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보스 포럼, 유럽의회에서 연이어 발표된 'EU 탄소중립산업법'
IRA 대응 목표…역내 친환경 산업의 규제 완화 및 인센티브 제공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에 대응하고, 역내 친환경 산업 강화를 위해 '탄소중립산업법' 제정을 공식화한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사진=클립아트)/그린포스트코리아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에 대응하고, 역내 친환경 산업 강화를 위해 '탄소중립산업법' 제정을 공식화한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사진=클립아트)/그린포스트코리아

유럽연합(EU)이 역내 친환경 산업에 대한 투자와 생산시설 확대를 위한 ‘그린딜 산업 계획(Green Deal Industry Plan)을 발표했다. 특히 탄소중립산업법을 통해 친환경에너지, 수소 등 탄소중립 산업에 신속한 허가, 자금지원 등을 통해 EU의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우즈룰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지난 17일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서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EU 산업의 역외 유출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지적하며, ‘그린딜 산업계획’을 발표했다.

특히 EU의 그린 딜 산업계획은 탄소중립산업법(Net-Zero Industry Act)을 통해 친환경에너지, 히트펌프, 에너지저장(ESS) 등 탄소중립 산업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고, 보조금 지급, 자금 지원 간소화, 지속적인 기술개발과 인재 양성에 나설 방침임을 밝혔다.

핵심광물원자재법을 통해 희토류 등의 핵심광물을 EU 내에서 생산, 가공, 재활용할 수 있도록 촉진하는 한편, 교역 상대국과 협력해 일부 국가의 중요 광물자원 독점을 극복한다는 계획이다.

EU 집행위가 이러한 조치를 결정한 이유는 미국이 시행하고 있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대응하기 위함으로 평가된다. IRA는 미국이 기후위기 대응과 의료 비용 절감을 위해 투자를 강화하는 한편, 관련 재원 조달을 위한 대기업에 대한 세금 인상을 골자로 하는 법안이다. 미국은 IRA를 통해 2030년까지 온실가스 40% 감축을 위해 에너지 안보 및 기후위기 대응에 3750억 달러(약 479조원)을 투자할 방침이다.

내용만 봐서는 탄소중립을 위한 투자 강화를 위한 법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IRA는 일부 산업에 원산지 규정을 적용하고 있다. 세액공제 등의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제품의 생산이나 조립이 미국, 캐나다 등 북미에서 이뤄져야 하며, 원자재나 부품 역시 북미나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를 체결한 국가에서 채굴·생산돼야 한다. 즉, IRA는 중국 등과의 경제경쟁 우위를 목표로 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EU는 IRA 시행 여파로 친환경 산업 투자가 미국으로 몰리면서 EU 역내 친환경 산업의 위축과 경쟁력 약화를 우려해 왔다. 결국 EU 집행위의 탄소중립산업법은 미국 IRA에 대응해 유럽 역내 기업들의 유출을 막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인 셈이다.

◇ EU 탄소중립산업법 예의 주시 필요… 부정적 요소 줄이고 이점은 확보해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현지시각으로 18일에 열린 유럽의회 본회의에서도 ‘탄소중립 산업법’ 제정을 명확히 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친환경 기술이 필요하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다”며 “우리의 답은 ‘그린 딜 산업 계획’이며, 그 핵심 수단으로 탄소중립산업법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또한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EU 탄소중립산업법이 EU 반도체법과 유사한 형태로 설계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EU 반도체법은 430억유로(약 59조원)를 투입해 2030년까지 전 세계 반도체 생산 시장 점유율을 현재 9%에서 20%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다시 한번 규제 완화와 인센티브를 예고한 것으로 풀이된다.

EU집행위의 이러한 조치에 우리나라 기업들도 상황을 주시해야 하는 상황이다. EU 집행위의 초안에 따라 국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실제 미국 IRA 시행 당시 북미에서 조립 생산된 친환경차에만 인센티브를 지급하도록 결정해 국내 자동차산업계는 여전히 대응책을 고민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한국무역협회는 EU 탄소중립산업법에 대한 의견 수렴과정에서 한국기업들에 부정적인 영향이 최소화할 수 있도록 의견을 전달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일부 전문가들은 유럽 내 생산 인프라를 구축한 기업은 유리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EU 탄소중립산업법 역시 IRA와 같이 역내 생산에 차별 지원하는 정책일 가능성이 높다”며 “중국 기업들의 수출이 억제되고 EU에 직접 진출하는 기업들에게 유리하게 작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hdlim@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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