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소비 중시하는 세대 중심으로 중고시장 성장
번개장터 통해 가진 것 팔고 요트 사서 바다로
빨간 클립 하나로 집까지 산 사례도 

번개장터에서 진행한 송호준 요트 프로젝트. (번개장터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번개장터에서 진행한 송호준 요트 프로젝트. (번개장터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곽은영 기자] 최근 중고거래는 단순히 필요한 물건을 사고 파는 행위를 뜻하지 않는다. 개인적 취향과 환경적 가치를 사고 파는 것으로 확장됐다. 어떤 이는 물건을 팔아서 수익을 창출한다는 측면에서 중고거래가 작은 창업이라는 생각까지 든다고 말한다. 이 중고거래, 물물교환이 가진 힘은 어디까지일까.

◇ 번개장터 통해 가진 것 팔고 요트 사서 바다로

최근 ‘송호준 요트 프로젝트’가 중고거래 끝판왕으로 이슈가 됐다. 해당 프로젝트는 세계 최초로 개인 인공위성을 발사했던 송호준 작가가 10개월간 개인작품과 취미용품을 번개장터에서 판매하고 요트 구입비 3억 원을 마련하는 프로젝트, 일명 ‘송요프’였다. 송요프를 관통하는 동기는 ‘꿈은 없고요, 그냥 요트 하나 갖고 싶어요’다. 

송 작가는 약 10개월간 356개 상품을 내놓았고 이 중 244개 판매해 약 4000만 원 수익을 얻었다. 그는 가진 대부분의 것을 팔아 마련한 수익에 돈을 더 보태 요트 ‘엘란 433 임프레션’ 한 척을 구입, 몸을 싣고 망망대해로 떠났다고 한다. 

이 무모하면서도 용감한 그의 도전 뒤에는 중거거래가 있었다. 그는 바다로 나가기 전 육지에서 사용하던 물건들을 정리하고 대신 바다에서 필요한 것을 채울 필요성을 느끼고 중고 플랫폼을 활용했다. 가진 물건을 다 팔아 요트 한 대를 사고자 한 것. 번개장터가 송 작가의 도전을 지원했다. 

송 작가는 지난해 8월부터 자신의 작품과 취미 용품들을 중고거래 플랫폼 번개장터에서 팔고 새로운 관심사인 요트 구입비를 마련하고자 했다. 작업실에 있던 인공위성, 캠핑 장비, 플라잉 낚시 장비 등 취향이 담긴 물품이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을 기다렸다. 

‘송호준 요트 프로젝트’의 목표 금액은 56피트 급 요트 구매가격인 3억 원. 이를 모으기 위해 10개월간 356개의 상품을 업로드했고 이 중 244개를 판매했다. 번개장터 앱을 통해 거래한 총 판매액은 4천만83만9900원으로 목표 금액의 10%를 웃돌았다. 

번개장터에 따르면 중고거래된 품목 중 가장 높은 금액은 8백만 원이었고 가장 낮은 금액은 1900원이었다. 지프 랭글러와 롤랜드 CNC가 각각 8백만 원으로 거래됐고 가장 낮은 금액으로 거래된 품목은 절연용 테이프였다. 

판매되지는 않았지만 10억 원에 달하는, 번개장터 내에서도 가장 비싼 매물로 남을 제품인 ‘방사능 목걸이’도 눈길을 끌었다. ‘죽음 시음’이라는 주제로 만든 작품 가격은 9억9999만9999원으로 35달러짜리 우라늄을 이용해 제작됐다고 한다. 

제품 가격의 협상도 가능했다. 독일의 하이엔드 BMX 브랜드 위더피플의 경우 한 초등학생이 2만 원의 네고를 요청했고 결국 그가 BMX의 새 주인이 되었다. 

번개장터는 송 작가의 사례를 소개하면서 “‘모난 돌이 정 맞는다’고 한국에서는 모두 똑같이 반듯한 돌이 되기 위한 교육을 받지만 차곡차곡 쌓여 올려진 돌 사이에서도 숨 쉴 틈이 필요하다”며 “내가 갖고 싶은 것을 사고, 내 취향을 발견해 나가는 중고거래를 통해 그 균열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송호준 작가는 “가지고 있던 대부분의 짐을 정리하며 과거의 송호준을 조금이나마 벗어나 새로운 생각을 품을 수 있게 되어 기쁘다”며 “앞으로도 자주 스스로를 리셋하며 힘을 얻을 수 있으면 한다. 각자의 취향이 존중돼 치열하게 다양한 세상을 만들 수 있게 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 빨간 클립 하나로 집까지 샀다고?

일상용품, 취미용품, 작업한 작품까지 다 팔아서 요트 한 척을 사서 바다로 나가는 이 일화는 다소 무모하고 신선한 도전처럼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내가 가진 물건을 팔아 자신이 원하는 곳으로 훌쩍 뛰어 넘어가는 이러한 트렌드는 최근 젊은 세대에서 문득 일어난 일은 아니다. 이같은 스토리는 약 15년 전에도 있었다. 빨간 클립 하나로 집까지 산 카일 맥도널드의 얘기다. 

카일 맥도널드는 빨간 클립 한 개를 계속 다른 물건과 바꿔 집 한 채를 얻어내면서 화제가 된 인물이다. 그는 2005년 3월 경매사이트에 종이 클립을 매물로 올린다. 그의 물물교환 과정은 블로그를 통해 실시간으로 공유되며 많은 응원과 관심을 받았다. 일명 ‘bigger and better’ 게임으로 더 나은 물건으로 교환하는 것이었다. 이후 이 이야기는 ‘빨간 클립 한 개’이라는 제목의 책으로 출간되기도 했다. 

거래 원칙은 단순했다. 필요한 사람들까지 필요한 물건을 서로 교환하자는 것. 집안에 의미없이 돌아다니는 동전, 연필 하나도 필요한 사람에게는 가치가 있다는 시각이었다. 카일은 집 안에 있던 빨간 클립 한 개로 시작했다. 처음에 이 클립은 물고기 펜과 교환됐다. 이후 물고기 펜은 문손잡이 한 개, 캠핑 스토브 한 개, 빨간 발전기 한 개, 즉석 파티 세트, 스노모빌 한 대, 야크 여행권, 큐브밴 한 대로 교환됐다. 빨간 클립이 밴 한 대까지 교환된 것이다. 

이후에는 음반 취입 계약서 한 장, 피닉스 일 년 무료 임대권, 록스타 앨리스 쿠퍼와의 오후, 키스 스노 글로브 한 개, 영화 출연권, 키플링의 집 한 채로 이어졌다. 처음에는 장난처럼 시작된 놀이 같은 물물교환이 14번의 과정을 거치면서 집 한 채로 돌아온 것이다. 어느 순간부터 물건뿐만 아니라 보이지 않는 가치도 교환한 것이 눈길을 끈다.  

당시 카일은 블로그를 하나의 공유 플랫폼으로 활용했지만 요즘은 그보다 더 많은 중고거래 플랫폼이 생겨나고 있다. 누구나 셀러가 될 수 있고 유저가 될 수 있으며 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는 뜻이다. 

특히 최근의 중고거래 플랫폼은 필요한 것을 서로 내놓고 판매하던 것에서 더 나아가 좋아하는 것을 찾는 플랫폼으로 나아가고 있다. 중고거래를 통해 취향을 발견하는 것이다. 중고거래는 물건에서 취향과 환경의 가치를 찾고 더 나은 라이프 스타일로 나아갈 수 있는 수단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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