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생산업계, 수소환원제철·전기로 도입 등 탈탄소 집중
철강사용업계, 그린철강 중요성 알지만 가격 장벽에 주저

글로벌 탄소중립 요구에 따라 그린철강 생산체계 구축에 나서고 있는 철강생산업계. 사진은 포스코의 스마트 고로인 포항제철소 제2고로. (사진=포스코)/그린포스트코리아
글로벌 탄소중립 요구에 따라 그린철강 생산체계 구축에 나서고 있는 철강생산업계. 사진은 포스코의 스마트 고로인 포항제철소 제2고로. (사진=포스코)/그린포스트코리아

탄소중립이 글로벌 기준으로 자리잡으면서 산업 전반에도 탄소저감 노력이 요구되고 있는 가운데, 철강을 사용하는 기업들의 인식은 해당 요구를 따르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KoSIF)는 18일 국내 철강생산 기업 50개사와 철강소비 기업 150곳의 인식을 조사한 ‘한국철강산업의 그린 철강 전환’ 보고서를 발간했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철강생산기업들의 절반가량이 그린철강 생산을 고려하고 있으나 철강소비기업들은 대부분 가격을 이유로 그린철강 도입을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 철강생산업계, 탄소중립 대응 위해 그린철강 생산체계 전환 돌입

철강산업은 전세계 온실가스 배출의 7%를 차지하는 온실가스 다배출 업종이다. 우리나라에서 전체 산업 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의 17.2%를 차지하며 1위에 올라 있다.

철강산업이 온실가스 다배출 업종인 이유는 철광석에서 철을 생산하기 위해 코크스, 석회석 등을 용광로에 투입해 가열해야만 쇳물(조강)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해당 과정에서 많은 열이 필요하며 철이 생산되는 과정에서도 많은 온실가스가 배출된다. 때문에 국내에서 가장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기업으로는 단연 철강 생산업계가 꼽힌다.

이에 글로벌 시장에서는 철강산업의 탄소중립을 위해 규제를 도입하고 있다. 대표적인 규제는 유럽연합이 지난해 도입을 확정한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다. CBAM은 철강·알루미늄·시멘트·비료·전력·수소 등 탄소배출이 많은 6개 수입 품목에 대해 탄소배출량이 기준치 초과 시 EU 탄소배출권거래제(ETS)와 연계해 톤당 55달러의 관세를 부과하는 제도다. 지난해 10월 시범도입된 CBAM은 2026년 본격 시행될 예정이다.

이에 철강생산업계는 저탄소 생산 공정을 도입하고, 탄소배출이 적은 친환경 철강생산계획을 도입하고 있다. 대표적인 기업은 포스코다. 2026년 수소환원제철(HyREX)을 도입해 2030년 상용화 목표를 수립하고, 본격 그린철강 생산체계로의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

이외 현대제철은 2050 넷제로 목표를 수립하고 전기고로 기술의 고도화 등으로 저탄소 생산체계로의 정비를 서두르고 있으며, 동국제강도 생산부문의 탄소저감을 위해 하이퍼 전기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처럼 철강생산 기업들은 탄소중립 요구에 대한 대응에 나서고 있다. 이들은 궁극적으로 제조 공정에서 탄소배출량을 최소화한 그린철강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 문제는 수요…국내 철강소비기업 90% “그린철강 도입계획 없다”

한국사회적책임투자포럼의 조사결과 그린철강 도입 의사가 적은 것으로 나타난 국내 철강소비기업들. (자료=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그린포스트코리아
한국사회적책임투자포럼의 조사결과 그린철강 도입 의사가 적은 것으로 나타난 국내 철강소비기업들. (자료=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그린포스트코리아

철강생산업계의 노력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철강을 소비하는 국내 기업들의 그린철강 수요는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이 18일 발표한 ‘한국 철강산업의 그린철강 전환’ 보고서에 따르면 철강생산기업 50곳 중 21곳(42%)가 그린철강 전환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반면, 철강 소비기업 150곳 중 135개 기업이 그린철강에 대한 목표와 계획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150곳 중 1곳만 그린철강 조달 목표를 세웠다고 응답했으며, 조달을 고려 중인 곳은 14곳(9%)에 불과했다.

이와 같이 국내 철강소비기업들이 그린철강 조달에 소극적인 이유는 가격 때문으로 분석됐다. 응답기업의 62%가 ‘비싼 가격 때문에 목표 수립을 하지 않았다’고 응답했다.

그에 비해 그린철강에 대한 중요성은 철강생산기업과 소비기업 모두 중요하게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린철강의 중요도를 5점 척도로 조사한 항목에서 소비기업은 3.57점, 생산기업은 3.72으로 나타났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은 해당 보고서를 통해 “미약한 그린철강 수요는 철강산업의 저탄소 생산체계 전환 노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평가하며 “넷제로 달성을 위해서는 그린철강 도입이 필수적이며, 이를 외면하는 기업들의 넷제로 목표는 현실적인 변화 없이 목표만 제시하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남나현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선임연구원은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그린철강 수요 촉진의 열쇠”라며, “그린철강 기준 확립과 공공조달 확대로 수요를 촉진하고, 그린철강 생산시설 투자에 대한 재정 지원과 그린수소 및 재생에너지 확대로 생산기업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hdlim@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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