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페트병은 유니폼으로, 햇반 용기는 트레이로
백화점 쇼핑백에도 재사용 용지 도입...포장지로 확대 계획
쌀포대·현수막·부직포 커버...생각지도 못한 자원의 업사이클링

유통업계는 자원 절약과 쓰레기 배출을 줄이기 위해 자원순환 시스템 구축에 주목하고 있다. 관련해 리사이클링과 업사이클링을 키워드로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사진은 CJ프레시웨이가 운영하는 단체급식장에서 배출한 종이쌀포대로 제작한 러블리페이퍼의 가방. (CJ프레시웨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유통업계는 자원 절약과 쓰레기 배출을 줄이기 위해 자원순환 시스템 구축에 주목하고 있다. 관련해 리사이클링과 업사이클링을 키워드로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사진은 CJ프레시웨이가 운영하는 단체급식장에서 배출한 종이쌀포대로 제작한 러블리페이퍼의 가방. (CJ프레시웨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탄소의 실질적인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넷제로 실현을 위해 유통업계가 '자원순환' 시스템 구축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국내 유통 관련 주요 기업들은 최근 리사이클링과 업사이클링을 키워드로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업사이클링은 쓸모가 없어져 버려지는 제품을 단순 재활용하는 차원을 넘어 친환경적인 기술이나 디자인, 아이디어 등의 가치를 부가해 새로운 제품으로 재탄생시키는 것을 말한다. 

기업들은 지속가능한 자원순환 고리를 만들어 내는 데 의미를 두고 기업 활동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을 보다 친환경적으로 재활용하는 활동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폐기물을 자체적으로 수거하는가 하면 전문 업사이클링 업체와의 적극적인 협업 구조를 마련해 새로운 자원순환 체계 구축에 나서고 있다. 

◇ 폐페트병은 유니폼으로, 햇반 용기는 트레이로

유통 현장이나 매장에서 사용하는 유니폼에도 업사이클링 개념이 도입되고 있다. 음료·유통기업은 폐페트병을 유니폼으로 재활용해 직원들에게 배포하고 있다. GS25, 롯데칠성음료, 동원F&B 등은 각 사에서 판매 중인 생수의 폐페트병을 수거해 업사이클링하고 있다. 

예컨대 GS25는 지난해 블랙야크와 손잡고 수거한 무라벨 생수병 약 1톤 중 유니폼으로 50벌을 재탄생시켜 올해 직영점 등에 보급하고 있으며, 롯데칠성음료도 거래처 등에서 나오는 빈 생수 페트병을 직접 회수해 친환경 유니폼으로 업사이클링해 현장직원 3000명에게 지급한 바 있다. 각 유니폼 1벌당 모두 폐페트병 18개가 사용됐으며 향후 배포 범위를 확대하거나 업사이클링을 다양화한다는 계획이다. 

업사이클링 의류 품질 및 의미에 대한 직원 반응도 긍정적이다. 예컨대 롯데칠성음료의 한 직원은 업사이클링 유니폼에 대해서 “폐페트병으로 만든 친환경 의류를 입고 활동하니 회사가 추진하는 ESG경영이 더 실감났다”고 전했다. 

이밖에 구형 유니폼이나 찢어져 입지 못하는 유니폼을 가방 등으로 업사이클링하는 사례도 있다. 기업 활동으로 발생하는 폐기물을 친환경적으로 활용하는 데에서 나아가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활동을 강화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관련해 롯데하이마트는 지난해 업사이클링 전문 사회적 기업과 폐유니폼을 해체해 에코백을 제작해 지역아동센터에 기증했으며, GS리테일도 GS25, GS더프레시의 구형 유니폼을 반려동물 하네스로 업사이클링해 동물보호센터에 기부한 바 있다. 

생수병 이외에 즉석조리식품으로 나온 햇반 용기도 제조업체에서 회수해 업사이클링 작업에 나서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지난 2월 20일 햇반 용기를 직접 회수해 가치 있는 자원으로 재탄생시키기 위해 사회적협동조합 지역자활센터 3곳과 재활용 플라스틱 가공업체인 엘케이디엔씨와 협약을 맺고 재활용 플랫폼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지난 1월부터 소비자가 사용한 햇반 용기를 직접 수거하는 ‘지구를 위한 우리의 용기’ 캠페인을 CJ더마켓을 통해 펼치고 있다. 햇반과 수거박스가 함께 담긴 기획 세트를 구입한 뒤 사용한 햇반 용기를 20개 이상 담아 돌려 보내면 택배사가 회수한다. 지역자활센터는 수거된 햇반 용기의 분리와 세척을 맡고, 엘케이디엔씨는 이를 플라스틱 원료로 재가공한다. 

이렇게 재가공된 햇반 용기는 명절 선물세트 트레이로 재탄생된다. CJ제일제당은 회수량이 충분히 확보되면 CJ대한통운과 함께 친환경 물류용 팔레트 등에도 적용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햇반 용기 수거 캠페인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환경을 위한 하나의 자원순환 플랫폼으로 안착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전했다. 

GS25는 무라벨 생수병을 유니폼으로 재탄생시켜 직영점 등에 보급했다. 사진은 무라벨 생수를 들고 있는 모델과 업사이클 유니폼을 입은 모델이 포즈를 취하고 있는 모습. (GS25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GS25는 무라벨 생수병을 유니폼으로 재탄생시켜 직영점 등에 보급했다. 사진은 무라벨 생수를 들고 있는 모델과 업사이클 유니폼을 입은 모델이 포즈를 취하고 있는 모습. (GS25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 백화점 쇼핑백에도 재사용 용지 도입...포장지로 확대 계획

대부분 일회용으로 사용되고 버려지는 쇼핑백과 포장지에 업사이클링 원료를 도입해 제품 수명을 늘리는 경우도 주목할 만하다. 

백화점에서는 기존 고급용지 쇼핑백 사용을 중단하고 재생용지로 만든 친환경 쇼핑백을 도입했다. 현대백화점은 지난 2월 21일 판교점과 더현대 서울에서 100% 폐지로 만든 친환경 쇼핑백을 도입한 데 이어 오는 4월부터 압구정본점 등 전국 16개 점포에서 연간 약 800만 장에 달하는 기존 쇼핑백을 대체할 예정이다. 

백화점 업계에서 쇼핑백은 외부에 백화점의 고품격 이미지를 알릴 수 있는 중요한 수단으로 고급스러운 디자인과 다채로운 색상이 사용돼 왔다. 재생용지로 만든 친환경 쇼핑백만을 사용하는 건 극히 이례적인 일이라는 얘기다. 게다가 현대백화점에서 선보인 친환경 쇼핑백은 사용 후 재활용을 고려해 코팅이나 은박 등 일체의 추가 가공을 하지 않은 것이 특징이다.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친환경 쇼핑백 도입을 통해 매년 기존 쇼핑백 제작에 사용되는 나무 약 1만3200그루를 보호하고 약 3298톤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절감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해당 쇼핑백의 소재 개발을 위해 지난해 2월부터 외부 전문 기관과 손잡고 각 폐지별 성질을 연구하고 내구성을 위한 시험을 반복했다고 알려진다. 

이밖에 현대백화점은 유통업계 최초로 자체 발생하는 폐기물을 회수·수집해 원료화하고 이를 활용해 재활용품을 생산하는 ‘자원 순환 시스템’을 구축해 본사는 물론 전 점포에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포장 박스, 서류 등 매년 약 8700톤의 폐지를 자체 수거한 뒤 쇼핑백으로 제작할 예정이다. 향후 자체적으로 개발한 다양한 재생용지를 활용해 점포 내에서 사용되는 포장지도 100% 재생용지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대백화점은 100% 폐지로 만든 친환경 쇼핑백을 도입했다. 새롭게 선보이는 친환경 쇼핑백(오른쪽 황색 및 초록색 제품)과 기존 쇼핑백(사진 왼쪽 흰색 제품). (현대백화점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현대백화점은 100% 폐지로 만든 친환경 쇼핑백을 도입했다. 새롭게 선보이는 친환경 쇼핑백(오른쪽 황색 및 초록색 제품)과 기존 쇼핑백(사진 왼쪽 흰색 제품). (현대백화점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 쌀포대·현수막·부직포 커버...생각지도 못한 자원의 업사이클링

단체급식장이나 외식업체 등에서 나오는 쌀포대나 백화점 밖에 걸려있던 현수막 등이 가방으로 업사이클링되기도 한다. 기업들은 사용 후 버려지는 소재를 업사이클링하는 등 선순환 구조를 확대함으로써 ESG 가치를 실현해 나갈 것이라는 데 입을 모은다. 

단체급식장에서 매일 일반쓰레기로 버려지는 종이쌀포대는 가방으로 재탄생했다. CJ프레시웨이는 운영하는 단체급식장에서 매일 버려지던 종이쌀포대를 사회적기업 러블리페이퍼에 제공하고, 러블리페이퍼는 이를 종이원단으로 만들어 가방을 만들어 판매한다. 종이원단 제작 과정에서는 노인 일자리가 창출되고 이렇게 제작된 가방의 판매 수익금은 어르신 급여로 대부분 사용된다고 한다. 

올해 1월 말 기준 CJ프레시웨이가 제공한 종이쌀포대는 1470개로 가방 1100개를 생산했다. 러블리페이퍼는 관내 학교 급식소에서 쌀포대를 수거해왔으나 코로나19 확산으로 학교가 대거 휴교에 돌입하면서 쌀포대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고 알려진다. 이에 CJ프레시웨이는 지난해 11월부터 매주 쌀포대를 공급해왔다. 

기우진 러블리페이퍼 대표는 “CJ프레시웨이의 종이쌀포대를 활용해 만든 가방은 출시하자마자 재고가 모두 소진되어 매출이 전월 대비 약 50% 상승했다”며, “CJ프레시웨이 덕분에 양질의 종이쌀포대 수거량이 늘어나 쌀포대 업사이클링 제품 라인 확장을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10월부터 업사이클링 전문기업과 손잡고 점포 외벽에 홍보용으로 내걸었던 현수막을 업사이클링해 카드케이스, 파우치, 토트백 등 패션가방 2500개를 만들어 판매했다. 백화점 현수막은 정기 세일이나 가정의 달 등 이벤트 연출 기간이 지나면 대부분 소각 처리되곤 하는데 이를 눈여겨보고 재활용하기로 한 것이다. 현수막은 강풍이나 비, 눈 등 날씨 영향이 큰 외벽에 장기간 설치되는 만큼 내구성이 높고 생활 방수도 가능한 소재로 활용도가 높다. 

현대백화점은 압구정본점 등 경인지역 백화점 11개 점포 외벽에 걸었던 현수막 30여 장을 수거해 고온 세척·건조·코팅 과정을 거쳐 재활용 가능한 상태로 만들어 가방 겉감으로 사용했다. 안감은 폐페트병을 재활용해 만든 원단을 사용하고 상품 정보와 가격이 적힌 태그는 콩기름으로 내용을 인쇄한 재생종이를 사용했다.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현수막을 소각하지 않고 가방으로 제작함으로써 약 2.3톤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감축할 수 있었다. 해당 상품은 공식 온라인몰 더현대닷컴에서 판매했다. 올해는 전국 16개 전 점포에서 연간 사용하고 폐기하는 100여 장, 3톤 규모의 현수막을 모두 재활용해 친환경 제품으로 선보일 계획으로 알려진다. 

GS샵은 지난해 의류 포장에 사용되는 부직포 커버를 업사이클링 에코백으로 제작해 고객 사은품으로 증정했다. 부직포 의류 커버는 특성상 재활용이 불가능하고 일반쓰레기로 배출할 수 밖에 없다. GS샵에 따르면 연간 31만 장이 넘는 부직포 의류커버가 폐기되고 있다. 이에 단순 폐기물 재활용이 아닌 가치를 더한 제품 제작을 위해 업사이클링 에코백을 제작,  폐기량을 20%가량 줄일 수 있었다. GS샵은 향후 에코백뿐만 아니라 파우치 등 다양한 업사이클링 제품을 만들어 고객에게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이러한 일련의 재활용 과정을 통해 얻은 소재를 제품에 도입하면 기업 입장에서는 비용이나 수고가 더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순환 구조를 확대하는 것은 환경적인 이유 때문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친환경 쇼핑백이 재료 보관이나 처리 등의 이유로 비용은 오히려 더 발생한다”면서 “우리가 하는 친환경 사업은 비용을 아끼기 위해서 한다기보다 비용이 들어가더라도 친환경적인 활동을 실천하기 위해서 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GS25 관계자 역시 “폐페트병을 업사이클링해 제작한 유니폼이 기존 유니폼보다 가격적인 면에서는 조금 더 비싼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아무래도 규모의 경제라든지 대량생산 등의 이유로 조금 더 비싼 것인데 그런 상품을 찾는 사람이 더 많아지고 기술이 일반화돼서 대량생산 체제로 효율적으로 생산하게 된다면 원가비용 절감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사람에게 생애주기가 있듯 물건에도 ‘생산-유통-판매-사용-폐기‘라는 라이프사이클이 있습니다. 이 모든 과정에서 탄소가 배출됩니다. 유통기업은 이 중 어디에서 어떻게 탄소배출을 줄일지 고민하고 실천해야 할 환경적 책임이 있습니다. 

세계적인 탄소중립 흐름 속에서 유통업계에서 실천할 수 있는 ‘넷제로 전략’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눠서 살펴볼 수 있습니다. 생산단계에서의 ‘플라스틱 퇴출’, 사업장에서의 ‘에너지 전환’, 유통현장에서의 ‘녹색물류’입니다. 이에 더해 자원낭비를 막고 쓰레기 배출을 줄이는 자원순환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4회차에서는 진화된 업사이클링을 통해 지구와의 새로운 연결고리를 찾는 유통기업들을 살펴봅니다. [편집자주]

key@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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