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만드는 데도 탄소가 필요하다는데...

인류는 전기 없이 살 수 없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인류는 전기 없이 살 수 없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쓰레기를 하나도 버리지 않고 사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전기를 쓰지 않고 사는 것도 그렇다. 버려지는 쓰레기와 사용하는 에너지를 줄이는 게 현대인에게 중요한 숙제인 이유가 바로 그래서다. 전기가 없이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그리고 만약에 전기를 쉽게 쓸 수 없는 세상이 오면 어떻게 될까?

지난 3월 26일 세계자연기금(WWF)이 저녁 8시 30분부터 9시 30분까지 한 시간 동안 글로벌 자연보전 캠페인 ‘어스아워(Earth Hour)’를 진행했다. 어스아워는 세계자연기금 주최로 지난 2007년부터 시작된 글로벌 환경보호 캠페인이다. 매년 3월 마지막 주 토요일 저녁에 1시간 동안 불을 끄고 기후위기 대응 활동에 동참하자는 취지다.

불을 끄면서 기후위기를 떠올리는 것은 결국 ‘자원을 아껴쓰자’는 마음을 가져보라는 취지다. 전기를 사용하는 건 탄소배출이나 쓰레기 분리배출 문제와 관계가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전기는 대부분 화석연료를 태워 만든다. 인류가 전기를 쓰는 일이 탄소배출 문제와 깊은 관련이 있다는 의미다. 사람은 대부분 전기가 필요하고 전기를 만들어 집으로 보내고 사용하는 모든 과정은 크든 작든 환경에 영향을 미친다.

인류가 전기 없이 살 수 있을까? 그건 불가능에 가깝다. 물론 전기 없이 생활한 앞 세대 인류도 있고 지금도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곳에서 사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그렇게 살 수는 없다. 당장 이 기사를 쓰는 기자도, 읽는 독자도 전기가 없으면 이 글을 쓰거나 읽을 수 없다.

◇ 그러면, 사용을 줄여보면 어떨까?

어스아워 이후 기자는 주말에 4시간 동안 전기 없이 살아보기로 했다. 쉽지는 않았다. 처음에는 저녁 시간에 불을 2~3시간 꺼보려고 했는데 밤에 불을 끄니 그 시간에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서 불가능했다. 그래서 낮에 끄기로 했다. 2시간 동안 불을 꺼두고 집 밖으로 나가 공원을 걸었다. 그랬더니 이건 또 줄이는 의미가 적었다. 낮에는 원래 불을 끄니까.

그래서 시간을 늘렸다. 매주 토요일 오후 1시 30분부터 5시 30분까지 4시간 동안 전기를 쓰지 않기로 했다. 원칙은 크게 세가지였다. 형광등 켜지 않고 냉장고 열지 않기, 전화기도 꺼두기. 4월 첫째주부터 해봤다. 그랬더니 크게 두 가지 문제가 생겼다. 4시간은 정말 길었고 전기를 쓰지 않으니 할 수 있는 게 너무 없었다.

스마트폰과 TV 그리고 노트북 등 전자기기를 사용할 수 없었다. 커피를 내리거나 청소기를 돌리는 등 전기를 사용하는 활동도 못 했다. 머리를 말릴 수도 없고 전철을 탈 수도 없었다. 폰을 들여다보지 않으니 뭘 해야 할지도 막막했다. 할 수 있는 게 딱 두가지 밖에 없었다. 창가에 앉아 책 읽거나 누워서 낮잠 자는 일이었다. 4시간은 불 끄고 나가 산책 한 바퀴 하면 끝나는 시간이 아니었다.

인류가 무얼 하든 대부분 에너지가 필요하다 현대 사회에서 그 에너지는 대부분 전기고 전기를 만드는 과정에서는 탄소가 배출된다. 전기 사용을 줄이면 할 수 있는 일이 줄고 전기 없어도 되는 일이 요즘은 거의 없다. ‘디지털 디톡스’가 어려운 세대라면 특히 더 그렇다. 기자도 주말마다 책이랑 옛날 앨범, 어릴 때 쓰던 일기장도 주말마다 들춰봤는데 기껏해야 한시간 때울 일이고 그것도 어두워지면 형광등 없이는 할 수 없는 일이다.

뻔한 얘기지만 이런 상상을 해본다. 전기를 마구 쓰다가 미래 언젠가 전기를 쓰지 못하는 세상이 올 수도 있다는 상상이다. 지금이야 몇 시간 체험으로 끝나지만 심각한 기후 재난이 닥치면 그런 불편이 계속될 수도 있다는 상상이다. 인류가 답을 찾으면 좋지만 그 전에 나도 전기를 더 아껴 쓰자는 생각을 해봤다.

4시간도 어려운데, 기후 관련 재난이 덮쳐 4일동안 전기가 끊어지면 어떻게 될까? 한여름이면 4일이 아니라 40분만 끊겨도 냉장고에 보관해 둔 음식이 난리가 날 터다. 그런 일이 닥치기 전에 미리 에너지를 절약하자.

기업이나 정부가 아닌 일반 소비자가 실천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친환경’ 노하우는 ‘쓰레기를 덜 버리는 것’입니다. 플라스틱이든, 음식물 쓰레기든, 아니면 사용하고 남은 무엇이든...기본적으로 덜 버리는게 가장 환경적입니다.

그린포스트코리아 편집국은 지난해 ‘미션 임파서블’에 도전했습니다. 쓰레기를 버리지 않고 주말 이틀을 살아보자는 도전이었습니다. 도전에 성공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습니다. 이틀 동안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게 말 그대로 ‘불가능한 미션’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환경을 포기할 순 없습니다. 하여, 두 번째 도전을 시작합니다. ‘제로웨이스트’입니다. 이틀 내내 쓰레기를 ‘제로’로 만들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할 수 있는 것부터 실천하기로 했습니다. 쓰레기를 배출하던 과거의 습관을 하나씩 바꿔보려 합니다. 평소의 습관이 모여 그 사람의 인생과 운명이 결정된다면, 작은 습관을 계속 바꾸면서 결국 인생과 운명도 바꿀 수 있으니까요.

불편하고 귀찮은 일이지만 그래도 한번 해보겠습니다. 70회차는 전기를 쓰지 않는 시간을 늘리는 일입니다. [편집자 주]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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