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BIS 비율 낮고·RWA 높아…증권사 인수 복병
"증권사 인수 본격화 내년…추가 자금 조달 방안 관건"
우리금융 "서둘러서 하기보다는 적절한 타이밍 볼 것"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사진=우리금융지주)/그린포스트코리아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사진=우리금융지주)/그린포스트코리아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최대 숙원 과제로 꼽히는 증권사 인수에 속도 조절을 한다. 증권 포트폴리오 추가에 서두르기보다는 시장 상황을 지켜보며 규모부터 실적까지 걸맞은 증권사 인수에 나서겠다는 복안이다.

우리금융은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 차원에서 증권사 인수가 필수 요소로 꼽힌다. 다만 현재 우리금융이 BIS(국제결제은행) 총자본비율은 낮고 위험가중자산비중(RWA)은 높아 추가 자금 조달 방안을 내세워 신중하게 증권사 인수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에 현재 손 회장이 연임 가능성이 커진 만큼, 우리금융의 증권사 인수는 내년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의 임기는 내년 3월에 만료된다. 현재로선 손 회장의 연임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손 회장이 임기 동안 우리금융 실적을 최대치로 이끌어냈기 때문이다. 우리금융의 올해 상반기 순이익은 1조761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4.1% 늘면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올해는 3조원 이상의 순이익 달성도 전망된다. 우리금융은 지난해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97.9% 증가한 2조5879억원이다.

손 회장의 연임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우리금융의 향후 관건은 증권사 인수이다. 현재 우리금융은 4대 금융지주 중 유일하게 증권사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

우리금융은 지난 2004년 인수한 LG투자증권을 우리증권과 합병시킨 뒤 우리투자증권(현재 NH투자증권)이란 대형 증권사로 키워낸 바 있다. 이후 2014년 공적자금 회수를 위해 분리 매각을 해야하는 상황에 놓이면서 우리투자증권을 NH금융에 넘긴 아픔이 있다. 우리투자증권은 NH농협증권과 합병하면서 NH투자증권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우리금융은 증권사 인수에 절실하다. 이에 따른 손 회장의 의지도 강하다. 올해 신년사에서 손 회장은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대를 추진하는 동시에 기존 비은행 자회사의 괄목할 성장을 이끌 것이다"며"증권 등 기업가치를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만한 무게감 있는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대를 한층 속도감 있게 추진할 것이다"고 밝힌 바 있다.

이성욱 우리금융 재무부문 부사장(CFO)은 올해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증권사와 벤처캐피탈 인수를 우선순위에 놓은 정책은 바뀌지 않았다"면서 "증권사의 경우 그룹 내 시너지가 가장 크고, 벤처캐피탈을 인수하면 핵심 경쟁력을 갖출 수 있어 우선적으로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증권사 인수에 있어 자본비율이 복병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우리금융 자본비율이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증권사 인수를 위해선 BIS비율 관리가 필수 요소로 꼽힌다. 금융지주가 증권사를 인수할 경우 증권사의 위험가중자산이 금융지주로 모두 포함되기 때문에 BIS비율도 하락한다.

우리금융은 지난해 11월 내부등급법 완전 도입을 계기로, BIS 총자본비율을 개선한 바 있다. 우리금융의 지난해 말 BIS비율은 15.05%로 15대까지 끌어올렸다.

그러다 올해 1분기 14.77%로 소폭 하락, 2분기에는 14.23%로까지 주저앉았다. 이는 타 금융지주 대비 낮은 자본비율이다. 올해 2분기 KB금융(15.64%), 신한금융(15.94%), 하나금융(15.86%), 농협금융(15.60%)과 1.5% 이상 격차가 난다. BIS비율은 금융사의 위험자산(부실채권) 대비 자기자본비율이다. BIS는 1988년 7월 각국 은행의 건전성과 안정성 확보를 위해 최소 자기자본비율에 대한 국제적 기준을 마련했다.

이와 함께 우리금융은 보통주자본비율도 낮아지고 있다. 지난해 말 11.43%였던 우리금융의 보통주자본비율은 올해 2분기 11.06%로 하락했다.

반면 우리금융의 위험가중자산비중(RWA)은 늘고 있다. 우리금융의 올해 상반기 위험가중자산은 211조4390억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9.8% 늘었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위험가중자산 증가율은 4대 금융지주사 중 가장 높은 수준이며 상반기에만 9.8%나 증가하고 있다”며 “자본비율의 절대적인 수준도 경쟁 은행들보다 현저히 낮고, 향후 비은행을 계속 추가 확대해야 하는 점을 감안하면 위험가중자산과 자본비율 관리 노력을 더욱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우리금융은 증권사 인수를 위한 실탄 마련이 절실해지면서 최근 롯데카드 인수를 포기하기도 했다. 우리금융은 롯데카드 유력 인수 후보자로 이름을 올린 바 있지만, 지난달 예비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 우리금융이 롯데카드 인수를 포기할 경우 증권사 인수 자금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에서는 우리금융이 보유하고 있는 롯데카드 지분(20%)을 넘길 경우 3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챙길 수 있다고 본다.

현재 증권시장이 위축된 점은 우리금융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증권사 수익성 하락과 맞물려 몸값이 떨어져 매물로 나올 경우 합리적인 가격으로 인수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유력한 후보로 거론된 증권사는 ▲SK증권 ▲유안타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 등이다. SK증권과 이베스트투자증권은 사모펀드를 최대주주로 뒀다는 측면에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우리금융은 증권사 인수가 신중하다. 자본비율이 내려간 상황에서 증권사를 인수하면 위험가중자산이 늘어 자본비율이 하락한다. 자본비율이 하락하면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가 흔들릴 가능성도 있다. 이에 금융권에서는 우리금융이 추가 자금조달 방안을 세워 장기적인 플랜으로 접근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증권사 매물은 올해보다 내년에 저평가될 가능성이 높아 타이밍상 올해보다는 내년에 증권사 인수를 본격화하기가 좋다"며 "자본비율이 낮아지고 있는 만큼, 우리금융이 인수 자금 마련을 위해 장기적으로 접근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우리금융F&I를 출범시켜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와 성과를 보이고 있다"며 "증권사 인수는 서둘러서 나서기보다는 적절한 타이밍을 보고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son90@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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