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임새가 줄어든 물건의 효과적인 사용

때로는 긴 글 보다 한 장의 사진이 더 많은 메시지를 담습니다. 과거 잡지기자로 일하던 시절에 그런 경험을 많이 했습니다. 포토그래퍼나 디자이너에게 어떤 느낌의 작업물을 원하는지 전달하려면 빽빽한 글을 채운 작업지시서보다 딱 한 장의 ‘시안’이나 ‘레퍼런스’가 훨씬 더 효과적이었습니다.

살면서 마주치는 여러 가지 환경 관련 이슈, 그리고 경제 관련 이슈가 있습니다. 먼 곳에 있는 뉴스 말고 우리가 아침저녁으로 마주하는 공간에서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는 것들 말입니다. 그런 풍경들을 사진으로 전하겠습니다.

성능 좋은 DSLR이 아닙니다. 그저 주머니에서 꺼내 바로 찍을 수 있는 폰카입니다. 간단하게 촬영한 사진이지만 그 이미지 이면에 담긴 환경적인 내용들, 또는 경제적인 내용을 자세히 전달하겠습니다. 그러니까, 사진으로 읽는 환경 또는 경제 뉴스입니다. 열 번째 사진은, 공중재떨이가 되어버린 도로 위의 또 다른 애물단지, 공중전화의 모습입니다 [편집자 주]

 
공중재떨이가 되어버린 서울 송파구의 한 공중전화 모습. (이한 기자 2020.09.25)/그린포스트코리아
공중재떨이가 되어버린 서울 송파구의 한 공중전화 모습. (이한 기자 2020.09.25)/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아 옛날이여~ 지난 시절 다시 올 수 없는 그대여” 공중전화가 영혼이 생겨 노래를 부를 수 있다면 아마 저 노래를 흥얼거릴 지도 모르겠다. 90년대 삐삐 세대와 그 시절 ‘군바리’들에게 절대 없어서는 안 되었던 ‘핫플레이스’ 공중전화부스가 이제는 그 쓰임새를 잃고 공중재떨이가 되어 버린 모습이다.

기자는 이 지점에서 두 가지 문제를 본다. 하나는 쓰임새가 줄어든 공중전화의 관리 문제다. 전국 곳곳에 남아있는 수많은 공중전화를 무언가 다른 용도로 활용하려는 여러 시도가 있었다. 하지만 그 시도들은 대개 신통찮게 끝났다. 하지만 그 대안을 이제는 찾아야 한다. 스마트폰 보급률이 높다고 해도 거리의 공중전화를 모두 없애는 게 안될 말이라면, 저 인프라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답을 찾아야 한다. 쓰레기통이 되어 가는 공중전화부스를 그대로 두는 건 직무유기로 보일 수 있다.

또 하나 지적하고 싶은 문제는, 아무리 쓰임새가 줄었다고 해도 공중전화부스를 공중 재떨이처럼 활용한 누군가의 부족한 시민의식이다. 먹다버린 종이컵을, 실컷 피우다 버린 담배꽁초를 수북히 쌓아둔 저 사람들은 누굴까. 대체 누구길래 한 세대의 소중한 추억이 깃든 공중전화를, 국가의 소중한 자산인 공중전화를 저렇게 막 대하는걸까. 뒷골목 외진 곳에 있어서 오가는 길에 슬쩍 버렸다고? 거짓말하지 말자, 저 공중전화는 송파구 대로변 우체국 바로 옆에 있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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