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출한 만큼의 탄소 다시 흡수...실질 배출량 0
‘나쁜 물질’ 아냐...생명체 이루는 기본 요소 중 하나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 2018년 대비 40% 감축

탄소중립은 개인이나 기업, 단체가 배출한 만큼의 온실가스(탄소)를 다시 흡수해 실질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것으로 ‘탄소 제로’라고도 부른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탄소중립은 개인이나 기업, 단체가 배출한 만큼의 온실가스(탄소)를 다시 흡수해 실질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것으로 ‘탄소 제로’라고도 부른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탄소중립’이 환경과 경제 분야의 폭넓은 화두다. 정부와 기업 그리고 환경단체 등에서 모두 입을 모아 탄소중립을 말한다,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자는 취지다. 그런데 탄소가 어떻게 중립을 지키고 그게 환경 또는 경제와는 무슨 관계가 있을까. 하나씩 짚어보자.

◇ 배출한 만큼의 탄소 다시 흡수...실질 배출량 0

지난 2020년 12월 정부가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을 발표했다. 당시 대통령이 직접 관련 계획을 언급했고 정부 각 부처에서도 해당 계획에 따른 세부 내용과 일정 등을 공개했다. 사회 전반에 걸쳐 탄소중립을 추진하겠다는 선언이었다.

탄소중립 개념부터 짚어보자. 환경부 ‘환경용어사전’에 따르면 탄소중립은 개인이나 기업, 단체가 배출한 만큼의 온실가스(탄소)를 다시 흡수해 실질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것으로 ‘탄소 제로’라고도 부른다. 배출하지 않겠다는 의미와는 다르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계산한 후 배출량만큼을 상쇄하기 위해 나무를 심거나 석탄·석유 발전소를 대체할 에너지 시설에 투자하거나 자발적 감축실적을 구매해 상쇄하는 방식 등을 사용할 수 있다.

정부는 추진전략 발표 당시 경제구조 모든 영역에서 저탄소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에너지 주 공급원을 화석연료에서 신·재생에너지로 적극 전환하고 고탄소 산업부문에 대한 혁신정책을 추진하며 저탄소 산업 생태계 조성 등에 나서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아울러 재정지원, 녹색금융 등을 통해 탄소중립 친화적 제도설계를 적극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국내 자본시장의 흐름이 탄소중립 경향과 밀접하게 관련될 것이라는 선언도 있었다. 지난 2021년 3월 9일 국내 112개 금융기관이 ‘2050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기후금융 지지 선언식’을 통해 기후금융 실행을 선언했다.

이들은 이날 “기후위기 시대, 탄소중립 시대의 방관자나 수동적 대응자가 아니라 적극적인 행동가가 되겠다”고 밝혔다. 선언식을 주관한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에 따르면, 지지선언에 참여한 112개 금융기관의 2020년 말 기준 총 운용자산 규모(AUM)는 약 5563.5조 원에 이른다.

당시 금융위원장은 “기후금융이 단지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금융권에 요구되는 또 하나의 ‘책무’가 아니라, 향후 금융권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개척하고 활용해야 할 ‘기회’임을 더 많은 금융회사들이 인지하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부도 기후금융 활성화를 위한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임을 약속한다”고 덧붙였다.

◇ ‘나쁜 물질’ 아냐...생명체 이루는 기본 요소 중 하나

탄소가 뭔지도 짚어보자. 기억의 추를 잠시 뒤로 돌려보자. 기자는 과거 1990년대 중반, 학교에서 ‘주기율표’라는 것을 배웠다. 기자와 비슷한 또래라면 한 번쯤 ‘수소, 헬륨, 리베비씨’를 암기해 본 기억이 있겠다. 주기율표는 원소를 양성자 수에 따라 배열한 표다. 앞서 언급한 수소와 헬륨이 각각 1, 2번이다. 여기서 ‘씨(C)’에 해당하는 6번이 바로 탄소다.

탄소는 ‘없어져야 하는 물질’이 아니다. 포털사이트 네이버 지식백과 ‘화학백과’에 따르면, 탄소(carbon)는 우주에서 수소, 헬륨, 산소 다음 네 번째로 큰 질량을 차지하고 있다. 지각에서는 15번째로 풍부한 원소다. 탄소는 모든 생명체를 이루는 기본 구성 요소로, 인체 무게를 분석했을 때 약 18%의 질량을 차지한다. 이는 산소 다음으로 가장 많다.

지식백과는 탄소에 대해 “우리의 주변과 삶을 구성하는 기본 원소”라고 설명한다. 좀 더 자세히 들어가보자. 백과에 따르면 대기 중에 이산화탄소 형태로 존재하며, 금속 염의 형태로 지각에 존재하기도 한다. 생명체 외의 물질 중 고분자나 화석 연료 등에도 포함되어 있다. 그러므로 ‘탄소중립’을 ‘탄소가 없어져야 한다’라고 받아들이는 건 잘못된 해석이다.

역사를 봐도 탄소는 인류에게 ‘미움(?)’을 받았다고 보기 어렵다. 지식백과 내용을 조금 더 확인해보자. 고대로부터 탄소는 숯(목탄) 형태로 많이 사용됐고, 기본적인 연료 외에 철 등의 금속 제련 용도로도 사용됐다.

우리나라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감축하겠다는 내용의 상향된 NDC를 지난해 12월 유엔에 제출한 바 있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우리나라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감축하겠다는 내용의 상향된 NDC를 지난해 12월 유엔에 제출한 바 있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 2018년 대비 40% 감축”

그러면 탄소 배출량은 얼마나 감축해야 할까. 우리나라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감축하겠다는 내용의 상향된 NDC를 지난해 12월 유엔에 제출한 바 있다. 외교부는 지난 5월 24일 아태지역 탄소중립 협력 관련 행사 당시 보도자료를 통해 “야심찬 2030 국가 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지속 이행하겠다고 명시해 기업과 시장에 분명한 신호를 주고, 우리나라 기후정책의 예측 가능성, 일관성, 연속성을 제고했다고 소개했다”고 밝혔다.

당시 김효은 기후변화대사는 개회사를 통해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아태지역의 협력이 포용적인 글로벌 탄소중립 달성에 모범이 될 수 있다”고 말하면서, “글로벌 녹색경제 전환을 선도하기 위해 아태지역 차원의 협력 증진 방안을 적극 모색해나가자”고 밝혔다.

한편 환경단체 등에서는 정부의 감축 목표가 더욱 커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한다. 장다울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정책전문위원은 지난해 탄소중립기본법 통과 당시 “2030년 감축목표를 2018년 대비 최소한 50% 이상으로 설정하고, 이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실효성 있는 실행계획 수립을 앞장서서 이끌고 나가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당시 그린피스는 성명서를 통해 “과학계는 극단적인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 2030년에는 2010년 대비 최소 45% 이상 온실가스 감축이 필요하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미 유럽연합, 미국, 일본 등 주요 온실가스 배출국들은 과학적 분석과 예측에 부합하도록 감축목표를 강화했다”라고 주장했다.

◇ 탄소중립 흐름은 경제에도 영향 미쳐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각국 정부가 글로벌 규제를 강화하면서 이에 따라 경제질서도 재편되고 있다. 그린피스 서울사무소는 지난해 1월 “탄소국경세 도입에 따라 2023년 한국 주요 수출업종에서 6,100억여원의 추가 지출이 예상된다”고 밝히기도 했다. 당시 그린피스는 기업 등 수출산업계가 기후변화 대응 역량을 갖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당시 그린피스는 <기후변화 규제가 한국수출에 미치는 영향분석> 보고서를 통해 “유럽과 미국이 기후위기 대응 전략 중 하나로 탄소국경세 도입을 예고하고 있어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전망했다.

그린피스는 보고서를 통해 탄소국경세 도입 등 주요 시장의 무역 정책 변화가 앞으로 우리나라의 철강, 석유화학, 자동차 등 주요 수출산업에 미칠 영향을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탄소국경세 시행 원년으로 예상되는 2023년 즈음에는 한국 주요 수출 업종에서 3개국과의 교역을 위해 지불해야 할 것으로 예상되는 추가 금액이 6,100억 원에 달한다고 전망했다.

아울러 오는 2030년에는 그 금액이 훌쩍 뛰어 1조 8,700억 원을 추가 지불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린피스는 “온실가스 다배출업종인 철강, 석유화학 등 산업계의 긴밀한 준비가 요구된다”라고 밝혔다.

환경과 경제를 각각 표현하는 여러 단어들이 있습니다. 그런 단어를 보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환경은 머리로는 이해가 잘 가지만 실천이 어렵고, 경제는 일상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데도 왠지 복잡하고 어려워 이해가 잘 안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요즘은 환경과 경제를 함께 다루는 용어들도 많습니다. 두 가지 가치를 따로 떼어 구분하는 게 아니라 하나의 영역으로 보려는 시도들이 많아져서입니다. 환경을 지키면서 경제도 살리자는 의도겠지요. 그린포스트코리아가 ‘환경경제신문’이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것도 이런 까닭입니다.

여기저기서 자주 들어는 보았는데 그게 구체적으로 뭐고 소비자들의 생활과 어떤 지점으로 연결되어 무슨 영향을 미치는지는 잘 모르겠는 단어들이 있습니다. 그런 단어들을 하나씩 선정해 거기에 얽힌 경제적 배경과 이슈, 향후 전망을 묶어 알기 쉽게 소개합니다. 58번째 주제는 탄소중립의 기본적인 개념과 탄소를 보는 시선, 그리고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입니다. [편집자 주]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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