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업사이클링으로 ‘음쓰’ 줄이는 기업들
‘정상 기준’ 벗어난 농산물에 주목하는 이유

식탁이 지속가능하려면 무엇을 먹는지와 함께 얼마나 버려질지를 함께 생각해야 한다. 흔히 음식물쓰레기 하면 가정에서 나오는 것만 생각하기 쉬운데 식품 생산과 유통 과정에서 발생하는 음식물쓰레기 양도 상당하다. 기업이 생산과 유통 시 할 수 있는 실천을 살펴본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식탁이 지속가능하려면 무엇을 먹는지와 함께 얼마나 버려질지를 함께 생각해야 한다. 흔히 음식물쓰레기 하면 가정에서 나오는 것만 생각하기 쉬운데 식품 생산과 유통 과정에서 발생하는 음식물쓰레기 양도 상당하다. 기업이 생산과 유통 시 할 수 있는 실천을 살펴본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식탁이 지속가능하려면 무엇을 먹는지와 함께 얼마나 버려질지를 함께 생각해야 한다. 흔히 음식물쓰레기 하면 가정에서 나오는 것만 생각하기 쉬운데 식품 생산과 유통 과정에서 발생하는 음식물쓰레기 양도 상당하다. 이에 많은 기업들이 버려지는 식재료로서의 음식물에 주목,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음식물쓰레기 문제를 해결하려면 소비자가 할 수 있는 실천과 함께 생산과 유통과정에서 기업이 할 수 있는 일을 함께 짚어볼 필요가 있다. 먼저 기업이 생산과 유통 시 할 수 있는 실천을 살펴본다. 

◇ 푸드업사이클링으로 ‘음쓰’ 줄이는 기업들

당연한 이야기지만 우리가 먹고 마시는 식품으로서의 음식물은 제조 과정에서부터 수많은 부산물을 발생시킨다. 다행스러운 건 최근 식품 부산물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고민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커피찌꺼기와 맥주박을 재활용하는 사례부터 깨진 조각쌀과 콩 비지 등을 활용하는 사례까지 다양하다. ‘푸드업사이클링’으로 버려지는 식재료를 활용하면 탄소발자국을 줄이고 부산물 처리에 드는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현대인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커피의 경우 커피보다 추출 후 남는 원두 찌꺼기가 더 많다. 업계에 따르면 원두의 0.2%만 사용되고 나머지 99.8%는 찌꺼기로 배출된다. 국내에서는 지난 3월 15일부터 커피 전문점에서 배출되는 커피찌꺼기가 폐기물이 아닌 순환자원으로 인정되면서 커피박 재활용률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실제로 스타벅스코리아는 올해를 ‘커피찌꺼기 업사이클링 원년’으로 삼고 커피찌꺼기 폐기물 재활용으로 지속가능경영 강화에 나선다고 지난 14일 밝혔다. 스타벅스는 2015년부터 커피찌꺼기 재활용 프로세스를 구축해왔다. 2016년에는 업계 최초로 환경부, 자원순환사회연대와 커피찌꺼기 재활용 활성화 시범사업을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지난 8년간 생산한 커피 퇴비 누적량은 9월 기준 975만 포대. 스타벅스는 올 연말까지 약 25만 포대 이상의 커피 퇴비를 추가 생산해 연내 커피박 재활용 퇴비가 누적 1천만 포대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아메리카노 톨 사이즈 기준 약 15억 잔 분량의 커피를 추출한 후 남겨진 커피찌꺼기를 재활용한 양이다. 

커피찌꺼기는 식물이 성장하는데 필요한 질소, 인산, 칼륨 등이 풍부하고 중금속 성분이 없어 병충해를 방지한다. 유기질 함량도 높아 천연 비료 역할을 할 수 있다. 커피 퇴비를 활용하면 농가 비료 구입 부담을 덜 수 있다. 스타벅스는 친환경 커피찌꺼기 퇴비를 농가에 지원할 뿐만 아니라 커피 퇴비로 재배한 농산물을 푸드 상품 원재료로 사용한 상품 26종을 매장에서 판매하고 있기도 하다. 

부산물이 많이 나오는 품목으로는 맥주도 있다. 맥주 양조 과정에서는 곡물 찌꺼기가 발생하는데 맥주 18리터를 만들면 13리터가 찌꺼기로 배출된다. 다행히 과거 음식물쓰레기로 취급된 맥주박이 최근 들어 식재료와 동물사료 등으로 주목받고 있다. 맥주박에 섬유질과 단백질, 비타민 등이 함유돼 있어서다. 

이에 맥주 제조업체에서는 맥주박 활용에 집중하고 있다. 수제맥주기업 카브루는 지난해 구미호 맥주 생산 과정 중 발생하는 수제맥주 부산물을 피자 도우에 활용, 맥주박 피자를 선보였고 오비맥주는 지난 6월 카스 맥주박 업사이클링 친환경 요리 이벤트를 진행했다.

이밖에 CJ제일제당은 지난 4월 푸드 업사이클링 사업 전문 브랜드 ‘익사이클(Excycle)’을 론칭하며 ‘익사이클 바삭칩’이라는 스낵 제품을 선보였다. 깨진 조각쌀과 콩 비지가 60% 함유된 고단백 영양 스낵으로 한 봉지에 계란 1개 분량의 단백질과 바나나 2개 분량의 식이섬유가 담겼다고 전해진다. 

◇ ‘정상 기준’ 벗어난 농산물에 주목하는 이유

음식물쓰레기는 유통 과정에서도 발생한다. 전세계 농산물의 최대 25%가 못생겼다는 이유로 폐기되고 있다. 모양, 크기, 색깔 등 대형 유통업체에서 관리비용 절감과 상품화를 위해 정해놓은 ‘정상 기준’에서 벗어났다는 이유다. 이 기준을 벗어나면 ‘못난이 농산물’로 불리며 판로를 잃고 그대로 버려지거나 가공용으로 헐값에 처분된다. 

어글리어스 자료에 따르면 상처가 있거나 크기가 일률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폐기되는 농산물은 전체 생산량의 30%에 이른다. 비용으로 따지면 최대 5조원에 이른다. 이에 기성 유통업계가 정한 기준이 아닌, 자연이 정한 기준에 따라 자연스럽게 큰 농산물 판매에 나서는 업체가 늘고 있다. 

대표적으로 어글리어스는 규격에 벗어났다는 이유로 버려지는 농산물에 주목, 가구 형태나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정기배송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못생겨도 맛있다’라는 문구를 내걸고 친환경 농산물을 시중 가격보다 최대 30% 저렴한 가격에 판매한다. 

예스어스도 못난이 농산물에 대한 인식 개선 및 올바른 장보기를 위해 할인된 금액으로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농산물의 산지 폐기를 줄이고 소비자와 생산자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유통구조 만들기 위해 각 품종 특성을 기준으로 상품을 선별한다. 

못난이 농산물 재배 농가와 식품가공업체를 직접 연결해주는 ‘파머스페이스’가 운영하는 못난이 농산물 전용 도매관인 ‘어떤못난이’도 있다. 어떤못난이는 그동안 823농가와 275만kg의 농산물의 가치를 재발견해왔다. 

풀무원 올가홀푸드는 못난이 농산물을 활용한 ‘제로푸드웨이스트 캠페인’을 꾸준히 펼치고 있다. 버려지는 음식물을 줄이기 위해 못난이 친환경 농산물을 활용한 먹거리 등 체험이 가능한 캠페인을 여는가 하면, 스타 셰프가 못난이 식재료로 만들어주는 ‘제로푸드웨이스트 요리’를 선보이는 등 다양한 활동을 펼쳐왔다. 

이처럼 농산물에 대한 새 기준을 조명하는 플랫폼이 등장하고 기업이 버려지는 음식물에 주목하는 배경에는 넘치는 음식물쓰레기와 농가 판로 문제가 있다. 더 나아가 기후위기 속 식량안보 강화, 지속가능한 농업 및 식량생산체제 구축 등의 목적도 있다. 

다음 회차에서는 개인이 실천할 수 있는 제로푸드웨이스트 습관을 살펴보고 결국 지속가능한 식탁을 위해서 유념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 최종적으로 살펴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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