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금융사 원안 가결률 97.2%…지주사 CEO 의사결정 왜곡 심화 우려 있어

토론회 참석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토론회 참석자들이 발언을 하고 있다./박은경 기자

[그린포스트코리아 박은경 기자] 6조 7천억원에 이르는 사모펀드 환매중단 사태와 채용비리 등의 사회적 논란으로 금융지주회사의 견제장치가 도마 위에 올랐다. 이사회가 경영진을 견제하고 있지만, 사실상 이사회를 통한 견제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16일 참여연대 등의 시민단체와 노동조합 및 정무위원회 소속 민병덕·오기형·이정문 더불이민주당 의원 배진교 정의당 의원은 '사모펀드 피해 재발 방지를 위한 금융지주회사 책임 강화 모색 토론회를 열고 금융지주회사의 책임강화 방안을 모색했다.

금융지주회사제도는 지난 2001년 금융지주회사법이 시행되며 생겨났다.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 과정의 용이성과 금융의 대형화, 겸업화 추세에 부합하기 위한 체제다.

금융지주회사는 자회사의 주식 대부분을 소유하고 있는데 자회사 중 은행 주식 100%를 소유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은행법 제8조 제1항에 따라 금융지주회사가 10%를 초과해 은행의 주식을 보유할 수 없도록 돼있다. 때문에 금융지주회사는 지배구조법률이 아닌 금융지주회사의지배구조에관한 법률을 별도로 적용받고 있다.

시민단체가 지적하는 지점은 금융지주회사 대표이사의 지배권이다. 지배주주가 없는 금융지주회사는 사실상 대표이사인 회장이 지주회사와 완전자회사에 대한 절대적 지배권을 갖고 경영에 임하는 경우가 많다. 금융지주회사 대표이사는 금융지주회사가 자회사의 주식 100%를 소유하고 있다는 특성상 경영에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반대로 완전 자회사인 은행의 대표이사가 경영의사결정에 대한 완전한 권한을 가질 수 없다.

반면 은행은 지주사의 영향과 지배를 받는 현실과 달리, 지주사와 별도 법인이기 때문에 자회사인 은행의 의사결정에 대한 책임은 모두 은행 대표이사가 지도록 해 불합리한 구조를 띠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이날 발제를 통해 "금융지주회사의 대표이사가 합법적이고 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하더라도 그 영향력 행사의 경로가 불명확하고 이에 대한 명문규정이 없다"면서 "제도적으로 지주회사의 대표이사와 자회사 경영진들이 자회사 경영의사결정과 집행에 대해 협의하거나 명시적으로 권한을 위임받을 수 있는 근거가 부재한 설정이다"라고 강조했다.

장기연임에 대한 지주회사회장 임기 및 선출방식에 대한 논의도 이뤄졌다. 통상 지주회사 회장 임기는 3년을 초과하지 못한다는 상법 제 383조 제2항의 원칙하에 각 정관에서 별도로 임기를 정하고 있다. 회장 선임은 이사회 결의로 선임할 수 있지만, 정관을 통해 주주총회에서 선임하도록 정할 수도 있는데 연임 횟수에 제한이 없다.

신한금융지주의 경우 이사회 내 위원회인 '지배구조 및 회장 후보 추천위원회'에서 회장 후보자를 추천하고 이사회 결의로 대표이사 회장 1인을 선임하고 있다. 이때 '이사의 임기는 3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주주총회에서 결정하며, 연임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어 임기의 제한은 있지만 연임 제한은 없다.

하나금융지주도 '이사의 임기는 3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주주총회에서 결정하며, 연임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어 신한지주와 마찬가지로 임기의 제한은 있지만 연임 제한은 없다.

KB금융지주는 '이사의 임기는 3년으로 하며 연임할 수 있다. 다만, 주주총회에서 별도로 정하는 경우 3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정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어 동일하게 연임 제한은 없는 상황이다.

이를 통해 신한지주의 경우 제1대 라응찬 전 회장이 2001년~2010년까지 10년간 4연임을, 제2대 한동우 전 회장이 2011~2017년까지 연임을, 조용병 회장이 2017년부터 현재까지 연임하고 있다. 하나금융지주는 제1대 김승유 전 회장이 2005년~2012년까지 3연임을, 김정태 회장이 2012년부터 3연임 했으며 1년 추가 연임을 앞두고 있다. KB금융지주는 제5대 회장인 윤종규 회장이 2014년부터 3염임을 하고 있다.

이에 시민단체는 집중투표제를 제언했다. 집중투표제가 도입되면 주식 1주를 가진 주주는 5명의 이사를 선출할 때 5표의 의결권을 가지게 돼 소수주주들의 의견과 이익을 대변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사회의 견제기능이 미비하다는 지적도 따랐다. 금융지주회사는 이사회 중심의 지배구조로, 이사회가 경영진의 독주를 견제하고 있다. 실제 금융지주회사는 평균 사외이사 비중이 67.3%로 이사회 제도가 잘 정착됐다. 그러나 이사회가 경영진과 지주회사를 효과적으로 견제하냐에는 의문이다. 어떤 반대의견 없이 원안 그대로 가결되고 있기 때문이다.

2017년~2019년 사이 6개 금융회사(KB금융·신한지주·하나금융·우리금융·NH농협금융·기업은행)의 이사회 및 위원회 안건 통과 현황을 분석한 결과 결의 안건(3273건) 97.2%(3180건) 상당이 어떠한 수정의결, 보류, 사소한 반대 등의 의견제시 없이 원안 그대로 가결됐다.

주요 금융지주사별로 △KB금융지주와 국민은행이 각각 94.8%, 94.9% △신한지주와 신한은행이 각각 99.5% △우리금융지주와 우리은행이 각각 100%, 99.3% △하나금융지주와 하나은행이 각각 95.4%, 100% △농협금융지주와 농협은행이 각각 100%, 98.6% △기업은행 100% 확률로 원안 그대로 가결됐다.

보고안건에 의견을 제출한 건 신한지주가 5.7%로 유일했다. 신한지주는 2019년 11월 14~5일 양일에 걸친 이사회애서 신한금융투자의 독일헤리티지펀드/라임펀드와 관련해 '신한금융투자 내부통제 강화 및 투자자 보호장치 마련'을 지시한 바 있다.

권호현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실행위원 및 변호사는 "원안 그대로 가결된 게 97.2%다"라며 "이는 사외이사들의 견제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지주회사 대표이사의 의사결정 왜곡 심화 가능성도 제기됐다. 이시연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권한과 책임의 괴리가 클 시 주주나 기타 이해관계자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 유인이 크게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이날 토론회에서 이사회의 경영진 견제를 위해 이사회 내 회장후보추천휘원회 및 임원후보추천위원회 구성의 다양성을 권고했다.

이상훈 금융경제연구소장 및 변호사는 "금융지주회사로 권한이 집중되는 걸 이사회를 통해 분산해야 한다"며 "지주회사 체제는 맨 꼭대기에 집중하는 방식인데, 맨꼭대기서 지배하다보니 위에서 압박하면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사회를 통한 견제장치를 확대하되 다각도에서 다양하게 접근하고, 특히 임원추천위원회의 구성을 다양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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