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 흡수해 기후위기 완화 돕는 바다
주목받는 바다의 위기 “보호구역 넓혀야”

지구 표면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바다는 탄소를 흡수해 기후위기 완화를 돕고 해양 생태계의 근거지가 된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지구 표면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바다는 탄소를 흡수해 기후위기 완화를 돕고 해양 생태계의 근거지가 된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지구 표면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바다는 탄소를 흡수하고 해양 생태계의 근거지가 되어환경적으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면 바다는 누가 관리하고 육지와 멀리 떨어진 공해는 어떻게 보호해야 할까? 국제사회가 관련 논의를 꾸준히 진행하는 가운데 환경단체 등에서는 그 속도가 너무 늦다며 비판적인 목소리를 낸다.

지난 3월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가 한국을 포함한 세계 여러 나라를 향해 “세계 리더들의 미온적인 태도에 큰 실망감을 느낀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당시 그린피스는 유엔 해양생물다양성보전(BBNJ) 4차 정부 간 회의에서 참여국들이 해양보호를 위한 글로벌 조약 체결에 합의하지 못한 것에 대해 비판했다. “전 세계 바다 보호를 위한 해양보호구역 지정에 미온적 태도만 보였다”라는 게 그린피스 주장이다.

해양보호구역은 말 그대로 바다 중 보호해야 하는 구역을 뜻한다. 환경부 환경용어사전에 따르면 “해양생물다양성이 풍부해 생태적으로 중요하거나 해양경관 등 해양자산이 우수하여 특별히 보전할 가치가 큰 구역”을 뜻한다. 해양생물보호구역, 해양생태계보호구역, 해양경관보호구역 등으로 구분된다.

◇ 탄소 흡수해 기후위기 완화 돕는 바다...보호 절실

인류도 바다의 중요성은 알고 있다. 그린피스에 따르면 최근 국제사회는 기후위기 상황 속에서 해양을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여왔다. 지난해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 26)에서도 관련 내용이 중요 주제로 언급됐고 2월 발표된 IPCC 워킹그룹2 6차 보고서에서도 전 세계 바다의 30~50%를 보호해야 할 것을 명시했다. 

그린피스는 “탄소 흡수 기능을 통해 기후위기 완화를 돕는 바다의 중요성은 날로 강조되고 있지만 이를 보호할 수 있는 통합적 규제가 없어 지금까지 공해에 지정된 해양보호구역은 단 2%에 불과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해양보호구역 지정을 위한 해양 조약 체결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했지만, 글로벌 리더들은 어떤 합의도 도출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김연하 그린피스 해양 캠페이너는 “해양 조약 체결이 무산됨에 따라 기후위기 완화, 어족자원의 회복, 해양 동식물 서식처 보전 등의 기회를 잃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기후위기 속에서 날로 커져가는 해양 보호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한 세계 리더들의 미온적인 태도에 큰 실망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김 캠페이너는 "지난해 한국 정부가 P4G 정상회의에서 2030년까지 공해의 30%를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하는 30x30을 공식 지지 선언했음에도 이번 회의에서는 해양보호구역 지정 확대 안건에 적극적인 의사를 밝히지 않은 점이 매우 아쉽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가 탄소중립을 위한 목표 달성을 위해 해양 보호는 선택이 아닌 필수임을 이해하고, 공해상 해양보호구역 지정을 위한 효과적인 전략을 수립해 글로벌 해양 리더십을 보여 줄 것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 4가지 형태의 위기에 빠진 2022년의 바다

인류의 바다에는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그린피스는 지난해 발간한 ‘위기의 바다를 위한 해결책, 해양보호구역’ 보고서에서 바다가 4가지 형태의 위기에 직면했다고 주장했다. 무분별한 (대규모 상업적) 어업과 심해채굴 및 기름유출, 플라스틱을 비롯한 해양쓰레기, 그리고 기후변화와 해양산성화 등이다.

그린피스는 “지난 수십 년간 기후변화로 인한 지구온난화, 산성화, 어류 남획, 자원 채굴, 플라스틱 및 화학물질 오염 등의 요인으로 바다는 무서운 속도로 훼손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해양생물의 서식지 파괴와 개체수 감소가 계속되고 있으며 바다거북, 상어와 같은 상징적인 해양생물 다수가 지난 수십 년 동안 급격히 감소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보고서를 통해 “태평양참다랑어의 경우는 그 개체수가 완전히 붕괴돼 어업 시작 이전 수준의 3%도 남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당시 그린피스는 전 세계 바다 면적의 약 61%를 차지하는 공해(公海) 문제가 특히 심각하다고 주장했다. 특정 국가 소유가 아닌 공통 해역이므로 책임 소재도 불분명하고 지역이 넓어 체계적으로 관리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그린피스는 “넓은 공해를 체계적, 효과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국제법이 아직까지 마련돼있지 않아 무분별한 개발과 오염이 계속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린피스는 “공해에서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구역은 1.2%도 되지 않으며, 어업, 과학실험, 관광 등 일체의 인간 활동을 불허하는 절대보전해역은 공해의 단 0.8%에 불과한 실정”이라고 주장하면서 해양보호구역을 크게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30년까지 전 세계 바다의 30%를 보호해야 한다는 과학자들의 주장은 2016년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의 세계자연보전총회(WCC)에서 결의안으로 채택된 바 있다.

바다의 위기는 다양한 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남극 해빙 면적은 줄어들고 펭귄 서식지가 남쪽으로 이동하는 등 생태계 변화가 생기고 있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바다의 위기는 다양한 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남극 해빙 면적은 줄어들고 펭귄 서식지가 남쪽으로 이동하는 등 생태계 변화가 생기고 있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 다양한 곳에서 드러나는 바다의 위기...“보호구역 넓혀야”

실제로 바다의 위기는 다양한 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남극 해빙 면적은 줄어들고 펭귄 서식지가 남쪽으로 이동하는 등 생태계 변화가 생기고 있다. 그린피스는 기후위기로 인한 남극 생태계의 변화를 과학적으로 조사하기 위해 지난 1월부터 약 두 달 간 남극 해양 생태계를 탐사했다.

당시 그린피스 환경감시선 아틱 선라이즈호 탐사 결과 기후위기 영향으로 펭귄 서식지가 남쪽으로 이동했으며 남극 해빙 면적은 사상 최저 수준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탐사를 통해 서식지 이동이 관찰된 종은 남극에서 가장 개체 수가 많은 젠투펭귄으이다. 그린피스 탐사 연구팀은 남극 반도 동쪽에 위치한 안데르손 섬에서 총 75개의 젠투펭귄 둥지를 발견했다.

젠투펭귄은 일반적으로 남극에서 비교적 온화한 지역에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데르손 섬은 너무 추워 지금까지 젠투펭귄이 새끼를 키우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지역으로 여겨왔다. 그러나 당시 조사 결과 기후위기에 따른 온도 상승으로 젠투펭귄 군락 서식지가 남쪽으로 확장하고 있음이 확인됐다.

남극 탐사에 참여했던 루이자 카슨 그린피스 글로벌 해양 캠페이너는 “가속화하는 기후변화 속에서 남극 생태계가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매우 중요한 지표”라며 “이번 탐사로 젠투펭귄이 급격한 기후위기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었고, 이는 곧 지구온난화로 인해 빠르게 녹고 있는 해빙 손실의 징후를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보고서도 해양보호구역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해빙 손실을 막고 해양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남극 해역에 보호구역 지정이 시급하다는 주장이었다. 그린피스는 “해양보호구역은 해양 생물이 급격한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핵심 도구”라고 주장했다.

환경과 경제를 각각 표현하는 여러 단어들이 있습니다. 그런 단어를 보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환경은 머리로는 이해가 잘 가지만 실천이 어렵고, 경제는 일상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데도 왠지 복잡하고 어려워 이해가 잘 안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요즘은 환경과 경제를 함께 다루는 용어들도 많습니다. 두 가지 가치를 따로 떼어 구분하는 게 아니라 하나의 영역으로 보려는 시도들이 많아져서입니다. 환경을 지키면서 경제도 살리자는 의도겠지요. 그린포스트코리아가 ‘환경경제신문’이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것도 이런 까닭입니다.

여기저기서 자주 들어는 보았는데 그게 구체적으로 뭐고 소비자들의 생활과 어떤 지점으로 연결되어 무슨 영향을 미치는지는 잘 모르겠는 단어들이 있습니다. 그런 단어들을 하나씩 선정해 거기에 얽힌 경제적 배경과 이슈, 향후 전망을 묶어 알기 쉽게 소개합니다. 60번째 주제는 해양보호구역입니다. 바다의 무엇을, 어떻게 보호한다는 뜻일까요? [편집자 주]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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