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그린 그림, 품질 저하 논란
일러스트레이터들 AI에 일자리 뺏겨 ‘근심’
인터넷서 남의 그림 무단 학습…저작권법 미적용

<편집자주> 올해 게임업계의 최대 화두 중 하나는 AI(인공지능)다. AI가 게임 전반에 도입되면서 개발자는  시간과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게 됐고, 이용자는 전에 없었던 새로운 재미를 느낄 수 있게 됐다. 그러나 풀어야 할 과제는 산적해 있다. AI 혼자서 만든 결과물은 미흡하기에 사람의 손이 닿아야 하고, AI로 인해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기도 한다. 또 AI가 데이터를 학습하는 과정에서 저작권을 침해한다는 논란도 일어난다. AI 전성시대의 명과 암을 들여다본다.

AI가 도입되면서 게임 개발의 패러다임이 크게 변화하고 있지만, 마냥 장밋빛 미래만 펼쳐진 것은 아니다. AI가 만든 작업물의 품질이 아직은 기대 이하라는 평가를 받고 있고, 이용자들의 거부감도 높다.

승리의 여신: 니케 일러스트(사진=시프트업)/그린포스트코리아
승리의 여신: 니케 일러스트(사진=시프트업)/그린포스트코리아
백야극광 이미지(사진=텐센트)/그린포스트코리아
백야극광 이미지(사진=텐센트)/그린포스트코리아

AI가 그린 그림에 손발 표현 오류…이용자들 반발

올해 2월 인기 모바일게임 ‘승리의 여신: 니케’는 때 아닌 AI 논란에 휘말렸다. 프로모션용 일러스트에서 손가락이 부족하거나 인체 비율이 묘하게 맞지 않은 캐릭터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AI가 그린 일러스트에서는 인체의 말단 부위에 오류가 종종 생기는데, 특히 동작이 다양한 손 모양에서 이러한 경향이 짙다.

‘승리의 여신: 니케’가 공개한 이미지에 비슷한 특징이 나타나자 이용자들은 “사람이 아닌 AI가 그린 그림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더구나 게임 개발사 시프트업의 대표가 평소 자신의 SNS에 오픈소스 AI 모델인 스테이블 디퓨전(Stable Diffusion)을 사용한 AI 이미지를 자주 올렸기에 의심이 가중됐다.

그러나 시프트업은 “AI에 그림을 맡긴다는 소문은 사실무근”이라며 “승리의 여신: 니케에 사용된 모든 일러스트는 일러스트레이터가 직접 그린다”며 의혹을 부인했다.

비슷한 시기 중국에서도 AI 논란이 일었다. 텐센트의 모바일게임 ‘백야극광’이 공개한 일러스트에 왼발만 2개 있는 캐릭터가 발견됐기 때문이다. 중국 이용자들은 거세게 항의했고, 해당 일러스트를 그린 작가는 AI를 사용한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개발사측도 “일러스트 작업에 AI를 사용하지 않겠다”며 진화에 나섰다.

이 사건들이 논란이 된 이유는 해당 게임들이 고품질 일러스트를 세일즈 포인트로 내세웠기 때문이다. 또한 AI가 그린 그림을 사용하는 것 자체에는 문제가 없으나, 이를 제대로 알리지 않는 것은 명백한 기만 행위라는 게 이용자들의 인식이다.  

레이아크의 성명문(사진=레이아크)/그린포스트코리아
레이아크의 성명문(사진=레이아크)/그린포스트코리아

AI가 업무 대체…일러스트레이터들 ‘생존 위기’

게임에 이미지 생성 AI를 도입하는 사례는 전세계적으로 점차 늘어나고 있다. 이로 인해 게임사는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게 됐지만, 일러스트레이터들은 일자리를 뺏기면서 생존 위기에 놓였다.

중국 항저우의 게임산업 채용 담당자 레오 리(Leo LI)에 따르면 중국에서는 올해 들어 게임 일러스트레이터의 일감이 절반 이하로 줄었다. 그나마 받아오는 일감도 AI가 그린 그림을 리터칭해 완성하는 단순 업무에 불과하고, 수당도 10분의 1로 쪼그라들었다. 많은 일러스트레이터들이 해고됐고, 회사에 남은 일러스트레이터들은 AI를 사용해 하루에 수십 장의 그림을 찍어내야 한다며 고통을 호소한다.

게임사가 일러스트레이터를 대량 해고한다는 소식을 접한 이용자들의 시선도 곱지 않다. 최근 대만 게임 개발사 레이아크는 일러스트레이터들을 전부 내쫓고 AI에게 관련 업무를 일임했다는 의혹에 휘말렸다. 이용자들은 일러스트레이터들의 그림을 AI에게 학습시킨 후 토사구팽한 것 아니냐며 거세게 반발했다.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확산되자 레이아크는 “아트 관련 인력을 대량 해고한적 없다”며 공식 성명문을 발표했다.

AI의 일자리 위협은 비단 일러스트레이터들에게만 해당되는 문제가 아니다. 챗GPT, 바드 등 초거대 AI들이 코딩까지 척척 해내면서 프로그래머들의 일자리를 뒤흔들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4월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코딩과 프로그래머를 ‘AI에 대체될 위험이 높은 직업군’에 포함시키며 “현재는 수요가 많은 직업이지만, 가까운 미래에 대체될 수 있다”고 전했다.

게임 플랫폼 스팀(사진=스팀)/그린포스트코리아
게임 플랫폼 스팀(사진=스팀)/그린포스트코리아

남의 그림 무단 학습…저작권 침해 문제 해결해야

저작권 침해도 논란거리다. AI는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그림을 학습해 이를 바탕으로 그림을 만들어내는데, 이를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사례가 종종 목격된다. 그러나 국내외 현행법은 저작권 보유자를 인간으로 규정하고 있어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판매자조차 누구의 그림을 학습했는지 알지 못한다. 

최근 글로벌 PC 게임 플랫폼 스팀(Steam)은 AI가 그린 그림이 포함된 게임의 유통을 금지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일부 개발사가 “스팀측으로부터 AI 콘텐츠를 제거하지 않으면 게임을 유통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전달받았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인디 게임들 상당수가 스팀 퇴출 위기에 몰렸다.

논란이 커지자 스팀은 “AI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개발자가 게임에 사용된 모든 작업물에 대해 권리를 가지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을 뿐”이라고 밝혔다. 

dmseo@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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