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산으로 가격 안정화 돌입한 메모리 반도체…업황 회복 기대
세계 반도체 패권 경쟁, 탄소중립 등 산재된 과제 해결 필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의 감산으로 가격 하락세가 안정되면서 업황 회복이 기대되고 있는 반도체산업(사진=클립아트)/그린포스트코리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의 감산으로 가격 하락세가 안정되면서 업황 회복이 기대되고 있는 반도체산업(사진=클립아트)/그린포스트코리아

가격 하락과 수요 감소로 인해 하락세를 지속하던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반등할 기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 경제 한 축을 담당하는 반도체 산업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미국에 이어 유럽연합(EU)가 반도체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반도체법’을 제정하면서 반도체 패권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며, 탄소중립이라는 흐름 속에 RE 100 달성 여부가 또다른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 삼성전자 감산 효과, 반등 조짐 보이는 메모리 반도체

메모리 반도체의 주요 부품인 D램과 낸드플래시의 가격이 회복세에 돌입하면서 전반적인 업황이 반등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범용 D램 제품인 ‘DDR4 16Gb 2666'의 현물 가격이 지난 11일 3.235달러로 전일 대비 0.78% 상승한 후 19일까지 같은 가격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물 가격은 일반 고객들의 구매 등 실시간 수요 변화에 영향을 받는 가격으로, 기업간 거래에 사용되는 ‘고정 가격’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D램의 현물 가격이 상승한 것은 401일 만이다.

이와 함께 낸드플래시 범용 제품인 '3D TLC 512Gb'의 현물 가격 역시 지난 7일부터 가격이 상승한 후 현재까지 조금씩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업계와 증권가는 이러한 가격 상승 요인을 삼성전자의 감산(생산량 하향 조정) 요인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실제 삼성전자는 7일 1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하며, 메모리 반도체의 감산을 공식화했다.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하락으로 인한 실적 악화가 예상보다 컸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기준으로 D램 시장 점유율은 45.1%, 낸드플래시 시장 점유율은 33.8%를 보유한 메모리 반도체 1위 기업이다. 이러한 기업의 결정은 업황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이와 함께 지난해부터 감산을 공식화한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의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의 결정이 더해져 주요 부품의 가격 안정화가 이뤄졌다는 평가다.

이러한 현물 가격 상승이 시장의 추세로 이어질 경우 메모리 반도체 업황 회복 시점이 예상보다 빨라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업계와 증권가는 메모리 반도체의 업황 회복이 올해 연말이 돼야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으나, 현물 가격 상승, 재고 소진 효과가 동반될 경우 3분기부터 업황 회복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반도체 산업을 놓고 치열한 패권 경쟁을 예고하고 있는 미국, 중국, 유럽(사진=클립아트)/그린포스트코리아
반도체 산업을 놓고 치열한 패권 경쟁을 예고하고 있는 미국, 중국, 유럽(사진=클립아트)/그린포스트코리아

◇ 업황 회복 걸림돌이 될 수 있는 과제, 반도체 패권 경쟁

일단 국내 반도체 산업의 최대 걸림돌이 됐던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세 문제는 감산이란 카드로 방어가 될 전망이다. 그러나 메모리 반도체 산업의 업황회복을 위해서는 해결해 나가야할 문제들이 산재돼 있다.

최근 발생한 문제는 미국 반도체법이다. 미 반도체법은 미국 내 반도체 산업 육성과 경쟁 우위를 위한 법이다. 지난해 8월 조 바이든 대통령이 반도체법에 서명했으며, 지난 18일(현지시간) 유럽연합까지 이러한 반도체법에 합의했다.

미국의 반도체법은 자국의 반도체 연구·개발·제조에 대해 보조금과 세제혜택을 지원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문제는 미국 정부의 지원을 받을 경우 미국의 안보에 위협을 주는 국가에 반도체 투자를 제한하는 ‘가드레일’ 조항이 포함됐다는 점이다.

‘반도체 굴기’ 정책을 펼치고 있는 중국을 겨냥한 조항으로 풀이되는데, 중국 내 생산공장을 두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국 반도체법 지원을 받을 경우 중국 내 투자가 어려워 질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EU의 반도체법 역시 430억유로(약 62조원)을 투자해 EU의 반도체 산업을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기존 반도체 시장 점유율 9%를 20%로 끌어올려 미국과 아시아에 대한 반도체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목표다. 다행히 미국 반도체법과 달리 역외 기업에 대한 차별조항은 포함돼 있지 않은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EU의 반도체 시장성이 낮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한국과 미국을 중심으로 투자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반도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新환경경영전략으로 2050 탄소중립을 목표로하고 있는 삼성전자(사진=삼성전자)/그린포스트코리아
新환경경영전략으로 2050 탄소중립을 목표로하고 있는 삼성전자(사진=삼성전자)/그린포스트코리아

◇ 국내 반도체 산업의 가장 큰 문제는 탄소중립… 재생에너지 부족

또 다른 문제는 역시 탄소중립이다. ESG 경영과 탄소중립으로 인한 규제안이 도출되면서 글로벌 고객사들은 제품 생성 과정에서 탄소배출이 없는 ‘넷제로 반도체’를 요구하는 상황이다. 실제 마이크로소프트(MS), 애플, 아마존웹서비스 등의 글로벌 기업들은 2040~2050 탄소중립을 목표로 핵심부품을 공급하는 반도체 업계의 탄소중립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역시 2050 탄소중립을 목표로 수립해 대응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발표한 新환경경영전략을 통해 2050 탄소중립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SK하이닉스 역시 지난해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에서 신설한 ‘반도체 기후변화 대응 컨소시엄’에 참여하며 2050 탄소중립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목표와 달리 양사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지속 증가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온실가스 배출량은 2021년 1927만톤에서 1957만톤(tCO2-eq)으로 늘어났다. SK하이닉스 역시 지난해 온실가스 배출량은 497만3227톤으로 전년(438만8175톤) 대비 13.3% 늘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반도체 산업이 에너지를 다량 소비하는 산업이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소비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는 RE100 실현이 필수 조건이지만 국내 재생에너지 현실상 2050년까지 RE100 달성이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이에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탄소중립을 하지 않으면 제품 판매를 할 수 없는 시점이 오고 있음을 업계 모두 공감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가능한 모든 수단을 고려해 재생에너지 비중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hdlim@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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