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운동연합 “종이 포장재라고 다 환경적인 건 아니야”
‘가산공간’으로 완충재 사용 늘어난다는 주장도

명절 때마다 선물 과대포장으로 인한 포장재 폐기물 문제가 제기된다. 최근에는 환경부 장관 명의로 보낸 추석선물이 과대 포장됐다는 논란이 불거지면서 포장 폐기물 문제가 다시 한번 조명됐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명절 때마다 선물 과대포장으로 인한 포장재 폐기물 문제가 제기된다. 최근에는 환경부 장관 명의로 보낸 추석선물이 과대 포장됐다는 논란이 불거지면서 포장 폐기물 문제가 다시 한번 조명됐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명절 때마다 선물 과대포장으로 인한 포장재 폐기물 문제가 제기된다. 환경부는 지난 4일 연휴 전후 늘어나는 선물 포장 폐기물을 지자체별로 집중 점검·단속하는 ‘생활 폐기물 관리 대책’을 추진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정작 환경부 장관 명의로 보낸 추석선물이 과대 포장됐다는 논란이 불거지면서 포장재를 둘러싼 환경 관련 이슈가 다시 한번 조명됐다. 

TV조선은 지난 10일 추석연휴 기간을 과대포장 집중단속 기간으로 정한 환경부가 정작 한화진 장관 명의로 보내는 추석 선물에서는 과한 포장을 덜어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국립공원 특산물인 멸치와 식초 등을 포장한 선물세트 내 제품 간 간격이 멀어 제품 외 남는 공간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는 지적이다. 법규상 포장 공간이 전체 상자의 25%를 넘을 수 없도록 규제하고 있지만 환경부는 규격표시를 한 농수산물은 포장 규제 대상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 환경운동연합 “종이 포장재라고 다 환경적인 건 아니야”

농수산물이 포장 규제 대상에서 벗어나는 것에 대해서 제도적 허점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환경부는 농어촌 마을에서 생산되는 제품에는 일반 제품과는 다른 개념이 적용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환경부 자원순환정책과 관계자는 본지에 “표준 농수산물도 어느 정도 선까지는 포장 관련 규정을 따르지만 이번 추석선물로 나간 상품의 경우 농어촌 마을에서 직접 생산된 제품으로 ‘도시와 농어촌간의 교류촉진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일반 제품 판매와는 다른 개념이 적용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단순 농산물이 아닌 농촌에서 직접 생산한 개념이 같이 적용됐다. 우리나라 분위기상 농촌이나 농산물 등에 대해서는 규제를 너무 하지 않는다. 오히려 인구가 줄어드는 농어촌 마을에 대한 특례로 농촌 살리기 개념으로 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환경부가 그동안 제품 포장 규제 품목을 꾸준히 늘려왔지만 농어촌 마을에서 생산된 것까지 강하게 규제하는 건 무리가 있다는 입장이다. 

문제가 된 명절선물 박스 내 제품 간 간격에 대해서는 “어떤 포장재를 사용하느냐에 따라서 다른데 플라스틱 틀을 사용했다면 포장 공간을 낭비할 필요가 없었겠지만 해당 제품의 경우 플라스틱 대신 종이 포장재를 썼다”면서 “제품 보호를 위해서 종이 완충제 중간중간을 뚫어서 사용해 규정으로만 해석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환경부의 입장에 대해서 포장재를 친환경 소재나 종이로 교체했다는 것만으로 환경적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백나윤 환경운동연합 활동가는 본지에 “종이 포장재는 생산과 유통 전 단계에서 무게 등으로 인해 탄소배출량이나 물 사용량이 더 많아질 수 있어서 오히려 환경에 영향을 더 미칠 수도 있다”며 “종이 포장재라고 해서 다 친환경적인 게 아닌데 ‘종이라서 괜찮다’고 하는 건 폐기물을 줄이기 위해 관리·감독하는 환경부에서 나올 만한 답변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백나윤 활동가는 농수산물 포장 규정 관련해서는 “지역경제 활성화나 국내 농수산물 활성화 측면에서는 그렇게 말할 수 있지만 프랑스에서는 농산물과 같은 1차 식품에서도 플라스틱 포장재 등에 대한 개별 포장을 금지하고 있다”면서 “환경이 오염되면 물과 땅을 이용하는 1차 산업인 농업이 가장 큰 피해를 입게 되는데 농수산물일수록 환경포장을 더 강조해야 하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 ‘가산공간’으로 완충재 사용 늘어난다는 주장도

이번 논란은 환경운동연합이 최근 발표한 논평에서 지적한 ‘가산공간’과도 연결된다. 환경운동연합은 지난 8일 선물 과대포장으로 인한 폐기물 증가 문제에 대한 논평을 통해 환경부 단속에도 매 명절마다 포장 폐기물이 늘어나는 배경에 과대 포장 단속 규정이 허용하고 있는 ‘가산공간’이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가산공간은 제품의 체적을 실제보다 크게 계산하는 개념으로 환경부는 2019년 가산공간을 기존 5mm에서 2.5mm로 줄이는 ‘자원재활용법 하위 법령 개정안’을 발표했다. 

환경운동연합은 해당 성명에서 “과대포장으로 보이는 제품들이 넘쳐남에도 전국 지자체에서 지난해 추석 1만1417개 제품을 단속해 적발된 제품 비율은 단 0.67%에 불과했다”며 “이유는 바로 고정재·완충재를 사용한 제품이라면 원래 크기보다 더 크게 여기는 ‘가산공간'으로 인해 포장재를 더 많이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목했다. 

선물세트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트레이와 종이 고정 박스는 완충재에 해당해 겉으로는 과대포장 제품처럼 보여도 사실상 과대포장에 해당하지 않는다. 환경운동연합은 이 가산공간이 있음으로 해서 기업들이 미관상의 이유로 완충재나 고정재를 무분별하게 사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환경부는 과대포장 단속률이 1%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은 포장규칙이 시행된지 20년이 넘은 만큼 생산·유통기업에 포장규칙이 정착되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환경부 자원순환정책과 관계자는 “웬만큼 큰 매장의 경우 제품 입점 전 포장관련 검사를 하다 보니 점검을 해도 적발되는 비율이 떨어지는 것인데 그럼에도 추석이나 설 등 명절에 특별단속을 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 새로운 포장이 많이 나오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는 한편 “제품 생산 시스템이 대량생산·자동포장으로 바뀌면서 공간이 필요한 경우가 있을 수 있고 제품 보호 등 여러 가지 변수도 있기에 법을 집행하는 입장에서는 허용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 있다”고 설명했다. 

환경운동연합 측은 “국내 생활폐기물의 30~60%가 포장재 쓰레기인 만큼 제품의 생산 및 설계 단계에서부터 포장재를 최소화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며 “정부와 기업이 제품 설계 단계에서부터 포장재 최소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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