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리는 습관 중요하지만...사는 습관도 중요하다
소비 줄이기, 경제적인 이유 아닌 환경적인 이유
“아이가 쓰레기 쌓인 지구에서 살게 하고 싶지 않다”

환경적인 소비를 말할 때 ‘버리는’ 습관 대신 ‘사는’ 습관이 더 중요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어떻게 버리는지, 얼마나 버리는지도 중요하지만 그에 앞서 무엇을 구매하고 어떻게 사용하는지도 중요하다는 취지다. 버려지는 것을 줄이기 위해 덜 산다는 소비자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그래픽 : 최진모 기자, 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환경적인 소비를 말할 때 ‘버리는’ 습관 대신 ‘사는’ 습관이 더 중요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어떻게 버리는지, 얼마나 버리는지도 중요하지만 그에 앞서 무엇을 구매하고 어떻게 사용하는지도 중요하다는 취지다. 버려지는 것을 줄이기 위해 덜 산다는 소비자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그래픽 : 최진모 기자, 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환경적인 소비를 말할 때 ‘버리는’ 습관 대신 ‘사는’ 습관이 더 중요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어떻게 버리는지, 얼마나 버리는지도 중요하지만 그에 앞서 무엇을 구매하고 어떻게 사용하는지도 중요하다는 취지다. 버려지는 것을 줄이기 위해 덜 산다는 소비자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 버리는 습관 중요하지만 사는 습관도 중요하다

봉준호 감독 영화 <옥자>에는 환경적인 이유로 육식을 거부하는 한 등장인물이 나온다. 그 사람은 배가 무척 고픈 상황에서도 ‘경유를 사용한 트럭으로 운송했을 것’이라는 이유로 토마토를 먹지 않겠다고 말한다.

영화적 장치로 과장된 장면이지만 실제로 제품이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과정은 크든 작든 환경적인 영향을 미친다. 물론 버려질 때도 그렇다. 만일 제품을 비효율적으로 많이 구매했거나, 너무 자주 버리면 환경에는 그만큼 더 큰 영향을 미친다. 소비하지 말라는 의미가 아니라, 불필요한 소비는 쓰레기를 늘리는 원인 중 하나라는 얘기다. 이런 관점에서 환경적인 소비를 하려면 ‘버리는’ 습관도 중요하지만 ‘사는’ 습관도 중요하다고 말하는 목소리가 있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은 지난 8월 서울환경연합 등이 주최한 ‘대담한 쓰레기 대담’에서 지구를 살리는 친환경 소재는 없다”라고 주장했다. 아무리 친환경 소재여도 사용하는 양이 많아지면 환경적인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취지였다. 비슷한 걸 많이 사거나 한 번 쓰고 버리는 물건을 구매하지 말고 여러 번 사용할 수 있는 질 좋은 물건들을 사용하자는 뜻이다.

제품 또는 소비심리와 쓰레기의 관계가 그렇다. 소비자들은 ‘친환경 제품’이 무엇이냐고 묻는다. 좋은 취지의 질문이다. 하지만 중요한 게 하나 더 있다. 그 제품을 사용하는 습관, 그리고 그 제품을 얼마나 사용하고 언제 버리느냐에 따라 쓰레기의 양과 질이 결정되는 경우도 많아서다.

◇ 소비 줄이기, 경제적인 이유 아닌 환경적인 이유

경제적인 이유가 아니라 환경적인 이유로 소비를 줄이겠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소비하는 이유를 마치 수학 공식처럼 딱딱 나눠 설명하기는 어렵겠지만, 버려지는 것을 줄이기 위해 소비를 억제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의 얘기를 들어봤다.

서울 송파구에 사는 소비자 윤모씨(44)는 2004년에 구매한 청소기를 얼마 전 A/S했다. 물 묻은 바닥을 청소기로 돌렸더니 내부에 습기가 차서 냄새가 올라온다는 이유였다. 18년차 청소기를 수리하려고 서비스센터를 검색하는 그의 모습을 보며 가족들은 ‘새로 사자’고 말했단다. 하지만 윤씨는 그럴 생각이 없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환경단체 온라인 강의를 들었는데 버려지는 가전제품이 많고 그 중 상당수는 제도권 아래에서 제대로 처리되지 않고 개발도상국 등으로 흘러가 어떻게 처리되는지도 모르는 상태로 버려지는 경우가 많다고 하더라고요. 제대로 버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최대한 안 버리는 것도 중요한 것 같아요”

그의 집에는 오래된 물건이 많다. PC는 9년 됐고 TV는 16년, 냉장고와 전자레인지는 곧 20년이 된다. 그의 할머니가 사용하던 도자기 꽃병은 40년이 넘었다. 고등학교 시절 즐겨보던 만화책이 소장용 등 다양한 버전으로 여러번 재출간됐는데 그는 여전히 1994년에 구매한 책을 읽는다. 기자가 ‘오래된 물건을 좋아하는 취향이나’고 물어보았는데 그는 “버리는 걸 줄이기 위해서”라고 답한다.

윤씨는 평소 제로웨이스트숍에서 물건 사는 걸 꺼린다. 환경을 생각한다는 사람이 왜 그런지 궁금했는데 집에서 멀어 매장에 방문하려면 차를 타야 해서다 걸어갈 수 있는 집 근처 매장에서 대용량 제품 위주로 꼭 필요한 만큼만 사는 게 그의 원칙이란다. 윤씨는 “예전에는 어떻게 버릴지 고민했는데 요즘은 사는 걸 어떻게 줄일지 고민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 “아이가 쓰레기 쌓인 지구에서 살게 하고 싶지 않다”

분당에 사는 소비자 김모씨(43)도 환경을 위해 소비 자체를 줄인다고 말한다. 5살 아들을 키우는 김씨는 본격적으로 육아를 시작하면서 기저귀나 물티슈 등을 많이 사용했는데 그때부터 환경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고 한다. 1회용품 사용이 늘면서 버리는 양이 많아지고 쓰레기 줄이는 방법을 고민하다 사용하는 제품을 바꾼 사례다.

“쌓이는 쓰레기봉투를 보면서 우리 아이가 나중에 크면 어떤 세상에서 살게 될 지 고민하게 됐어요. 버려진 옷들이 잔뜩 쌓여 큰 강을 이룬 외국의 한 마을 모습을 동영상 사이트에서 우연히 봤거든요 ‘애 키우다 보면 어쩔 수 없어’하면서 1회용품을 잔뜩 버리던 제 모습과 오버랩되서 아차 싶었어요. 그때부터 면 기저귀랑 소창 행주를 사용하기 시작했죠”

아이가 커가면서 입는 옷도 달라지고 가지고 노는 장난감, 읽어야 할 책이 매년 달라진다. 김씨는 중고거래사이트를 이용하고 사촌 언니와 필요한 물건을 서로 교환하는 등의 방식으로 물건 사기를 줄이고 있다. 그는 “돈을 아끼려는 마음이 아니다. 내 아이가 입고 쓰는 게 아까울 리 없다”면서 “아이가 쓰레기 쌓인 지구에서 살게 하지 않고 싶은 마음”이라고 말했다.

“아이에게 좋은 거 먹이는 이유는 건강하게 자라기를 원해서잖아요. 옷 한 벌 장난감 하나 고를때도 소재 따져보고 아이 피부나 건강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지 고민하고요. 그러면 우리 아이 몸 뿐만 아니라 아이가 살아갈 환경도 깨끗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게 지금 부모들이 할 일 아닐까요?” 김씨는 이렇게 말했다.

줄여야 산다 3편에서는 제품 생산과 유통 단계에서부터 쓰레기를 줄이려는 정책 들을 소개한다.

역사 이후로 인류는 늘 무언가를 더하기 위해 살아왔습니다. 과거보다 더 많은 자본, 나아진 기술, 늘어나는 사업영역에 이르기까지, 미지의 분야를 개척하고 예전에 없던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며 문명을 발전시켰습니다. 그 결과, 인류는 발전했습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지구의 건강이 위협받기 시작했습니다. 인류가 무언가를 많이 사용하고 또 많이 버릴수록 지구에 꼭 필요한 자원과 요소들은 점점 줄어들기 시작했습니다. 열대우림이 줄어들거나 빙하가 녹고 그 과정에서 생태계의 한 축을 이루던 동물과 식물들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이제는 더하기가 아니라 빼기에 주목해야 합니다. 적게 사용하고 덜 버려야 합니다. 에너지나 자원을 덜 쓰고 폐기물이나 쓰레기를 적게 버리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환경적인’ 일입니다. 인류는 무엇을 줄여야 할까요.

줄여야 산다 스물 두번째 시리즈는 ‘과소비’입니다. 인류는 불필요한 소비를 줄여야 합니다. 경제적인 이유가 아니라 환경적인 이유에서 그렇습니다. [편집자 주]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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