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스인덱스 "30대 그룹 사외이사 51%, 법률·회계 분야 전문가"
ESG 전문가는 3.5%…"이사회의 ESG 역량 강화 노력 중요"

리더스인덱스 조사 결과, 사외이사 전문성이 특정 분야에 쏠려 있는 것으로 나타난 국내 30대 그룹 계열사. (사진=본사DB)/그린포스트코리아
리더스인덱스 조사 결과, 사외이사 전문성이 특정 분야에 쏠려 있는 것으로 나타난 국내 30대 그룹 계열사. (사진=본사DB)/그린포스트코리아

국내 대기업들의 이사회의 전문 역량이 법률·정책, 재무·회계, 금융·투자 등 일부 분야에 쏠려 있으며, ESG 역량인 환경·노동 분야의 전문성은 특히 취약하다는 우려가 나왔다. 

이에 이사회의 다양한 역량 확보가 필요함은 물론 기존 이사회의 ESG 역량 강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 주요 그룹 계열사 이사회, 특정 분야 쏠림 현상 

30대 그룹 계열사 사외이사 역량지표 분포 현황. (자료 출처: 리더스인덱스)/그린포스트코리아
30대 그룹 계열사 사외이사 역량지표 분포 현황. (자료 출처: 리더스인덱스)/그린포스트코리아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는 20일 국내 30대 그룹 계열사 이사회의 역량 비중을 분석한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이날 발표에 따르면, 리더스인덱스는 국내 30개 그룹 계열사 중 분기 보고서를 제출한 237개 기업들의 사외이사 827명의 역량을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7개 분야별로 역량 비중을 분석했다.  

그 결과 30대 그룹 계열사의 사외이사들은 ▲법률·정책 분야 27.2%(225명) ▲재무·회계 분야 23.8%(197명) ▲금융·투자 분야 15%(124명) ▲기술 분야 13.8%(13.8) ▲기업경영 12.7%(105명) ▲마케팅 분야 4.0%(33명) ▲환경·고용·노동 분야 3.5%(29명) 순으로 나타났다.

역량 분표율 1, 2위를 차지한 법률·정책 분야와 재무·회계 분야의 사외이사가 전체 분야의 51%에 달할 정도로 사외이사의 역량 비중이 특정 분야에 쏠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리더스엔덱스는 “기업에서 관료, 법조 출신 사외이사들을 선호하는 현상으로 해석된다”고 분석했으며, “최근 기업경영의 주요 이슈가 되고 있는 ESG경영과 관련한 환경, 고용, 노동 분야의 전문 역량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평가했다.

30대 그룹의 계열사 전체 사외이사 827명 중 여성 사외이사는 18.5%인 153명으로 역량 분포는 법률·정책 분야가 32.7%(50명)로 가장 높았으며, 재무·회계 분야(18.3%), 기술분야 13.8%(15.0%), 기업경영(11.1%), 마케팅 분야(9.8%), ESG 분야(7.8%), 금융·투자 분야(5.2%) 순으로 나타났다. 리더스인덱스는 “상법 개정으로 비중이 확대된 여성 사외이사들의 전문 역량에서도 상위 2개 분야 역량이 전체 사외이사 통계와 비슷한 51.1%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그룹별로 봤을 때 법률·정책 분야 사외이사들의 비중이 가장 높은 그룹은 삼성그룹으로 16개 계열사의 사외이사 중 39%가 법률·정책 분야 전문가로 나타났다. 재무·회계 분야에 비중이 높은 그룹은 중흥건설, 네이버, HD현대그룹 등으로 사외이사의 50%가 해당 분야에 쏠려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체 역량 분야 중 가장 낮은 비중을 차지한 ESG 분야에서 가장 많은 수의 전문 사외이사를 보유한 그룹으로는 포스코그룹(14.3%), 영풍그룹(13.3%), 카카오그룹(12.9%) 순으로 나타났다.

◇ 이사회 ESG 역량, '어떻게 쌓아가느냐'가 더 중요해

이번 조사결과에 대해 리더스인덱스는 “국내 대기업들이 지배구조의 투명성 확보를 위해 BSM을 도입하고 있지만 특정 분야에 사외이사들이 쏠리면서 이사회의 전문적 다양성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사회가 회사를 효율적으로 감독하기 위해서는 구성원이 보유한 역량과 전문성, 경험의 다양한 조합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BSM은 이사회의 역량을 평가하고 진단하는 지표로, 뉴욕시연기금 등의 권고로 S&P500 소속 글로벌 기업들이 공시를 시작했고, 호주 등은 의무화한 지표다. 이사회는 기업의 단기적인 성과와 지속가능한 장기 전략에 균형을 맞추고, 다양한 이해관계자 간의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에 기업 지속가능전략에 큰 영향력을 미친다.

이에 따라 BSM을 공시하는 기업들은 늘어나고 있다. SK는 지난 2022년 국내 대기업 최초로 BSM을 도입하고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이를 적용했으며, 삼성전자, LG전자, 금호석유화학, ㈜효성 등도 이를 적용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도 특정 분야에 사외이사의 전문 역량이 쏠리고 있는 것은 기업의 지속가능경영이나 ESG경영 전략에 의구심을 초례할 수 있다. 

한편, 일각에서는 전문 역량 쏠림 현상보다 사외이사들의 전문성을 어떻게 쌓아가느냐가 더 중요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기업의 사외이사는 “그동안 국내 기업의 이사회가 법률, 회계, 재무를 중심으로 구성돼 있던 게 관행으로, 최근 대두된 ESG, 지속가능경영이 이러한 관행을 단기간에 바꾸긴 어렵다”며 “앞으로 이사회 구성에 있어 전문 역량의 다양성을 고려하고, 취약한 분야에 역량을 갖춘 사외이사를 선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또 최남수 서정대 교수는 “ESG경영이 점점 제도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법률, 회계 전문가들이 ESG를 모른다고 할 수는 없다. ESG 법제화, ESG 공시에 법률, 회계의 전문성은 필요하다”며 “기업이 사외이사들의 ESG 역량 제고를 위해 노력하고, 사외이사들도 건강한 환경과 기업의 역할들을 인식한다면 이사회의 ESG 역량 제고는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hdlim@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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