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후소송’의 가해자는 누구인가
[기자수첩] ’기후소송’의 가해자는 누구인가
  • 이민선 기자
  • 승인 2021.03.17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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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포스트코리아 이민선 기자] 프랑스 파리 행정법원은 지난 3일 옥스팜, 그린피스 등 4개 환경단체가 “마크롱 정부의 기후변화 대응 조치가 온실가스 배출을 억제하기에 충분하지 않다”며 제기한 소송에 대해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목표를 완전히 달성하지 못한 프랑스 정부의 책임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프랑스 정부는 기후변화 대응에 미흡했던 책임으로 1유로(약 1300원)의 배상금을 내게 됐다.

이는 2019년 그린피스 등 4개 시민단체가 프랑스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1유로 기후소송’의 결과다. ‘1유로 기후소송’은 230만 명의 프랑스인들이 온라인 지지 서명에 동참하면서 역대 가장 많은 사람들의 지지를 받았고, 네덜란드, 아일랜드에 이어 전 세계에서 세 번째로 승소한 기후소송이다.

기후위기가 현실로 닥치면서 유럽과 미국 등 전 세계 각지에서 기후소송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시민단체 ‘청소년 기후행동’이 지난해 3월 “정부의 소극적인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청소년들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행위”라는 내용의 헌법소원을 청구하면서 국내 첫 기후소송이 시작됐다. 

이번 기후소송의 피청구인인 대통령을 대리한 정부법무공단은 지난해 10월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청구인인 청소년들은 온실가스 감축을 정부에게 요구할 권리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청소년들의 환경권, 생명권, 행복추구권을 침해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헌법상 ‘온실가스 감축 목표’에 관한 입법 의무도 없고, 온실가스 관리를 위한 조치도 충분히 했다는 주장이다.

변호인단 중 한 명인 기후솔루션 윤세종 변호사는 “정부는 '기후변화 대응조치를 했다'고 주장하지만, 결과적으로 지난 10년간 온실가스는 거의 줄이지 못하고 늘기만 했다”며 “2015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달성에 실패했고, 2030년 목표도 바로잡지 않고는 기후변화 대응을 제대로 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현재 양측이 재판부에 의견서를 번갈아 제출했고, 청소년 기후행동 측이 공개변론을 신청해 향후 공개변론이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 

또 다른 가해자인 기업의 책임을 묻는 소송 역시 각국에서 진행되고 있다. 뉴욕 검찰총장은 지난해 10월 엑손모빌이 잠재적인 기후변화 비용을 호도해 손해를 봤다는 주주와 투자자들을 대신해 엑손모빌을 기소했다. 엑손모빌 주주들의 피해 추정액수는 4억1600만~11억6000만 달러에 이른다.

이번 재판으로 “기후위기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뒤에서는 이를 부정하는 단체나 인물에 거액의 재정지원을 해온 기업들이 대거 알려졌다. 특히, 최근에는 구글이 기후변화 부정 단체에 거액을 후원해온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구글이 기부한 싱크탱크는 보수성향이 짙은 단체들로 이뤄져 있다. 이들 가운데 SPN, 케이토연구소, 메르카투스센터는 기후변화를 부정하는 ‘큰 손’ 역할을 하는 미국 대기업 코크인더스트리즈가 재정을 지원하고 있다.

이처럼 기후변화로 인한 정부와 정치, 기업의 영역에서 해결되지 않고, 너무 오랜 시간 방치되면서 인권 문제로까지 퍼져나가고 있다. 지난해 여름 56일 간 장마로 인한 농업인, 가스검침원, 방송노동자, 건설노동자, 해수면 상승지역 거주민, 기후우울증 피해자 등 41명의 진정인이 기후위기로 인해 생명권과 건강권 등 인권을 침해받았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대한민국 정부를 대상으로 진정을 제기했다. 

기후위기로 인해 헌법이 보장하는 생명권과 건강권, 자기결정권, 행복추구권, 거주·이전의 자유, 직업의 자유 등을 침해받았다는 취지다. 진정인 중 하나인 기후위기인권그룹은 “가속화되는 기후위기와 미흡한 정부의 대응으로 인해 날씨에 취약한 계층과 일반 시민들의 인권침해가 심화되는 현실을 고발하고 대책 마련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과거 대형 태풍이 왔을 때 농민들이 피해를 입곤 했지만 어느 시기부터 대형 태풍이 나타나는 주기가 짧아졌고 오는 시기도 점점 늦어진다”며 “올해 여름에는 56일 간 비가 왔는데 장마라기보다는 우기라고 봤다”며 기후위기가 지금까지의 삶을 유지할 수 없는 수준으로 심각해지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번 진정에는 재산이나 업무상의 피해뿐만 아니라 기후위기로 인한 우울증 등 건강상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이들도 참여했다.

우리는 대부분 눈 앞에 위기가 보이고 나서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애쓴다. 다만 가해자를 찾는다고 이들 문제가 해결될 수 없는 것처럼, 우리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기후위기’는 결국 모두에게 책임이 있고, 함께 풀어나가야 할 문제이기도 하다. 정부와 기업이 책임감 있게 기후위기에서 벗어나고자 한다면, 개인 역시 단순히 해결되기를 기다리는 게 아니라 문제 의식을 갖고 이들과 연대를 통해 나아가야 할 것이다.

minseonlee@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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