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원전 폐쇄라는 미래…준비없이는 불가능해

▲ 카자흐스탄에서 러시아로 옮기고 있는 사용후 핵연료봉들 =출처 미 국가 핵안보국(NNSA)

 

[편집자주]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노후 원전에 대한 정부의 입장이 변화하고 있다. 고리1호기 전력차단 은폐 사건으로 노후 원전에 대한 안전성에 의문이 제기되자 당초 연장 가동의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풀이된다. 코앞으로 다가온 최초의 상용 원전 폐쇄는 현실적으로 얼마나 걸리는 지, 그리고 어떤 장애물들이 있는 지를 2회에 걸쳐 살펴 본다.

①원전 디커미셔닝(폐쇄), 하고 싶어도 못 한다?
②원전 폐쇄라는 미래…준비없이는 불가능해

한국 정부가 원전 폐쇄를 고민하고 있지만 사후 처리 방식에 대한 논의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사용후 핵연료를 폐기할 수 있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 건설은 요원하고, 원전을 폐기하고 난 부지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정책적 결정도 전혀 없기 때문이다.

한수원 측에 따르면 폐쇄가 거론되고 있는 고리1호기와 월성1호기 내에 보관된 사용후 핵연료는 30일 현재 각각 408, 3만8천820다발이다. 해당 원전의 최대 용량 대비 각각 72.5%, 91.5%의 포화도를 보이고 있는 2기의 원전은 순차적으로 2016년과 2018년이면 포화 상태가 될 예정이다.

폐쇄를 결정할 경우 첫 번째 단계는 사용후 핵연료봉을 외부로 반출하는 것이다. 해당 원전을 폐쇄할 경우 나오게 될 사용후 핵연료봉 3만9천228다발은 우선 다른 원전 시설의 임시저장시설로 인계된다.

이렇게 될 경우 잠정적으로 2019년께에 포화 상태가 될 사용후 핵연료 임시저장시설의 포화 시기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참고로 지난 국감에서 한국수력원자력이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이 임시저장시설의 용량은 총 51만7천549다발이며 6월까지 34만8천536다발이 보관돼 있어, 지난해 기준으로 포화도는 약 67% 정도다.

문제는 이렇게 포화 상태를 코앞에 둔 상황에서 사용후 핵연료를 폐기할 수 있는 시설이 없다는 점이다.

지식경제부는 지난해 말부터 '사용후 핵연료 정책포럼'을 발족하고 앞으로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 것인가를 논의하고 있지만 이 또한 공론화 전단계일 뿐으로 부지 선정 등의 실무적인 논의 단계로는 진전되지 않고 있다.

사용후 핵연료 정책포럼 위원장인 목진휴 국민대 교수는 "연구보고서 내용을 보면 기술적 측면에선 문제가 없다"며 그러나 "현재까지 진행된 논의에서는 분산시키기 보단 집적 시설을 만드는 게 낫다는 점까지만 협의가 된 상태다"라고 전했다.

부지 선정과 관련해선 "그 부분은 논의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결국 경주방폐장 건설이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20년 걸렸던 점을 감안하면 고준위 방사능 폐기장 건설은 요원한 상태다.

한수원 측도 속이 타들어 간다. 한수원 관계자는 사용후 핵연료 처리장 문제에 대해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다"라는 표현을 쓰며 "정부도, 환경단체도 다 인식하고는 있는데 정치적 이유 때문에 어떻게 해야 할 지 답을 못 내놓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한국에서는 '중간 저장 시설이라도 만들자'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데 최종 처분장이 결정되면 중간 저장 시설 건설이 불필요하기 때문에 비용도 줄일 수 있다"며 "전 국민들이 도와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사용후 핵연료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가 결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원전 폐기만을 논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또한 폐쇄 후 부지 활용 방식에 대해서도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수원 관계자는 "해외의 경우 '그린필드', 즉 해당 부지를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방식과 다시 신규 원전 부지로 활용하는 방식이 있다"면서 "일본의 경우 후자가 정책적으로 결정돼 있지만 한국은 아직 이 부분에 대한 논의가 돼 있지 않다"고 밝혔다.

한편 정부는 고리1호기 원전을 연장 시한인 2017년에 다시 한 번 연장해 2027년까지 운용할 예정이었으나 현재 연장 여부를 전면 재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sman321@eco-tv.co.kr

저작권자 © 그린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