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판지 상자 버리는 올바른 방법을 아시나요?

때로는 긴 글 보다 한 장의 사진이 더 많은 메시지를 담습니다. 과거 잡지기자로 일하던 시절에 그런 경험을 많이 했습니다. 포토그래퍼나 디자이너에게 어떤 느낌의 작업물을 원하는지 전달하려면 빽빽한 글을 채운 작업지시서보다 딱 한 장의 ‘시안’이나 ‘레퍼런스’가 훨씬 더 효과적이었습니다.

살면서 마주치는 여러 가지 환경 관련 이슈, 그리고 경제 관련 이슈가 있습니다. 먼 곳에 있는 뉴스 말고 우리가 아침저녁으로 마주하는 공간에서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는 것들 말입니다. 그런 풍경들을 사진으로 전하겠습니다.

성능 좋은 DSLR이 아닙니다. 그저 주머니에서 꺼내 바로 찍을 수 있는 폰카입니다. 간단하게 촬영한 사진이지만 그 이미지 이면에 담긴 환경적인 내용들, 또는 경제적인 내용을 자세히 전달하겠습니다. 그러니까, 사진으로 읽는 환경 또는 경제 뉴스입니다. 서른 한번째 사진은 제대로 버려지지 않은 채 바람에 날려 굴러다니는 골판지 상자의 모습입니다. [편집자 주]

상자가 바람에 날려 길 한가운데 놓였다. 상자의 원래 주인은 저기 버린게 아니므로 잘못이 없을까? (이한 기자 2020.11.20)/그린포스트코리아
상자가 바람에 날려 길 한가운데 놓였다. 상자의 원래 주인은 저기 버린게 아니므로 잘못이 없을까? (이한 기자 2020.11.20)/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바람 불어와 내 몸이 날려도, 당신 때문에 외로운 내 마음. 모든 것이 다 지나가 버려도, 내 마음은 당신 곁으로”라는 노래 가사가 있다. 80년대 노래인데 2012년 <나는 가수다2>에서 김건모가 불렀고 올해 <사랑의 콜센터>에서 영탁이 불러 다시 화제가 된 노래다. 바람에 날려온 버려진 상자를 보고 저 노래 가사를 떠올린 건 너무 뜬금없는 연결일까?

상자의 원래 주인이 주인이 저 곳에 일부러 버린 건 같지는 않다. 아마도 바람이 세게 불어 날려왔을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공교롭게도 일방통행 진입로 한 가운데를 상자가 막은 것처럼 보일 뿐이다. 하지만 저 상자의 주인에겐 (크지는 않지만) 작은 잘못이 있다. 골판지 상자 등은 비닐코팅이나 상자에 붙은 테이프, 철핀 등을 모두 제거한 다음 압착해 운반하기 쉽도록 묶어서 배출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

끈으로 묶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차곡차곡 쌓아서 버려야 한다. 재활용품 수거함에 잘 모아서 버리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저 상자는 잘 펴지지도 않았고, 옆면에는 바코드 스티커가 그대로 붙어있다. 바람에 날려왔다면, 모르긴 해도 날려가기 쉬운 곳에 저 모습 그대로 버려졌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면 안 된다. 상자 하나 버리는데 누가 테이프와 스티커, 철심 다 떼고 일일이 편 다음 압착해서 버리냐고? 규정이 그렇다. 그리고, 기자는 늘 그렇게 버린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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