지난 2일 현재, 이전과 같은 무분별한 출입은 상당히 줄었다. 전국적으로 퍼진 조류인플루엔자(AI) 때문에 철새도래지인 우포늪의 통행이 제한된 것도 역설적으로 한 몫 했다.

김치훈 낙동강유역환경청 주무관은 "현장에 가보면 차를 타고 들어오다가도 안내판을 보고 돌아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우포늪 생태계 보전, 아직 자율로는 힘들어
당초 우포늪은 민간에 공개된 상태에서 감시 관리를 통해 보전하는 방법을 택했다.

탐방객들은 자유롭게 우포늪 주변 경관을 살펴보고 지역 주민으로 구성된 감시원은 불법 낚시나 야생동식물의 불법 포획 및 채취 행위, 쓰레기 투기나 오폐수 방출 등을 단속했다.

하지만 방문객이 증가하자 자율적 보전은 한계에 달했다. 자동차나 자전거, 심지어 말을 타고 우포늪 일대를 거니는 무분별한 출입이 잦아졌다. 이와 함께 자연 그대로였던 우포늪의 생태환경이 훼손되기 시작했다.

결국 관리책임을 지고 있는 낙동강청은 습지보전법에 따른 강제적인 법적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봉착했다. 큰고니와 같은 멸종위기 철새와 가시연 등 희귀수생식물을 비롯한 1500여종의 동식물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이에따라 현재 제한 또는 금지 구역을 함부로 출입할 경우 최대 2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법이란 테두리가 있기에 해당 지역의 훼손을 일부나마 막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습지, 사람 손 '덜' 타면 보전 효과 '늘어난다'
정부가 습지보전법을 통해 습지보호지역을 지정하고 해당 습지의 출입을 제한하거나 금지하는 이유는 이 같은 조치가 실질적인 효과를 보기 때문이다.

일례로 제주도에 있는 동백동산습지는 습지보호지역 지정을 통해 3배가 넘는 생물다양성 증가를 이뤄냈다.

지난해 국립환경과학원이 발표한 '2012년 습지보호지역 정밀조사'에 따르면 동백동산습지의 생물종은 습지보호지역 지정 전인 2005년 당시 조사된 289종보다 1075종이 증가한 1364종이 확인됐다. 무려 372%가 늘어난 것이다. 해당 조사에서는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야생동식물도 55종을 확인했다.

▲ 습지보호지역 지정 후 제주도 동백동산 습지에서 발견된 멸종위기종 Ⅰ급 두점박이사슴벌레(위)와 멸종위기종 Ⅱ급 제비동자꽃

 

대암산 용늪 역시 정부의 관리를 통해 환경이 개선된 예다. 같은 해 조사 결과 용늪의 생물종은 2007년 555종에서 5년 만에 625종이 늘어난 1180종을 기록했다.

용늪의 경우 육지화를 막기 위해 오는 2016년까지 인근에 위치한 군부대를 이전하는 계획도 진행 중이다. 그만큼 사람의 출입을 더욱 줄이겠다는 뜻이다.

생태계 복원 전문가인 에코텍의 김현규 소장은 기고를 통해 "생태계의 산 증거인 습지의 복원과 보전 사업은 새로운 생태복원 사업보다 더 중요한 사업"이라며 "습지의 관광자원 활용은 제한적으로 하고 보전을 우선시 해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다만 법은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관계자들은 전한다. 생태계 보전을 위해서는 국민 인식의 개선이 더 중요하다는 얘기다. 이는 올해부터 출입이 제한된 우포늪도 마찬가지다.

김 주무관은 "출입 제한이라는 게 실질적인 단속이 목적은 아니다"라며 "출입 제한을 통해 사람들이 스스로 주의를 하는 방향으로 변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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