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대신 종이나 생분해 소재 선택
공병 수거해 재활용...자원 선순환 체계 확대

화장품은 분리배출해도 재활용이 거의 되지 않아 ‘예쁜 쓰레기’로 불려왔다. 최근에는 이러한 문제를 인식해 용기를 비롯한 서비스에 변화를 주는 기업들의 움직임이 늘고 있다. 사진은 이니스프리 리필스테이션 건대점 모습. (이니스프리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화장품은 분리배출해도 재활용이 거의 되지 않아 ‘예쁜 쓰레기’로 불려왔다. 최근에는 이러한 문제를 인식해 용기를 비롯한 서비스에 변화를 주는 기업들의 움직임이 늘고 있다. 사진은 이니스프리 리필스테이션 건대점 모습. (이니스프리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화장품은 내용물로 발생하는 미세플라스 문제뿐만 아니라 플라스틱 용기로 인한 플라스틱 문제로 꾸준히 지적받아 왔다. 특히 복합재질로 재활용이 어려운 구조가 대부분이라 분리배출해도 재활용이 거의 되지 않아 ‘예쁜 쓰레기’로 불려왔다. 최근에는 이러한 문제를 인식해 용기와 서비스에 변화를 주는 기업들의 움직임이 늘고 있다. 

뷰티업계에서는 사용된 용기를 직접 회수해 업사이클링하거나 용기에 들어가는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고 재활용 플라스틱 소재를 늘리는 식으로 변화를 꾀하고 있다. 아울러 새 플라스틱을 사용하는 대신 리필 문화 활성화를 통해 레스플라스틱 전략을 펼치고 있다. 

◇ 플라스틱 대신 종이나 생분해 소재 선택

화장품 업계는 지난해 초 탈 플라스틱을 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애경산업 등 굵직한 기업들이 ‘2030 화장품 플라스틱 이니셔티브’를 선언한 것. 2030년까지 재활용이 어려운 제품을 100% 제거하고 석유 기반 플라스틱 사용을 30% 감소시키며, 리필 활성화, 판매 용기 자체 회수 등을 달성한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화장품 용기는 광고 효과를 내기 위해 화려한 색과 디자인이 들어가고 복합재질로 구성돼 소비자가 분리배출을 열심히 하더라도 재활용률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점을 지적받아왔다.  구조상 내용물을 깨끗하게 비울 수 없어 선별과 세척 과정에서 다른 플라스틱을 오염시킨다는 문제도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재활용이 어려운 복합재질 대신 단일재질을 활용하고 재활용 플라스틱 사용 비중을 높였다. 석유 기반 플라스틱 대신 종이 등 친환경 소재를 개발해 적용하는 움직임도 있다. 

예컨대 한국콜마는 2020년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플라스틱을 종이로 대체한 화장품용 종이튜브를 출시했다. 얇은 방수막 합지와 종이를 겹쳐 플라스틱을 완전히 대체해 플라스틱 사용량을 기존 대비 80% 절감한 것이 특징이다.  

아모레퍼시픽도 지난해 3월, 기존 용기 대비 플라스틱 사용량을 약 70% 낮추는 종이 용기 기술을 개발했다. 아모레퍼시픽에 따르면 기존의 종이 튜브는 플라스틱이나 알루미늄으로 제작한 용기보다 기밀성이 떨어져 유통기한이 짧다는 한계점이 있었지만 이를 극복하고 최장 3년간 유통이 가능한 기술을 상용화했다. 

생분해성 용기도 개발됐다. 산수음료 자회사인 에코패키지솔루션(EPS)은 지난해 강도와 내열성 및 내화학성 측면을 강화한 고기능성 내열 PLA 소재의 화장품 용기를 개발했다. 바이오메탄가스로 화학적 재활용이 가능하다. 

◇ 공병 수거해 재활용...자원 선순환 체계 확대

업계에서는 아예 자체적으로 공병 회수함을 설치해 자원 선순환 체계를 구축하는 움직임을 확대하고 있다. 화장품 플라스틱 폐기물을 줄이고 재활용률 향상을 위한 움직임으로 공병은 다양한 방식으로 재활용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아모레퍼시픽은 2003년 ‘이니스프리 공병 수거 캠페인’을 시작해 공병을 리사이클링하거나 업사이클링해왔다. 회수된 공병은 종합선물세트 내부 지지대로 업사이클링되는가 하면, 롯데면세점 코엑스점, 현대면세점 무역센터점 아모레퍼시픽 매장 바닥재와 집기용 상판 등에 적용됐다. 화장품 공병을 활용해 만든 벤치를 다양한 장소에 기증·설치하고 공병을 활용한 미디어아트도 선보였다. 

GS리테일이 운영하는 H&B스토어 랄라블라는 화장품 공병 회수함을 설치하고 기초화장용, 눈화장용, 색조화장용 등의 공병을 수거해 업사이클링하고 있다. 다 쓴 화장품 공병을 반납하면 다른 제품 구매 금액에서 일정 부분을 할인해준다. 

키엘도 공병 수거 프로그램을 진행해왔다. 다 쓴 키엘 공병을 반납하면 100% 재활용된다. 공병을 반납한 소비자에게는 개수에 따라 정품 기프트를 제공, 프로그램 참여를 독려해왔다. 매장에서뿐만 아니라 온라인에서도 공병 픽업 서비스를 진행 중이다. 

이니스프리도 공병 재활용에 적극 나서고 있다. 수거한 플라스틱 공병을 재활용한 원료를 다른 몇몇 제품 용기에 10~30% 비중으로 적용하는가 하면, 이러한 공병 수거를 더욱 확대하기 위해 공병 수거 캠페인에 동참하는 소비자 대상 뷰티 포인트 등을 적립하고 있다. 최근에는 ‘2022 공병 프리퀀시 시즌 2’를 오픈하며 공병수거 참여 시 혜택을 더 늘렸다. 

이니스프리 마케팅 관계자는 “지난 2011년부터 2021년까지 11년간 약 1105톤의 공병을 재활용해 1418톤의 온실가스를 저감했다”며 “이는 소나무 1만157그루를 심은 효과”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해 연간 20만5581명의 고객들이 약 242만2272개의 공병 반납에 참여한 덕분에 화산송이 제품으로의 재탄생 등 재활용을 실천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밖에 아예 새로운 플라스틱 화장품 용기 소비를 줄이기 위해서 유통 단계에서부터 리필 스테이션을 운영하는 곳도 많아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이마트가 세탁세제・섬유유연제는 물론, 샴푸・바디워시 리필 스테이션을 운영 중이다.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의 헤어・바디용품도 리필 스테이션에서 만나볼 수 있다. 뉴질랜드 친환경 세제 브랜드인 에코스토어도 백화점 등에 리필 스테이션을 운영하고 있다.

플라스틱은 어떻게 이렇게까지 미움 받는 소재가 되었을까요. 기업은 플라스틱 대책에 과연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을까요. 현실적으로 플라스틱을 줄일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요. 소비자가 정말로 기업에 바라는 탈플라스틱 방향은 무엇일까요.

플라스틱 하면 다양한 물음표가 따라옵니다. 썩지 않는 플라스틱이 안고 있는 문제는 원금에 이자가 덩어리째 붙듯 늘어나 오늘날 지구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말을 걸어오고 있습니다. 이에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진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지 각국의 정부와 기업과 개인들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고 있습니다.

탈플라스틱은 전세계적으로 ‘지금 당장’ 실천해야 하는 문제로 떠올랐습니다. ‘2022 탈플라스틱 프로젝트’는 이 시대가 안고 있는 플라스틱 문제와 기업이 어떻게 현실적으로 문제 해결에 접근할 수 있을지 살펴보기 위해 기획되었습니다. 2주에 1회씩 플라스틱 문제에 대한 산업계 안팎의 다양한 관점과 함께 자료를 근거로 실천방안을 찾아볼 예정입니다. [편집자주]

key@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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