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포스트코리아 이민선 기자] 전 세계 백신 경쟁이 한창이다. 누가 먼저 백신을 내놓느냐에 대해 기업은 물론 국가들도 발 벗고 나섰다.

지난 8월 러시아에 세계 최초 코로나19 백신이라며 ‘스푸트니크 V’를 출시한 데 이어, 중국도 백신을 내놨지만, 이 두 가지 백신 모두 정식 승인이 아닌 임상 2상 진행 후 긴급 승인된 백신으로 호응을 크게 얻지는 못했다. 

하지만, 지난 9일 미국 제약사 화이자가 자사 백신의 코로나19 예방 효과가 90% 이상이라고 발표했다. 일주일 뒤인 16일 미국 제약사 모더나는 백신 후보 물질이 94.5%의 코로나 예방 효과를 보였다고 밝히면서 전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미국이 의료 강대국이며, 모더나는 미국 정부의 투자를 받았다는 점에서 기대감이 높았기 때문이다.

반면, 백신 효과에 대한 의문도 끊이지 않는다. 사실 지금까지 개발된 다른 백신들은 안전성이 입증되고, 시장에 배포되기까지 최소 10년 이상이 걸렸다. 하지만 코로나가 유행하기 시작된 지 약 8개월이 지난 시점 개발된 백신들에 대해서 얼마나 많은 데이터가 확보됐냐는 점이다.

화이자가 백신 개발에 대한 첫 결과를 발표한 당시, 뉴욕타임즈(NYT)는 화이자의 데이터가 100% 공개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임상시험 참가자나 의사, 회사의 최고 경영자 등 독립 이사회를 제외하고는 94명 중 몇 명이 백신을 맞고, 위약을 투여받았는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다.

게다가 화이자의 앨버트 불라 CEO는 효과를 발표했다고 보도된 그 날 자사 주식 13만2508주를 556만달러에 매각했다. 예정된 절차에 따른 매각이었지만, 비판의 목소리를 피하지는 못했다.

모더나의 CEO 스테파네 방셀도 성공적인 임상 결과를 발표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1만9000주의 자사 주식을 처분했다. 당시 주식 매각 가액은 총 174만달러(약 19억3000만원) 규모다. 방셀 역시 예정된 절차에 따른 매각이었다며 내부자 거래는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또 24억 회분에 이르면서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선구매량을 확보한 영국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와 옥스퍼드대가 공동 개발한 백신의 효능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 백신의 경우 측정 오류로 인해 절반만 투여됐지만 90% 이상의 효과가 있었고, 투약에서 1회분의 절반을 맞은 참가자들은 모두 55세 이하로 고령층이 없었다는 점도 뒤늦게 드러나면서다.

위 같은 사례를 통해서 코로나19 백신 개발 기업들은 ‘모럴해저드(morale hazard)’라는 수식어를 피할 수 없게 됐다. 우리나라 말로 ‘도덕적 해이’에 가까운 이 단어는 시장 또는 기업, 공공기관 등 조직에서 계약의 한쪽 당사자가 정보나 자신의 유리한 조건을 이용, 다른 사람들을 희생 시켜 이득을 취하는 것을 뜻한다.

희생자는 당연히 그 반대편에 선 국민이다. 코로나19 증가세가 끊이지 않는 이 시점, 마땅한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은 상황에서 믿을 거라곤 백신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들의 심리를 역이용해 기업들의 사리사욕을 채우는 일은 있어서는 안 된다.

게다가 이 백신들은 코로나19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노인이나 기저 질환자가 먼저 맞게 될 것이다. 백신의 효능을 떠나 안전성 확보에 더욱 심혈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아직 백신을 개발 중인 시점에서는 ‘도덕적 해이’라는 말이 누명에 불과하지만,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은 백신을 맞고 부작용 사례가 나오기 시작한다면 이는 씻을 수 없는 낙인이 돼 기업들에게 돌아올 것이다.

제약사에게 ‘최초’라는 타이틀은 이윤 추구에 있어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하지만 달팽이가 느려도 늦지 않다는 말이 있다. 모든 존재는 저마다의 속도가 있다는 것이다. 당장 백신을 내놓는다거나 많은 수량을 확보하는 게 문제가 아닌, 백신의 안전성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여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minseonlee@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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