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전문점 등에서 텀블러(개인 컵) 사용자들에게 일정 금액을 할인해 주면 나중에 지자체가 할인 총액만큼을 정산해 보조해주는 사업이 '이벤트'로 진행된다. 서울시에서는 12월에 두 차례에 걸쳐 있을 예정이다. (사진=본사DB)/그린포스트코리아
커피전문점 등에서 텀블러(개인 컵) 사용자들에게 일정 금액을 할인해 주면 나중에 지자체가 할인 총액만큼을 정산해 보조해주는 사업이 '이벤트'로 진행된다. 서울시에서는 12월에 두 차례에 걸쳐 있을 예정이다. (사진=본사DB)/그린포스트코리아

나는 커피를 즐겨 마신다.

일반 커피전문점에서 판매하는 아메리카노 톨사이즈(355ml)를 기준으로 하루에 최소 석 잔은 마신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하루에 5잔 정도는 마시다가 조금 줄인 게 석 잔이다. 40대까지는 달달한 커피믹스를 하루에도 대여섯 잔씩 마시곤 했다. 

이처럼 커피 애호가이면서 동시에 텀블러 애호가이기도 하다.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반드시 내 텀블러를 사용하는게 습관이 됐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덥거나 춥거나 관계없이 텀블러를 휴대한다. 어느 유명 인사처럼 폼 잡으려고 텀블러를 들고 다니는 것이 아니라 실제 사용하기 위함이다. 텀블러를 가지고 다니는 일이 사실 생각보다 귀찮고 성가신 일이긴 하지만 텀블러 없이 커피를 사러 들어가면 상당히 허전할 뿐 아니라 죄를 지은 양 몸이 움츠러들기까지 한다.

텀블러에 대한 사랑이 깊다는 걸  잘 아는 가족들과 지인들은 내게 자주 텀블러를 선물 한다. 때론 가벼운 선물로 다른 것을 받고 싶을 때도 있는데, 여지없이 텀블러다. 덕분에 텀블러 부자가 됐다. 

요즘 애용하는 텀블러 2형제. (사진=본사DB)/그린포스트코리아
요즘 애용하는 텀블러 2형제. (사진=본사DB)/그린포스트코리아

10년간 아낀 커피용 일회용 종이컵, 1000개

내가 텀블러를 사용하는 이유는, 당연한 이야기지만 종이컵을 쓰지 않기 위해서다.

명색이 환경한다는 사람이 종이컵을 쓸 수는 없다면서 텀블러를 애용하기 시작한 게 10년도 넘었다. 텀블러 사용으로 내가 아낀 커피용 종이컵이 얼마나 될까? 하루 석 잔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1년에 대략 1000개 가량의 일회용 종이컵을 아꼈다. 10년이면 1만 개에 달하는 적지 않은 양이다.

커피를 담는 일회용 종이컵 하나를 생산할 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28g이라고 한다. 1만 개를 생산할 때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은 280kg에 달한다. 개인이 혼자서 이 정도의 탄소배출량을 줄인 것이니 텀블러를 쓸 만하다.

텀블러 1개를 생산할 때 발생하는 탄소배출량 약 671g은 종이컵의 24배에 달하는 양이다. 따라서 텀블러를 24번 사용하면 종이컵 탄소배출량을 따라잡는다. 내 경우에는 텀블러 하나를 최소 2년 이상 사용하기 때문에 텀블러 생산에 따른 탄소배출량을 종이컵과 비할 바가 못 된다.  

텀블러를 사용하면 커피값을 할인해 주는 커피전문점도 있기 때문에 텀블러 애용하는 맛이 제법 쏠쏠하다. 한 잔 살 때마다 500원 정도 깎아주니 하루 석 잔이면 1500원 정도 아끼는 셈이다. 큰 돈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예닐곱 번만 이용하면 커피 한 잔이 공짜다. 

하지만 아쉽게도 텀블러 할인 커피전문점이 그리 많지 않다. 우리 회사가 있는 동네에 국한된 현상인지는 알 수 없으나, 하나둘씩 텀블러 할인을 없애는 추세다. 내가 애용하는 커피전문점의 경우만 해도 그렇다. 테이크 아웃은 500원 할인해 3500원이지만, 텀블러 사용자에게 별다른 혜택은 없다. 텀블러 사용 고객들이 일회용 종이컵을 그만큼 아껴주니까 매장 입장에서는 더 고마운 고객인데도 말이다. 

서울 홍대 앞 대로변의 한 커피전문점. 테이크 아웃 고객에게는 할인해주지만, 텀블러 등 개인 컵 사용고객에게는 할인혜택이 없다. (사진=본사DB)/그린포스트코리아
서울 홍대 앞 대로변의 한 커피전문점. 테이크 아웃 고객에게는 할인해주지만, 텀블러 등 개인 컵 사용고객에게는 할인혜택이 없다. (사진=본사DB)/그린포스트코리아

환경부장관은 사퇴해야 마땅하다

이번에 환경부가 일회용품 규제정책을 사실상 포기, 시민들의 친환경생활에 찬물을 끼얹었다. 식당·카페 등에서 일회용 종이컵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카페에서 플라스틱 빨대, 편의점에서 비닐봉지 사용도 한동안 단속하지 않기로 방침을 180도 바꾼 것. 

당초 환경부는 오는 24일부터 단속과 과태료 부과에 나설 예정이었으나 시행을 보름 정도 앞두고선 돌연 백지화했으니 도대체 환경부가 결정한 일이라곤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 한 해에 쓰이는 일회용 컵은 300억 개에 육박한다. 이 중 상당수는 카페와 식당 등에서 쓰인다. 일회용품 규제에 국민들의 87%가 찬성하고 있고, 좀 불편하더라도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자는데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 있는 상황에서 정책포기라니, 환경부가 앞장서서 환경오염에 나서는 격이다. 플라스틱 빨대 사용금지를 비롯한 일회용품 규제 강화는 국제적 추세다. 각국이 앞다퉈 보다 강화된 정책을 내놓고 있는 와중에 대한민국 정부만 이런 흐름에 역행하고 있다.

환경부가 어떤 정책을 내놓든 상관없이 텀블러 애용자들의 '충성심'에는 영향을 끼치지 않겠지만, 이렇게 정책을 결정한 당국자들의 머릿속이 궁금하다.    

환경부는 어디에 빨대를 꽂고 있는 걸까?

빨대는 유용한 도구지만, 그 말의 쓰임은 부정적 이미지다. ‘빨대 꽂는다’는 표현이 그렇다. ‘빨대로 액체를 빨아들이는 것처럼, 남한테 기대어 부당한 이익을 취하는 것을 낮춰 이르는 말’이다(네이버 국어사전). 기생하다, 거저먹다 등의 의미가 담겨 있다. 

이번 일회용품 규제 포기를 접하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표현이 이것이다. 환경부는 어디에 빨대를 꽂고 있는가?

나는 환경을 '팔아' 먹고 사는 일부 시민단체들을 경멸한다. 겉모습은 그럴싸한 환경단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환경을 앞세워서 기업체나 정부 등으로부터 후원금과 보조금을 받아 윤택하게 활동하는 단체들이 있다. 기업체와 정부 등에 빨대를 푹 꽂아놓고 ‘환경팔이’ 하는 가짜들이다. 

환경부의 이번 규제 포기를 두고 조선일보는 사설을 통해 ‘아무리 선거용이라도 해서는 안 되는 일이 있다’고 질타했다. “설사 총선용 정책을 펴더라도 할 수 있는 게 있고 없는 것이 있다”고 이 사설은 직격했다. 이쯤 되면 환경부장·차관은 사퇴해야 마땅하다.  

환경부장관은 우유팩을 재활용하겠다면서 씻어서 말리는 유치원생들에게 부끄럽지도 않나. 

환경부가 선거 눈치 보느라 그랬다고 하니 문득 든 생각. 이번 총선에 제대로 된 환경당이 출현하면 좋겠다. 열일 제쳐두고 선거운동 나설 용의가 있다.

management@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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