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스테르담 호텔, ‘콜오브듀티’에 “우리 호텔 등장 싫다”
사전 허락 없었다…총격전 배경 된 것에 법적 대응 고려

콜 오브 듀티에 등장하는 컨저버토리움 호텔(출처= reddit)
콜 오브 듀티에 등장하는 컨저버토리움 호텔(출처= reddit)

지난 10월 29일 출시된 액티비전의 FPS게임 ‘콜 오브 듀티: 모던 워페어 II 2022(이하 콜 오브 듀티)’와 관련해 암스테르담 호텔이 “허가 없이 우리 호텔이 게임에 등장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유감을 표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위치한 5성급 호텔 컨저버토리움 호텔(Conservatorium Hotel)은 10월 26일 “우리는 폭력을 조장하는 게임을 지원하지 않는다”며 “콜 오브 듀티는 우리의 핵심 가치를 반영하지 않으며, 우리는 원치 않는 참여를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호텔측은 액티비전에 대해 법적 조치도 고려중이다.

컨저버토리움 호텔은 콜 오브 듀티에서 원래 이름 대신 ‘브레인베르흐(Breenbergh)’라는 호텔로 등장한다. 이름은 다르지만 건물 외부 및 내부 구조는 동일하다. 이 호텔은 게임의 싱글플레이 모드 및 멀티플레이 맵 모두에서 발견되며, 게임 특성상 총격전의 배경이 된다. 호텔측은 1800년대 은행으로 사용됐던 역사적 건축물이 총격전으로 망가지는 것을 원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게임 속에 등장하는 건물이 게임 개발사와 갈등을 빚은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소니 컴퓨터 엔터테인먼트(SCE)가 2006년 출시한 ‘레지스탕스: 인류몰락의 날(Resistance: Fall of Man)’도 실제 성당의 모습을 담았다가 곤혹을 치렀다. 해당 게임에 등장한 맨체스터 대성당은 신성 모독과 저작권 침해를 이유로 소니측에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일반적으로 유럽에서는 오래된 교회 건물의 저작권은 인정받지 못한다.

레지스탕스: 인류몰락의 날(출처=위키피디아)

SCE는 “이 게임은 현실을 기반으로 하지 않는 허구의 세계”라고 주장했지만 유럽 전체에서 논란은 사그러들지 않았다. 급기야 매주 수요일 영국 하원에서 열리는 총리 질문 시간에 이와 관련된 질문이 나왔고,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대기업은 게임이 미치는 영향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발언했다. 결국 SCE는 “해당 게임에서 맨체스터 대성당으로 표시한 점에 대해 사과드린다”며 주요 신문에 사과문을 게재했다.

유럽과 달리, 미국에서는 게임사의 손을 들어줬다. 군용차량 제작사 AM 제너럴(AM General)은 2017년 콜 오브 듀티에 자사의 군용 차량이 무단으로 등장한 것과 관련해 액티비전에 소송을 제기했다. AM 제너럴은 “액티비전이 우리의 라이선스를 받지 않고 수십억 달러의 불법 수익을 얻었다”고 손해 배상을 요구했으나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법원측은 “예술 작품은 법적 책임 없이 상표를 사용할 수 있다”며 콜 오브 듀티에서 해당 군용 차량이 등장하는 부분은 현실감을 올려주기 때문에 예술과 관련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AM 제너럴이 상표권 침해로 입은 피해를 입증하지 못했다고도 밝혔다.

클로저스의 펌프킨 타운(출처=인터넷 갈무리)
클로저스의 펌프킨 타운(출처=인터넷 갈무리)

한편 한국에서도 게임 속에 실제 건물을 담은 사례가 종종 발견된다. 최근 넥슨의 ‘클로저스’는 핼러윈 이벤트로 이태원 거리를 그대로 담은 ‘펌프킨 타운’을 오픈했지만, 최근 발생한 예기치 않은 사고로 해당 던전을 통째로 삭제하기도 했다.

dmseo@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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