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혁신·투자자보호 두 마리 토끼잡는 ‘STO’
오는 2030년까지 16조달러 규모 성장 전망
“이르면 내년 하반기 개정법 적용…샌드박스 사업자 주축”

<편집자주> 거래량 감소로 수익이 악화하고 있는 증권시장에 새로운 먹거리가 떠오르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한 증권형 토큰(Security Token)시장이다. 이제 막 태동을 시작했지만 앞으로 증권업계의 새로운 수익을 창출할 차세대시장으로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이 시장은 전세계적으로 오는 2030년에는 2경원에 이르는 초거대시장을 형성할 것이란 전망이다. 이곳을 선점하기 위해 증권사들간 합종연횡도 본격화하고 있다. 연합체를 구성해 주도권을 잡기 위한 전략이다. 증권형 토큰시장을 둘러싸고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는 증권사들의 동맹구축 현황과 전략, 향후 시장 전망, 사업 진행 상황 등을 심층분석해 본다.

글로벌 토큰증권(ST, Security Token)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세가 예상되고 있다. 국내의 경우 금융위원회가 지난 2월 토큰증권 발행 및 유통과 관련한 가이드라인을 공식 발표하며 제도권 편입의 첫 발을 뗐다.

글로벌 토큰증권 시장이 오는 2030년가지 16조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사진=Unsplash)/그린포스트코리아
글로벌 토큰증권 시장이 오는 2030년가지 16조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사진=Unsplash)/그린포스트코리아

◆ICO 대안 떠오른 STO…선진 시장 제도권 편입 ‘속속’

토큰증권은 부동산을 비롯한 다양한 실물자산을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토큰화한 것이다. 주식처럼 보유에 따른 배당금 및 이자 수취 등이 가능하다. 이 토큰증권을 발행하는 것을 STO(Security Token Offering)라고 한다. 주식시장의 기업공개(IPO)와 유사한 개념으로도 이해된다.

토큰증권의 제도화 논의는 지난 2017년 말 전 세계에 블록체인 열풍이 불면서 크게 증가한 가상자산공개(ICO)가 촉발했다. 규제 사각지대에 있던 ICO는 대규모 자금조달 수단으로 각광받았다. 다만 피해를 보는 투자자들이 나오기 시작했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규제에 나서면서 토큰증권이 대안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토큰증권이 제도권에 안착하게 되면, 거래 규모가 큰 현물 자산에 대한 투자 접근성이 일반 개인에게까지 확대될 수 있고,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 위·변조 위험이 현저히 낮아져 거래 신뢰도 역시 높일 수 있다. 또 일정 조건이 만족되면 자동으로 거래가 성사되는 스마트 계약 방식을 활용하기 때문에 자금 조달 비용 역시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스마트 계약을 통해 배당이나 공시 등도 자동화 할 수 있다.

경영 컨설팅 회사 보스턴 컨설팅 그룹(BCG)과 싱가포르 ICHX테크가 설립한 STO 플랫폼 ADDX의 조사에 따르면, 글로벌 토큰증권 시장은 지난해 기준 3100억달러(약 410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오는 2030년까지는 16조달러(약 2경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이는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10% 수준이다.

이미 선진 금융시장 위주로 토큰증권의 제도권 편입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미국, 일본, 싱가포르 시장 등이다.

국내 토큰증권 제도권 편입 타임라인. (자료=금융위원회, 삼성증권)/그린포스트코리아
국내 토큰증권 제도권 편입 타임라인. (자료=금융위원회, 삼성증권)/그린포스트코리아

◆한국 시장 본격 개막은 2024년 말…그 전까진 샌드박스 사업자가 ‘주축’

미국은 2017년 증권성 여부를 판단해 증권인 경우 토큰증권 역시 증권법에 따라야 한다는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이후 아스펜리조트와 22X 등이 최초의 부동산 토큰화와 펀드 토큰화에 성공했고, 지난해 보스턴 증권토큰거래소가 SEC로부터 첫 거래소 인가를 받았다.

싱가포르도 초기에 제도권 편입을 완료했다. 싱가포르 통화청은 2017년 디지털토큰 가이드라인을 발표했고, 2019년 ADDX(구 iSTOX)를 규제 샌드박스 기업으로 지정하며 STO 기업 육성에 나섰다. 2020년엔 ADDX를 최초의 블록체인 기반 토큰증권 플랫폼으로 정식 인가했다.

일본은 2019년 노무라, 다이와 등 6개 증권사가 STO를 위한 자율규제기관 ‘일본 STO협회’를 설립하며 논의를 시작했다. 이듬해 일본 금융청이 금융상품거래법을 개정했고, 올해 연내 SBI홀딩스, 미쓰이스미토모 파이낸셜 그룹이 공동설립한 사설거래소 ODX가 최초의 토큰증권 거래 서비스를 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에선 높아진 조각투자 수요를 안전하게 제도권에 편입하려는 수단으로 토큰증권이 논의되기 시작됐다.

조각투자사들이 보유한 자산의 실시간 정보 확인 등이 어렵다는 점 때문에 폰지 사기 등의 우려가 제기되자 금융당국이 전면에 나섰다. 당국은 이들 기업들이 다루는 상품이 증권에 해당하는 지를 심사하고, 한우키퍼 등 일부 조각투자 상품에 대한 증권성을 인정했다. 이후 증권신고서 미제출 등에 대한 제재는 보류하고 투자자보호 방안을 보완하는 등 사업체계를 재정비할 기간을 부여했다.

이 과정에서 거래의 신뢰도 등을 담보하기 위해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한 토큰증권의 제도화가 본격 추진된 것이다.

금융당국은 올해 상반기 자본시장법과 전자증권법 개정안을 제출하고 내년 중 법 개정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 후속 시행령 개정에 통상 6개월 가량이 추가로 소요되는 점을 감안하면 제도 완비 시점은 이르면 2024년 하반기 혹은 2025년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 전까진 금융규제 샌드박스를 통과한 일부 사업자들이 토큰증권 사업의 주축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윤유동·홍성욱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개정안이 본격 적용되는 2024년 전까진 혁신금융서비스(금융규제 샌드박스) 지정을 받아야 사업이 가능하다”며 “STO 시장은 2024년까지는 규제 샌드박스 지정을 받는 업체 중심으로 형성될 것임에 따라 성장세가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jdh@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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