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둔화 원인, 고환율·고금리로 위험가중자산에 부담"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4분기 지속, 선제적 대응 필요

4대 금융지주 사옥.(사진=각 사)/그린포스트코리아
4대 금융지주 사옥.(사진=각 사)/그린포스트코리아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들의 3분기 자본비율이 하락하면서 자본건전성·적정성에 경고등이 켜졌다.

현재 금융지주들이 국제결제은행(BIS)비율과 보통주자본(CET1)비율 모두 규제율을 웃돌고 있으나 금리 상승과 고환율, 주가 하락 등으로 위험가중자산이 급증한 데다 채권 시장에서도 자금경색이 일고 있어서다.

최근 금융지주들은 자본건전성 관리에 나서며 현재까지 자본적정성은 양호하게 유지되고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문제는 장기화하는 3고(고환율·고물가·고금리)현상과 채권 시장 경색으로 향후 금융지주들의 자본건전성·적정성도 빙하기를 맞을 수 있다는 우려다. 이에 대해 금융지주들이 선제적으로 자본건정성 관리에 더 힘을 써야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31일 4대 금융지주의 3분기 경영실적 발표와 팩트북(Factbook)에 따르면, 금융지주 9월 말 자본비율은 전 분기 대비 하락했다. 

◇ 4대 금융지주 BIS비율·보통주 자본비율 하락세

4대 금융지주의 9월 말 BIS비율은 전 분기보다 대체로 하락했다. 

하나금융은 9월 말 BIS비율은 15.22%로 전 분기 대비 0.64%포인트 급감했다. 이어 KB금융은 9월 말 BIS비율은 15.42%로 전 분기 대비 0.21%포인트 하락했다. 우리금융의 9월 말 BIS비율은 14.30%로 전 분기 대비 0.1%포인트 내렸다. 

신한금융만 BIS비율이 전 분기와 동일했다. 신한금융의 9월 말 BIS비율은 전 분기와 동일한 15.9%를 유지했다.

BIS비율은 은행의 자기자본을 위험가중자산(RWA)으로 나눈 값으로 재무구조 건전성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이다. 총자본비율은 은행의 총자본(분자)을 위험가중자산(분모)으로 나눈 값을 뜻한다. 비율이 높을수록 건전성이 좋다는 신호다.

반면 비율이 줄었다는 것은 위험가중자산이 은행 자본보다 크게 늘었다는 것을 뜻한다. 금융당국의 규제 기준은 보통주자본비율 7.0%, 기본자본비율 8.5%, 총자본비율 10.5%다. 

4대 금융지주의 보통주 자본비율도 요동치고 있다.

4대 금융지주별로 보면, 9월 말 하나금융 보통주자본비율은 전 분기 대비 0.45%포인트 하락한 12.73%로 나타났다.

이어 KB금융의 보통주자본비율은 12.60%으로 전 분기 대비 0.33%포인트 하락했다. 우리금융 보통주자본비율은 전 분기 대비 0.2%포인트 내린 10.9%이다. 신한금융은 보통주자본비율은 전 분기와 유사한 12.7%를 나타냈다.

보통주 자본비율은 BIS의 자기자본비율 중 하나로 금융회사의 손실 흡수능력을 보여주는 핵심 지표 중 하나다. 회사의 배당 여력을 가늠하는 데도 활용된다.

◇ 4대 금융지주 RWA 급증…하나금융, 전기比 23.48% 증가

금융지주의 자본비율 둔화는 금리 상승, 고환율, 주가 하락 등 복합적인 원인들이 위험가중자산(RWA)에 부담으로 작용했기 때문으로 보여진다.

올해 상반기 말 기준 KB·신한·하나·우리금융 등 4개 금융그룹의 위험가중자산은 총 1044조8953억원이었다. 금융지주들의 위험가중자산이 1000조원을 넘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금융지주들의 3분기 기준 위험가중자산을 살펴보면, 하나금융의 9월 말 위험가중자산은 249조8290억원으로 전 분기(235조8550억원) 보다 23.48% 증가했다. 하나금융은 "환율 효과 등으로 인한 위험가중자산 증가로 전 분기 대비 자본비율이 하락했다"며 "경상화한 보통주 자본비율은 13% 상회, 환율시장 안정 시 이례 요인은 해소가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금융의 9월 말 위험가중자산은 전 분기(211조1520억원) 대비 5.6% 증가한 222조9810억원을 기록했다. 우리금융은 "위험가중자산 관리 등 적극적 자본적정성 제고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신한금융은 9월 말 위험가중자산은 301조9160억원으로 전 분기(288조2830억원)보다 4.7% 늘었다. 신한금융은 "원화가치 하락에 따른 외화대출 및 통화파생상품 자산 증가 등으로 신용 RWA가 큰 폭으로 증가했고, 금리 상승에 따른 채권 평가손실 증가로 기타포괄손익이 감소하고 자사주 취득·소각, 분기 배당 등 자본감소 요인 등으로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KB금융의 9월 말 위험가중자산은 321조6552억원으로 전 분기(307조6305억원) 보다 4.5% 증가했다. KB금융은 "기업여신 중심의 성장과 해외자산 확대로 위험가중자산 증가 및 금리상승과 주가 하락에 따른 기타포괄손익누계액(AOCI)감소 영향으로 BIS 비율은 전 분기 대비 감소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가  4분기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금융권에서는 금융사들이 선제적인 자본 건전성 관리 차원으로 부실채권(NPL)을 매각하거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해 자본조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3고(고환율·고물가·고금리)현상과 채권 시장 경색으로 4분기에는 금융시장 변동성이 더 확대돼 예상치 못한 손실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며 "이에 따라 선제적으로 자본 건전성 관리에 나서야 하며, 이를 위해 신종자본증권 발행이나, 부실채권 매각 등 자본조달에 힘써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 금융지주들 "자본적정성 유지…주주환원 정책 지속"

다만 금융지주들은 3분기 자본비율 하락에도 안정적으로 자본건정성을 관리해 자본적정성을 유지, 주주 환원 정책을 펼치겠다는 입장이다.

이태경 신한금융 최고재무관리자(CFO)는 3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감독당국은 스트레스 테스트를 견고하게 해서 자본비율을 보겠다고 했다"며 "내부 자체 테스트와 금융감독원의 테스트 모두 보통주자본(CET1)비율이 높은 수준으로 나왔다"고 말했다.

서영호 KB금융 CFO는 "4분기 배당을 포함한 연간 배당은 지난해 배당 성향보다 더하는 게 목표이다"며 "KB금융의 이익 규모나 자본비율 등을 볼 때 어떤 이유로든 경쟁사, 다른 회사에 자사주 매입을 포함한 배당 성향이 뒤쳐질 이유는 없다. 주당 배당액과 전체 현금배당액이 지난해보다 줄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리금융은 비은행 M&A에 자본을 활용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성욱 우리금융지주 재무부문 부사장(CFO)은 "최근 은행이 보유한 채권금리의 급격한 상승, 투자파생상품 평가익 증가 등으로 인한 위험가중자산 증가 등으로 자본비율이 감소하는 측면이 있었다"며 "이는 환율이 안정되면 자동적으로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2금융권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 우려로 주가순자산비율(PBR) 등이 많이 하락한 상태"라며 "그만큼 자본비율이 낮아져 인수하기에 무리가 없고, 중대형 증권사는 부담이 있지만 자본 확충 등을 통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son90@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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