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신약 후보물질 31개...국내 최다 파이프라인 보유

경기도 화성에 위치한 한미약품 팔탄공단 전경 (한미약품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경기도 화성에 위치한 한미약품 팔탄공단 전경 (한미약품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민선 기자] 한미약품은 최근 사노피와의 결별로 한차례 위기를 겪었다. 파트너사 사노피가 4조원에 육박하는 당뇨 신약 에페글레나타이드의 기술수출 계약 해지를 통보한 것이다.

이로써 한미약품이 2015년 11월 사노피에 기술수출했던 ‘퀀텀 프로젝트’가 모두 반환됐다. 사노피는 당시 지속형 GLP-1 계열 에페글레나타이드, 주 1회 제형의 지속형 인슐린, 에페글레나타이드와 인슐린을 결합한 주 1회 제형의 인슐린 콤보 등 퀀텀 프로젝트 라이선스를 39억 유로(5조1845억원)에 사들인 뒤 임상 시험에 들어갔다.

이후 2016년 수정계약을 통해 사노피는 지속형 인슐린의 권리를 반환했다. 에페글레나타이드에도 연구비 공동 부담 조건을 추가했다. 기술 수출 금액은 29억유로(3조8552억원) 규모로 줄었다.

지난해 9월 사노피의 최고경영자(CEO)가 바뀐 이후 사노피는 전체 연구개발(R&D) 계획을 암, 희귀질환, 혈액질환, 심혈관질환에 집중하기로 했고, 에페글레나타이드를 파이프라인에서 삭제했다. 그 당시에도 “글로벌 임상 3상을 완료한 뒤 상업화를 담당할 최적의 파트너를 찾을 것”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해왔지만 결국 권리를 반환했다.

업계에서는 에페글레나타이드의 임상 진행 여부와 데이터 분석 등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놔야 한다는 입장이다. 사노피 측에서도 어떤 이유로 권리를 반환했는지 분명하게 밝힌 바 없으며, 한미약품 또한 법적 소송을 언급한 만큼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이번 통보는 사노피 측의 사업계획 변경에 따른 일방적 결정”이라며 “에페글레나타이드가 상용화될 시점에는 GLP-1 계열 약물의 글로벌 시장이 100억 달러 규모로 커질 전망이어서 시장성도 충분하다”며 “에페글레나타이드와 경쟁 약물 트루리시티(성분명 둘라글루타이드)의 우월성 비교 임상 결과가 나오는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는 새로운 글로벌 파트너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약개발 녹록지만은 않아…. 뚝심경영이 ‘빛’ 발했다

연구개발에 집중하고 있는 한미약품 연구원 (한미약품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연구개발에 집중하고 있는 한미약품 연구원 (한미약품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이처럼 신약개발의 과정은 녹록지만은 않다. 후보물질 발굴부터 허가까지는 천문학적인 비용과 시간이 든다. 게다가 허가를 위한 마지막 단계인 3상 임상시험에서도 실패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미국에서도 10개 중 7개는 실패할 정도로 성공 가능성이 매우 낮다. 실제로 신약후보 물질이 신약으로 허가받을 확률은 통상 0.01~0.02% 정도로 알려져 있다. 미국바이오협회에서는 신약 후보물질이 신약으로 승인될 확률을 9.6%로 보고 있다. 신약 개발이 ‘하늘의 별 따기’라고 불리는 이유다.

그러나 한미약품은 신약 개발에 대한 의지를 꺾고 있지 않다. 여기에는 한국 토종 제약기업 자존심을 지키겠다는 임성기 한미약품 회장의 뚝심경영이 뒷받침했다.

한미약품은 의약품 생산과 판매에 그치던 한국 제약산업의 위상을 한 단계 끌어올린 제약사다. 임성기 회장은 한미약품을 설립했을 당시 특허가 만료된 오리지널 의약품을 복제한 일명 ‘제네릭’을 판매해 회사 성장의 초석을 쌓았다.

이후 국내 제약업계 최초로 개량신약인 ‘아모디핀’, ‘아모잘탄’ 등을 선보였다. 이처럼 임 회장의 신약 개발 의지는 곧 한미약품의 꾸준한 성장으로 이어졌고, 한미약품은 신약개발 제약회사로 성장해 나가는 목표를 갖고 있다. 

지난 2018년 한미약품은 창립 50주년 신년 메시지를 통해 ‘2023년까지 세상이 깜짝 놀랄만한 일들을 해낼 것’이라며 신약 개발 의지를 재천명했다. 한미약품은 매출에서 얻은 이익을 연구개발에 재투자해 신약개발로 연결하는 선순환 구조를 바탕으로 두고 있다.

 

블록버스터 의약품 ‘19개’ 모두 자체 개발

한미약품이 자체개발한
한미약품이 자체 개발한 연매출 100억원 이상 제품 (그래픽: 최진모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한미약품은 매출액 100억원이 넘는 ‘블록버스터급’ 의약품만 19개다. 19개 모두 한미약품이 자체 개발한 순수 국산 의약품이다.

해당 의약품은 매출 780억원을 기록한 아모잘탄과 207억원을 기록한 아모잘탄 플러스를 비롯해 로수젯, 에소메졸, 팔팔, 아모디핀, 카니틸 등이다. 한미약품은 이 19개 제품으로 총 4902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이 의약품들은 지난 3년간 매출 증가율이 평균 18.6%로 나타났다. 원외 처방 상위 제약사의 블록버스터 제품 매출 증가율 3년 평균인 9.1%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발기부전치료제 시장에서는 오리지널약을 제치고 확고한 1위를 유지하며 성장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비급여 제품인 팔팔과 구구는 각각 383억원과 138억원을 올렸다. 

비뇨기계 치료제인 한미탐스와 안과 및 기타치료제인 히알루미니와 라본디는 각각 139억, 122억, 105억으로 첫 블록버스터 약물에 진입했다. 

한미약품은 원외 처방 전체 시장에서도 2년 연속 1위를 달성했다. 올해 처방액은 6149억원으로 2018년 처방액인 5515억 대비 11.5% 성장하며 국내 제약사는 물론 다국적 제약기업의 처방 매출액을 앞섰다.

한미약품은 “이번 성과는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국내 최초로 개량신약 및 복합신약을 선보이는 등 한국 의약품 제제기술 트렌드를 주도했다”며 “임상 현장의 니즈에 부합하는 근거 중심 마케팅으로 의료진의 신뢰를 얻은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러차례 위기에도 불구...신약 개발 의지에 박수를

한미약품의 첫 바이오신약 롤론티스
한미약품의 첫 바이오신약 롤론티스

한미약품은 자체개발 제품을 통해 얻은 이익을 글로벌 혁신 신약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에 투자하며 신약 개발 의지롤 다지고 있다. 한미약품은 작년 매출 1조1136억 원을 달성했고, R&D에는 매출 대비 18.8%인 2098억 원을 투자했다. 이처럼 한미약품이 최근 10년간 R&D 투자 금액은 1조 원이 넘는다. 

한미약품은 해외 제약사와의 파트너십 외에도 독자 플랫폼 기술을 바탕으로 새로운 신약후보물질 개발을 위한 연구를 끊임없이 진행하고 있다. 그 결과 혁신 신약 후보물질은 총 31개로 국내 최다 파이프라인을 보유 중이다. 후보 물질의 절반 이상은 사노피, 제넨텍, 테바, 스펙트럼, 아테넥스 등 글로벌 제약사와 라이선스 계약을 통해 빠른 상용화가 추진되고 있다.

이 중 가장 빠른 성과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약물은 ‘롤론티스’다. 한미약품은 8일 장기 지속형 호중구감소증 치료 바이오신약 롤론티스의 국내 허가 신청서를 식약처에 제출했다. 예정된 절차대로 순조롭게 심사될 경우 롤론티스는 내년 상반기 국내 출시된다.

이미 미국에서는 FDA 시판허가 절차가 진행 중이며, 올해 하반기 출시될 예정이다. 롤론티스는 한미약품이 개발해 2012년 미국 제약기업 스펙트럼에 라이선스 아웃한 바이오신약이다. 약효와 투약 주기를 획기적으로 늘려주는 한미약품 독자 플랫폼 기술 ‘랩스커버리’가 적용됐다. 

경구용 혁신 항암신약 ‘오락솔’도 해외 진출 성과물이다. 유방암 치료제인 오락솔은 주사용 항암제를 경구용으로 전환하는 플랫폼 기술인 ‘오라스커버리’가 적용됐다. 지난해 미국 FDA로부터 혈관육종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된 데 이어 유럽에서도 연조직육종 치료를 위한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됐다.

비만치료제로 개발해 온 ‘듀얼 아고니스트’는 약물 재창출을 통한 새로운 적응증 치료제로 개발하고 있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염 치료제로 개발 중인 Glucagon/GIP/GLP-1 삼중작용제 ‘트리플 아고니스트’는 경구 치료제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기전으로 주목받고 있다. 

한미약품 권세창 사장은 “롤론티스와 오락솔을 비롯한 항암, 대사성질환, 희귀난치성질환, 면역질환 분야의 30여개 신약후보 물질의 빠른 상용화와 신약 가치 제고를 위한 동시다발적 글로벌 임상 연구들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며 “R&D 지속 투자 및 파트너사와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질병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의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minseonlee@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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