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예된 일회용컵 보증금제...환경단체 “퇴보한 결정”
현장 불만 목소리도 커...6개월간 해법 마련해야

오는 6월 10일 시행 예정이었던 ‘일회용컵 보증금제’가 올해 말까지 유예되면서 환경단체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일회용컵 없는 카페로 운영되고 있는 알맹상점 서울역점 내부 모습. (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오는 6월 10일 시행 예정이었던 ‘일회용컵 보증금제’가 올해 말까지 유예되면서 환경단체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일회용컵 없는 카페로 운영되고 있는 알맹상점 서울역점 내부 모습. (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오는 6월 10일 시행 예정이었던 ‘일회용컵 보증금제’가 소상공인들의 반발과 정치권의 압박으로 올해 말까지 유예됐다. 환경부는 유예기간 동안 제도 이행에 따르는 부담 완화를 위한 행정적·경제적 방안을 적극 강구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미 2년 전부터 시행 예정이었던 법안이 미뤄지는 사태에 환경단체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는 활용 가능한 일회용컵이 제대로 회수되지 않고 쓰레기로 버려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20년 6월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이 개정되면서 오는 6월 10일부터 시행하기로 한 제도다. 

소비자가 일회용컵 사용 시 1개 당 300원의 자원순환보증금을 포함한 가격까지 지불하고 사용 후 반납하면 바코드 확인 후 지불했던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커피판매점, 제과·제빵점, 패스트푸드점 등 전국 3만8000여 개의 매장에 적용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보증금 반환 확인에 필요한 바코드 라벨 구입 및 부착, 반환된 컵 보관 등 문제를 소상공인들이 떠안게 되면서 불만이 터져나왔다. 컵에 부착되는 바코드는 보증금 반환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인데 이를 소상공인들이 직접 구매하도록 하면서 부담이 커진 것이다. 이에 프랜차이즈 본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 유예된 일회용컵 보증금제...환경단체 “퇴보한 결정”

환경부는 지난 5월 20일 “순환경제 및 탄소 중립 이행을 위해 1회용컵 보증금제 시행을 준비해 왔으나 왔으나 코로나19로 인한 침체기를 견뎌온 중소상공인에게 회복 기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 1회용컵 보증금제의 시행을 올해 12월 1일까지 유예한다”며 “유예기간 동안 중소상공인 및 영세 프랜차이즈의 제도 이행을 지원하는 한편 제도 이행에 따르는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행정적·경제적 방안을 적극 강구하겠다”고 발표했다. 

환경부의 유예 결정에 환경단체들은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미 2년 전부터 예고됐던 제도를 비판 여론 등에 떠밀려 반 년 후로 유예하게 된 것에 강한 유감이라는 입장이다. 

염정훈 그린피스 플라스틱 캠페이너는 22일 “전 세계가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보증금 제도를 도입하거나 시행하는 시점에서 한국은 시대적 흐름을 역행하는 우를 범했다”고 지적하며 플라스틱 오염 실태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촉구했다. 

자원순환사회연대는 지난 23일 성명서를 통해 “폐기물 처리는 국민들의 안전과도 직결되는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며 “폐기물 문제는 업체나 정치적인 논리에 따라 달라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자원순화사회연대는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는 대부분 매립·소각되었던 일회용컵의 재활용률을 높이고 다회용기 사용 확대를 통한 자원절약과 쓰레기 감소를 위한 전 세계가 칭찬하는 좋은 정책”이라며 “폐기물을 줄이고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해 소비자가 앞장서서 추진한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가 순식간에 퇴보한 6개월 유예 정책에 분노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현장 불만 목소리도 커...6개월간 해법 마련해야

이와 관련해 현장의 목소리도 날카롭다. 자원순환보증금관리센터 Q&A 민원창에는 유예가 결정되기 전부터 현재까지 해당 보증금 제도의 폐지를 요청하는 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주로 카페를 운영하는 가맹점주 및 개인카페를 운영하는 자영업자가 남긴 글이다. 

한 게시글에서는 “바코드를 몇 천 개 사기 위해 대출까지 내야 할 판”이라며 “프랜차이즈도 로열티를 내고 하루 벌어먹고 사는 똑같은 소상공인인데 왜 차별을 두는지“라며 제도의 허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이밖에 “음료를 판매하기도 바쁜데 왜 수거까지 해야 하느냐”, “카페가 분리수거 업체냐”, “진상고객을 이해시킬 게 벌써 걱정된다” 등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현장에서 일회용컵 보증금제 이행 시 발생할 수 있는 이러한 상황들에 대한 대안 마련은 정부가 반 년의 유예 기간 동안 해결해야 할 과제다. 

문제는 이미 법안 시행까지 2년이라는 시간이 있었음에도 정부가 소상공인의 부담과 반발을 고려하지 못하고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데 있다. 6개월 사이에 어떠한 해법이 나올 수 있을지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사실 ‘일회용컵 보증금제’ 시행 유예의 문제점은 선행제도였던 카페 내 ‘일회용품 사용 금지’ 계도 결정과도 연결된다. 다음 시간에는 카페 내 일회용컵 금지 두 달째인 최근 카페 풍경을 통해 과태료 처분 유예가 만든 혼란을 짚어보고자 한다.

key@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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