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전기·전자 폐기물...먼 나라에도 영향 미친다?
과거 중국에서 제기되던 문제...이제는 아프리카에도 영향

'전기·전자 제품은 아무렇게나 버리면 안 된다. ‘돈이 되는’ 부품이나 금속이 포함되어 있고 함부로 버려지면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것들도 있어서다. 사진은 소비자들이 사용을 중단한 스마트폰 공기계. 독자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로 사진 속 브랜드와 제품은 기사 특정 내용과 전혀 관계없음 (독자 제공) 2020.1.20 / 그린포스트코리아
'전기·전자 제품은 아무렇게나 버리면 안 된다. ‘돈이 되는’ 부품이나 금속이 포함되어 있고 함부로 버려지면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것들도 있어서다. 사진은 소비자들이 사용을 중단한 스마트폰 공기계. 독자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로 사진 속 브랜드와 제품은 기사 특정 내용과 전혀 관계없음 (독자 제공) 2020.1.20 / 그린포스트코리아

전기·전자 제품은 아무렇게나 버리면 안 된다. ‘돈이 되는’ 부품이나 금속이 포함되어 있고 함부로 버려지면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것들도 있어서다. 이를 위해 제도권 아래에서 폐가전을 잘 모아 정해진 방법으로 처리해야 하는데 세계 곳곳에는 아직 그렇지 못한 곳들이 있다. 무슨 까닭일까?

유럽 등에서 버려진 전기·전자 폐기물이 해당 지역에서 제대로 처리되지 않고 아프리카 등으로 수출되는 사례가 있다. 폐가전에서는 쓸모있는 금속 등을 뽑아낼 수 있어서다. 자원순환 측면에서 바라보면 버려지는 제품을 활용해 부품 등을 재활용하는 활동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다만 전문적인 시설이 갖춰지지 않은 곳에서 작업이 이뤄지고 그 과정에서 함부로 버려지는 것들이 땅이나 강으로 그냥 흘러가면 문제다.

버려지는 가전제품의 문제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과거보다 양이 늘어난다는 점, 그리고 또 하나는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선진국에서 버려진 것들이 개발도상국으로 건너가 그곳의 환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문제다.

◇ 늘어나는 전기·전자 폐기물...먼 나라에도 영향 미친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은 지난해 9월 서울환경연합 등이 주관한 ‘대담한 쓰레기 대담’ 6회차 강의에서 전기·전자 폐기물 관련 동향과 문제점에 대해 언급했다. 이 자리에서 홍수열 소장은 “2019년 기준 전 세계에서 5,400만 톤의 전기·전자 폐기물이 발생했는데 이는 지난 2014년의 4,400만 톤에 비해서 약 천만 톤 증가한 것이며 이 추세라면 2030년에는 2,000만 톤 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내다보았다.

홍 소장은 당시 강의에서 ‘Exporting Harm’이라는 보고서를 인용해 이 문제를 제기했다. 이 보고서는 미국 등 선진국에서 중국으로 수출된 전기·전자 폐기물을 다룬 것으로 관련 폐기물이 선진국에서 개발도상국으로 수출되는 문제에 대해 언급했다.

이 보고서는 2000년대 초반의 상황을 다룬다. 당시 중국 광동성 한 지역에 전기·전자폐기물이 모여들었고 농촌 지역 곳곳에서 해당 제품들이 처리됐다. 홍 소장은 “연탄불에 회로기판 납을 태우고 휴대전화 등의 부품에서 금이 들어간 부품을 강한 산성에서 녹여서 추출하는 등의 작업이 이뤄졌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런 작업을 하는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닌데 전문 시설이 없는 노천 강물에서 진행하기도 했고 이런 과정에서 광동성 식수 등이 오염되는 등의 문제가 있었다”라고 지적했다. 홍 소장은 “지금 미세플라스틱이 환경 관련 주요 관심사지만 당시에는 전기·전자 관련 쓰레기가 큰 화두였다”라고 말했다.

버려진 폐가전 등이 바다 건너 먼 나라에도 영향을 미친다. 사진은 독자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로 사진 속 제품이나 지역 등은 기사 특정 내용과 관계없음.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버려진 폐가전 등이 바다 건너 먼 나라에도 영향을 미친다. 사진은 독자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로 사진 속 제품이나 지역 등은 기사 특정 내용과 관계없음.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 과거 중국에서 제기되던 문제...이제는 아프리카에도 영향

20년 전 과거만의 문제일까? 당시 홍 소장은 “그 문제가 지금은 더 확산됐다”라고 말했다. 지난 2014년 해외 방송에서 아프리카 가나의 폐가전 재활용 실태를 보도한 바 있는데, 중국은 관련 문제를 둘러싼 규정을 강화하면서 그 문제를 일부 완화 시켰는데 이후 아프리카 등 지역이 과거 중국이 하던 역할을 대신하면서 유럽 등의 전기·전자 폐기물이 흘러 들어갔다는 지적이다.

앞선 1회차 기사에서 언급한 것처럼 폐가전에는 유해물질이 일부 포함돼있고 반대로 돈이 되는 부품도 많다. 폐가전제품에서 금속 등을 얻는 이른바 ‘도시광산’이 화제가 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이날 강의자료에는 해외 보고서 등을 인용해 “전자제품에는 원소 주기율표 중 최대 69개의 원소가 사용되며 유가성이 높은 금속과 전략금속, 기타 금속이 함유돼있고, 컴퓨터나 핸드폰에는 톤당 280g의 금이 함유(돼있다)”라는 내용이 적혀있다.

냉매 등도 문제다. 당시 홍 소장은 전 세계에서 가전제품 등 전기·전자 폐기물이 연간 5,400만 톤 발생한다고 언급하면서 17.4%만이 제도권 안에서 공식적으로 처리되고 나머지 82.6%는 어떻게 처리되는지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홍 소장은 “어떻게 처리되는지 모르는 83% 중에서 특히 위험한 것은 냉매”라면서 “냉매가 들어간 전기·전자 폐기물을 잘못 관리해서 생길 수 있는 온실가스가 1억톤 정도”라고 언급했다. 이 밖에 전자제품에는 불에 잘 타지 않게 하는 난연재 성분이 들어가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것들도 함부로 버려지면 환경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줄여야 산다’ 3회차 기사에서는 금속자원·폐가전 관련 친환경 기술과 정책에 대해 소개한다.

역사 이후로 인류는 늘 무언가를 더하기 위해 살아왔습니다. 과거보다 더 많은 자본, 나아진 기술, 늘어나는 사업영역에 이르기까지, 미지의 분야를 개척하고 예전에 없던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며 문명을 발전시켰습니다. 그 결과, 인류는 발전했습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지구의 건강이 위협받기 시작했습니다. 인류가 무언가를 많이 사용하고 또 많이 버릴수록 지구에 꼭 필요한 자원과 요소들은 점점 줄어들기 시작했습니다. 열대우림이 줄어들거나 빙하가 녹고 그 과정에서 생태계의 한 축을 이루던 동물과 식물들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이제는 더하기가 아니라 빼기에 주목해야 합니다. 적게 사용하고 덜 버려야 합니다. 에너지나 자원을 덜 쓰고 폐기물이나 쓰레기를 적게 버리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환경적인’ 일입니다. 인류는 무엇을 줄여야 할까요.

줄여야 산다 스물 세번째 시리즈는 ‘폐가전’입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가전제품들은 버려지면 어디로 가서 무엇이 될까요? [편집자 주]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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