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물 쓰레기, 재활용 잘 되지만 너무 많이 버려져서 문제
버려지는 과정의 환경적 영향과, 비효율적인 유통의 사회적 문제
음식 쓰레기 손실 연간 1조 달러...환경·경제 문제 해결 열쇠는?

역사 이래로 인류는 늘 무언가를 더하기 위해 살아왔습니다. 과거보다 더 많은 자본, 나아진 기술, 늘어나는 사업영역에 이르기까지, 미지의 분야를 개척하고 예전에 없던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며 문명을 발전시켰습니다. 그 결과, 인류는 번영을 이뤘습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지구의 건강이 위협받기 시작했습니다. 인류가 무언가를 많이 사용하고 또 많이 버릴수록 지구에 꼭 필요한 자원과 요소들은 점점 줄어들기 시작했습니다. 열대우림이 줄어들거나 빙하가 녹고 그 과정에서 생태계의 한 축을 이루던 동물과 식물들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이제는 더하기가 아니라 빼기에 주목해야 합니다. 적게 사용하고 덜 버려야 합니다. 에너지나 자원을 덜 쓰고 폐기물이나 쓰레기를 적게 버리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환경적인’ 일입니다. 인류는 무엇을 줄여야 할까요. 줄여야 산다 일곱 번째 시리즈는 사람들이 하루에 세 번씩 버리는 ‘음식물 쓰레기’입니다. [편집자 주]

음식물 줄이기 포스터(서울역・용산역 지하 대형 광고판) (사진 환경부 제공)
연간 570만톤의 음식물쓰레기가 배출된다. 먹고 남기는 것도 문제고 제대로 유통되지 않는 것도 문제다. 음식물쓰레기는 비교적 처리가 잘 되지만 너무 많이 버려져서 문제다. 사진은 지난해 추석 전후 서울 지하철역에 걸렸던 음식물 줄이기 포스터. (환경부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사람은 누구나 먹고 또 버린다. 다 먹지 못하고 남겨서 버리기도 하고, 먹기 위해 구매하고 조리하는 과정에서 버려지기도 한다. 구매하기 전 유통 단계에서 미처 팔리지 못한 채 재고로 남아 처분되는 음식이나 식재료도 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2015년 기준 세계적으로 버려지는 음식물 쓰레기가 1인당 하루 214 칼로리라고 추정했다.

사람들은 음식을 얼마나 버릴까. 서울시교육청 산하 학교보건진흥원이 지난해 9월 발간한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 매뉴얼 ‘환경 그린라이트’에 따르면, 국내에서 발생하는 음식 쓰레기는 하루 1만 3465톤이다. 그런데 이건 최근 자료가 아니라 2010년 기준이다.

최근에는 어떨까. ‘전국 폐기물 발생 및 처리현황’ 통계자료에 따르면 2018년 음식물류 폐기물 분리배출로 하루 1만 4477톤의 음식물 쓰레기가 발생했다. 이는 4년 전인 2014년과 비교해 약 1200톤 가량 늘어난 숫자다. 환경부와 농림축산식품부 등에 따르면 전국에서 발생하는 음식물쓰레기는 하루 평균 1만 5680톤 안팎이다. 1년에 570만톤이 버려진다는 의미다.

◇ 음식물 쓰레기, 재활용 잘 되지만 너무 많이 버려져서 문제

1만 5680여톤을 인구수로 나눠보면 우리나라 국민 1인당 매일 음식물 쓰레기를 약 300그램 배출한다는 가정이 가능하다. 이는 프랑스(160그램), 스웨덴(86그램)등과 비교하면 상당히 많은 숫자다. 국내 전체 생활폐기물 중에서 음식물 쓰레기가 차지하는 비중도 30% 정도로 높다. 300그램은 고기 반 근이다.

사람들은 음식물 쓰레기라는 단어를 듣고 ‘먹고 남긴 것들’만 떠올린다. 하지만 소비 단계 이전에서도 상당수의 음식물이 버려진다. 게다가 버려지는 음식 뒤에는 먹거리가 절실한 사람들의 사연도 숨어 있다. 국내만 해도 전국에 28만명의 결식 우려 아동이 있고 국내 취약계층의 30%는 영양불균형에 시달린다. 먹지 못하는 사람이 수십만명인데 한편에서는 수백만톤의 음식물 쓰레기가 버려지는 아이러니다.

환경적인 부분을 먼저 짚어보자. 그나마 희망적인 부분이 있다. 음식물 쓰레기는 적잖은 양이 재사용되기 때문이다. 매년 평균 1만 3465톤이 비료·퇴비나 에너지, 사료 등으로 재활용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본지가 지난 3월 <냉장고 비우고 지구를 구하라> 특집 보도 당시 취재한 바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음식물 쓰레기의 41.6%가 사료화됐고 32%가 퇴비로, 16.8%가 기타(바이오가스 등)로 재활용됐다. 일반 가정에서도 음식물 분리배출에 대한 인식은 비교적 높아서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음식은 일반 쓰레기와 따로 분류해 처리한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 기본적으로 버려지는 음식의 양이 너무 많다는 점이다. 버려진 음식을 가지고 퇴비로 만들어도 양이 너무 많아 남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음식쓰레기 수분을 짜내고 남는 폐수 등을 처리하는 데도 적잖은 비용과 노력이 투입된다. 지난해 9월 아프리카돼지열병 방역 조치로 사육돼지에게 잔반 급여를 금지하면서 처리하지 못한 음식물쓰레기 물량이 쌓이기도 했다.

음식물쓰레기 줄이기는 곧 지출을 줄이는 것이기도 하다.(픽사베이 제공)2018.9.24/그린포스트코리아
음식을 많이 버리는 것은 환경적, 사회적인 문제와 더불어 경제적인 문제와도 연결되어 있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 버려지는 과정의 환경적 영향과, 비효율적인 유통의 윤리적 문제

버려지는 음식이 환경에 미칠 영향이 중요한 이유가 있다. 음식물 낭비로 발생하는 온실가스 규모를 하나의 국가로 본다면, 중국과 미국에 이어 세계 3번째 수준의 온실가스 배출 국가가 된다. 버려지는 음식 자체가 환경적인 골칫거리라는 의미다.

그러면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 음식은 썩는다. 자연적으로 부패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면 음식물 쓰레기는 땅에 마구 묻어도 괜찮을까? 그렇지 않다. 음식물 쓰레기 중 상당수에는 염분이나 향신료 등이 포함되어 있어 토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국물이 남아있거나 수분을 머금고 있는 경우도 많아서 더러운 물이나 이물질이 하천을 오염시킬 수도 있다. 실제로 음식물쓰레기는 지난 2005년부터 시 이상 지역에서는 직매립이 금지됐다.

음식 쓰레기를 쉽게 줄이기가 어렵다는 점도 문제다. 인류는 지구의 포식자로 머릿수도 많다. 많이 생산해 대량 유통하고 여러 곳에서 먹는다. 그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많이 남기고 또 버린다. 게다가 먹는 것은 생존 활동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적잖은 인류에게 유희를 제공하는 일이기도 해서, 먹는 문화나 식사 양을 갑자기 줄이는 것도 어렵다

하지만 줄여야 한다. 음식물 쓰레기의 70%는 가정과 소형음식점에서 나온다.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하는 비용으로만 매년 8천억원 이상 소요된다. 4인 가족이 음식물쓰레기를 통해 배출하는 연간 온실가스를 없애려면 소나무 149그루가 필요하다. 가족 모두가 음식을 매일 300그램씩 버리는 가운데, 한편에서는 그 음식이 절실한 사람들도 있다. 8억이 넘는 인구가 배고픔에 시달린다. 식탁을 둘러싼 윤리·환경 문제다.

경제적인 문제도 따져봐야 한다. 유엔세계식량계획(WFP)에 따르면 매년 전 세계에서 생산하는 식량 40억톤 중 3분의 1이 손실되거나 낭비된다. 경제적으로 연간 1조 달러. 한화 기준 1천조 원이 넘는 규모다.

음식물쓰레기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2편에서는 ‘냉장고 다운사이징’에 나선 세계 각국 사례들을 소개한다.

 

leehan@greenpost.kr

저작권자 © 그린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