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부진에 화재 여파까지…안정성·신뢰성 저하
'주가 방어책·신사업'…주가 반등·실적 성장 노력
증권가 "카카오뱅크 목표가↓, 부진한 실적 전망"

카카오뱅크 판교오피스.(카카오뱅크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카카오뱅크 판교오피스.(카카오뱅크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카카오뱅크가 설립 이래 최대 위기에 처했다. 주가 부진에 이어 최근 데이터센터 화재 사태까지 악재가 겹치면서다. 또 연초 임원진의 주식처분으로 지배구조에 대한 투자자 신뢰까지 잃은 상태다.

이에 증권가에서는 카카오뱅크의 향후 주가와 실적을 놓고 다소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주가 방어책 카드를 꺼내 들고, 신사업을 준비하면서 주가 반등과 실적 성장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카카오뱅크가 악재를 디딜 수 있을지는 미지수로 보여진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가 설립 이후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 15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 SK C&C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해 카카오 계열사의 일부 서비스가 원활하게 작동되지 않았다. 카카오뱅크는 서울 상암동에 별도의 전산 센터를 두고 있어, 판교에서 일어난 이번 화재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 않았다. 하지만 카카오톡을 통한 간편 이체, 모임통장 친구 초대 등 카카오톡에 기반한 일부 서비스가 작동되지 않았다.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는 이번 화재로 인해 국회 국정감사에까지 불려 나간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데이터센터 화재에 따른 카카오 먹통 사태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해 종합감사 추가 증인으로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를 소환했다.

데이터센터 화재 이후 카카오뱅크 주가는 요동쳤다. 지난 17일 카카오뱅크는 전 거래일보다 -5.14% 내린 1만6600원에 장을 마쳤다. 카카오뱅크는 장중 52주 신저가까지 기록했다.

다만 이날 카카오뱅크는 반등에 성공했다. 이날 카카오뱅크는 전 거래일 대비 3.36% 상승한 1만72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이날 카카오뱅크 시가총액은 8조1981억원으로 8조원을 다시 회복했다.

이미 카카오뱅크 주가는 고점 대비 약 80% 폭락한 상황이다.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8월 6일 6만9800원에 상장한 뒤, 8월 19일 사상 최고점인 9만2000원까지 올랐다. 이에 카카오뱅크 임원진들은 자사주까지 매입하면서 주가 방어에 나서고 있다. 자사주 취득은 기업이 주가 안정과 주주가치 제고 등을 목적으로 직접 자기 회사 주식을 사들이는 것으로, 주주환원 정책 중 하나로 여겨진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6~7일간 카카오뱅크의 김석 최고전략책임자, 안현철 최고연구개발책임자 등 12명의 임원이 자사주 총 5만685주를 매입했다. 지난 7월 카카오뱅크의 이형주 최고비즈니스책임자, 허재영 금융소비자보호총괄책임자, 유호범 내부감사책임자, 이지운 위험관리책임자 등이 자사주 총 3만3685주를 매입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카카오뱅크 임원들이 최근 매입한 자사주는 총 8만4370주에 달한다.

이와 함께 카카오뱅크는 반대매매를 우려해 최근 100억원 규모의 회사 기금을 조성해 우리사주를 매입한 직원들에게 대출 지원에 나서기로 결정했다. 반대매매는 주가 하락 등에 따라 투자자가 외상으로 산 주식(미수거래)의 결제 대금을 납입하지 못하면 증권사가 손해를 방지하려 주식을 강제로 팔아 채권을 회수하는 것이다.

카카오뱅크 직원들은 우리사주 취득 시 한국증권금융을 통해 자금을 대출받을 수 있지만 대출 약관상 주가 하락으로 통상 60%인 담보 비율을 유지하지 못하면 추가 담보를 납부하거나 대출금 상환으로 담보 부족을 해소해야 한다. 지난해 8월6일 상장 당시 카카오뱅크 직원들은 전체 물량의 19.5%인 1274만3642주를 우리사주로 매입했다. 1인 평균 1만2500주(약 4억9000만원)이다. 해당 직원들은 우리사주 보호예수 기간(1년)이 있어 처분하지 못한다.

문제는 카카오뱅크의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최근 화재 여파로 주가 하방 압력이 더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카카오뱅크 이미지 훼손을 넘어 플랫폼 서비스에 대한 안정성·신뢰성 저하로까지 이어질 수 있어서다. 최악의 경우 향후 실적에도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이에 따라 카카오뱅크가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우선 윤 대표는 카카오뱅크의 주가 방어와 실적 성장을 위해 신사업으로 펀드 진출, 개인사업자 대출 개시 등을 준비하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당장 이달 말 개인사업자 뱅킹 출시를 앞두고 있으며, 내달 2일에는 3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윤 대표는 지난 7일 대표 명의 메시지를 통해 "카카오뱅크의 실적은 여전히 견고하다"며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1628억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7% 성장했으며, 현재 고객 수 2000만명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달 말에는 카카오뱅크 개인사업자 뱅킹 서비스가 출시된다. 이를 통해 카카오뱅크는 지금까지의 리테일 뱅킹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800만명의 개인사업자 고객을 대상으로 한 기업 뱅킹까지 서비스를 확장하게 될 것이다"며 "앞으로도 주주 여러분들의 변함없는 신뢰와 성원을 바탕으로 주주 여러분의 기대에 부응하는 성장을 반드시 이끌어 내겠다"고 덧붙였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카카오뱅크를 놓고 부정적인 전망이 우세하다. 삼성증권은 최근 카카오뱅크 목표가를 기준 3만7000원에서 1만5000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키움증권도 4만9000원에서 2만 원으로, DB금융투자도 2만4600원에서 1만6200원으로 목표주가를 낮췄다.

이병건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카카오뱅크의 연간 대출 성장은 당초 예상했던 4조원 수준에 크게 못 미칠 것으로 보이며 연계 대출과 연계 계좌 관련 수수료 수익도 부진했을 것이다"며 "부동산시장이 침체해 전세대출 증가세가 둔화하고 금리 상승으로 신용대출이 역성장했다. 올해 4분기 개인사업자 대출상품 출시 등으로 2023년 이후 연간 3조원 내외로 대출 증가 금액이 반등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시장 상황이 너무 어렵다"고 설명했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국 기준금리 인상으로 가계부채 부실화 위험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어 경기부양을 위한 대출 확대 정책보다 규제가 강화될 가능성도 높다"며 "금융혁신이 인터넷 전문은행 성장에 기여했듯이 규제 강화는 당분간 인터넷 전문은행 성장의 제약요인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당분간 기대한 수준보다 비교적 부진한 실적을 달성할 것"이라면서 "주택담보대출, 자영업자대출 등 신규 상품 출시에도 예상과 달리 기대 이하의 대출 성장률을 기록하고 비이자 부문 실적 역시 기대 이하 실적을 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카카오뱅크는 내년 상반기 시작을 목표로 펀드 판매 사업을 준비하고 있으며, 연내 중으로 개인사업자 대출 출시하는 등 신사업을 통해 경쟁력을 끌어올릴 방침”이라고 말했다.

son90@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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