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영향, 생존을 위해 삶의 많은 부분을 포기하는 어린이들
기후변화에 따른 질병 발생률 증가…어린이 안전과 생명 위협

기후변화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사람들은 어린이들이다. 기후변화로 매년 1억7500만명의 아이들이 피해를 본다. (그린포스트코리아DB)/그린포스트코리아
기후변화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사람들은 어린이들이다. 기후변화로 매년 1억7500만명의 아이들이 피해를 본다. (그린포스트코리아DB)/그린포스트코리아

5월5일은 말 그대로 어린이를 위한 날이다. 수많은 어린이는 부모에게 각양각색의 선물을 받으며 놀이공원에서 행복한 하루를 만끽하곤 한다. 하지만 국내 상황과 달리 전 세계 수많은 어린이는 기후변화에 직면해 살아가고 있다. 그들에게 기후변화에 따른 영향은 곧 생존을 위한 문제다. 이로 인해 직·간접적으로 삶의 많은 부분을 빼앗기고 위험에 노출돼 있다. 어린이날을 맞아 전 세계 기후변화가 어린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영화 <워터월드>의 주인공 ‘아놀라’를 통해 살펴본다. <편집자 주>

[그린포스트코리아 김동수 기자] 미국 영화 중 기후변화에 따른 인류의 절망과 희망을 표현한 작품이 여럿 있다. 1995년 개봉한 영화 <워터월드> 역시 그중 하나다.

영화의 오프닝은 지구온난화로 인해 남극과 북극의 빙하가 녹아내리면서 지구가 바다에 잠기는 것으로 시작한다. 어찌 보면 당시 기후변화에 따른 극단적인 연출이라고 콧방귀를 끼거나 허무맹랑한 SF의 스토리 전개로 치부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25년이 지난 현재, 이 상황을 본 사람 중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생각하는 이는 드물 것이다. 실제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로 해수면이 상승하는 문제는 현재 우리가 당면한 현실이기 때문이다.

어찌 됐든 결국 바다 위에 생존한 인간들은 이런 상황에 적응하게 된다. 이 중 평범하지 않은, 돌연변이 인간이 한 명 있다. 아가미와 물갈퀴 등 수생 환경에 적응해 진화한 주인공 마리너(케빈 코스트너)다.

이 영화의 내용은 이렇다. 마리너는 지구 최후의 육지 '드라이 랜드'의 지도를 등에 새기고 있는 수수께끼의 소녀인 아놀라(티나 마조리노)를 만나 드라이 랜드를 찾아간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들은 결국 드라이 랜드를 찾아낸다.

하지만 지구 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 속에서 드라이 랜드를 찾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아놀라가 살아남을 가능성은 과연 얼마나 될까. 극적인 전개를 위해 아놀라가 결국 최후의 육지를 밟는다는 내용의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달하지만 기후변화는 결코 어린이들에게 낭만적이지 않은 게 현실이다.

그 이유는 기후 변화가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어린이들에게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후변화가 국내 상황에서는 자칫 먼 나라 이야기처럼 들릴 수 있다. 국내의 경우 미세먼지와 같은 대기질이나 과거보다 다소 증가한 기온 상승 등이 우리가 체감할 수 있는 전부라는 점이 그 이유다. 

하지만 분명한 점은 국내 어린이들과 동일한 하루 24시간을 보내는 전 세계 수십만명의 어린이들은 기후변화로 혹독한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이다. 누구는 식수 부족으로 수십킬로미터 떨어진 곳으로 물을 길어 가고, 누구는 기후난민으로 이곳저곳을 떠도는 처지에 내몰려 있다. 

기후변화로 지난 10년 동안 매년 2000만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집을 잃고 있다. 이는 화산폭발이나 지진과 같은 자연재해로 발생한 이재민 수의 7배, 내전 등 정치적 갈등으로 인한 이재민 수의 3배에 달한다.

이러한 기후변화로 수십만명의 어린이들이 목숨을 잃는다.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내전과 종교 분쟁 등의 문제가 아니다. 바로 이들의 목숨을 앗아가고 터전을 빼앗는 원인은 ‘기후 변화’다.

보다 구체적으로 보면 전 세계를 휘몰아치고 있는 심각한 기후변화로 매년 1억7500만명의 아이들이 피해를 본다. 기후변화로 인해 발생하는 자연재해, 즉 잦은 홍수와 태풍, 가뭄 등은 전 세계 6650만여명의 어린이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이중 매년 60만명의 어린이들이 목숨을 잃는다.

다시 워터월드의 아놀라를 생각해보자. 기껏해야 9세 정도로 보이는 아놀라는 기후변화의 가장 큰 피해자 중 한 명이다. 현실 세계 속에선 기후변화로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가장 취약한 연령대가 아놀라와 같은 어린이기 때문이다.

우선 그녀는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로 생존에 직면해 있는 어른들은 아놀라 같은 어린이들을 보살필 여력이 없다. 실제 영화 속에서 아놀라를 비롯한 산호섬에 사는 어린이들도 적절한 교육을 받고 있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그저 부족한 자원과 외부 침임으로부터 생존을 위해 하루하루 살아간다. 그리고 이런 상황은 현재 우리가 사는 세계에서도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고 있다.

유니세프가 2017년 7월 발행한 ‘유니세프 뉴스 103호’에 따르면 파키스탄에 거주 중인 10세의 한 소녀는 오전 6시30분에 일어난다. 그리고 식수를 해결하기 위해 새벽부터 집을 나선다. 6시45분 물을 길어 나르기 위해 이 소녀는 인근 하천으로 기나긴 여정을 시작한다. 약 4시간이 소요되는 하천에 도착하면 소녀는 물을 긷고 다시 자신이 왔던 길을 따라 집으로 되돌아간다. 집에 도착하면 오후 2시45분이다.

국내 어린이의 경우 학교에서 친구들과 공부할 시간인 하루 8시간, 이 소녀는 자신의 24시간 중 1/3을 식수 해결에 쏟을 수밖에 없다. 이들에겐 제대로 된 교육이나 보살핌, 그리고 인권이 없다. 오히려 생존을 위해선 이런 생활이 당연하다고 여긴다. 기후변화가 낳은 결과는 공정한 기회를 차단하고 불평등을 가속화 한다. 그 결과 기후변화의 간접적인 영향은 어린이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 놨다. 어쩌면 현실 세계의 아놀라는 전 세계에 수십, 수백만명이 존재하는 셈이다.

영화 '워터월드'에서는 기후변화로 사진 속 빙하가 녹아 전 지구가 바다에 잠겼다. 하지만 기후변화로 기온이 상승할 경우 현실에선 어린이들의 질병 노출이 증가한다. (그린포스트코리아DB)/그린포스트코리아
영화 '워터월드'에서는 기후변화로 사진 속 빙하가 녹아 전 지구가 바다에 잠겼다. 하지만 기후변화로 기온이 상승할 경우 현실에선 어린이들의 질병 노출이 증가한다. (그린포스트코리아DB)/그린포스트코리아

어른들의 보살핌 속에서 제대로 된 교육을 받는다고 해도 상황은 녹록지 않다. 영화 속 아놀라는 결국 건강하게 드라이 랜드, 즉 육지에 도착하지만 실제 기후변화에 따라 현실 속 어린이들에게 이런 해피엔딩은 없다. 항상 질병에 노출돼 있기 때문이다.

영화 워터월드처럼 전 지구가 바다가 된 상황으로 조금 다를 수 있다. 하지만 극 중 전 지구를 삼켜버린 해수면 상승, 즉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온 상승과 같은 현실 세계의 기후변화는 어린이들에게 치명적이란 점은 분명하다.

기후학자들은 앞으로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100년 동안 평균 기온이 6도 이상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추세라면 기온이 1도 오를 때마다 사망률은 3% 상승한다. 말라리아 발병위험은 무려 20%까지 증가한다.

특히, 아놀라보다 어린아이들에게 기후변화로 인한 질병은 치명적이다. 기후변화로 인한 질병은 주로 5세 미만의 어린이들에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기후변화로 인한 질병의 88%가 이들에게 나타나고 기온이 오를수록 모기 개체 수가 증가해 말라리아와 뎅기열, 지카바이러스와 같은 질병 발병률이 급속히 증가한다. 이와 함께 기후변화로 인한 홍수로 하수도 시설이 훼손되면 콜레라와 설사병과 같은 수인성 질병을 확산시키기도 한다.

2018년 CNN 보도에 따르면 캐나다 메모리얼대학 소아과장 케빈 찬 박사 등은 의학저널 ‘소아과학(Pediatrics)’에 게재된 논문에서 기후변화가 어린이 건강에 미치는 위험은 미래가 아닌 현재 문제라며 적극적인 연구와 대책 마련을 촉구한 바 있다.

특히, 찬 박사는 어린이를 기후변화의 피해자로 만드는 대표적 질환 중 하나인 지카바이러스를 지목했다. 임신 중 감염되면 신생아의 두부와 뇌가 정상보다 작아 두뇌 발달을 저해하는 ‘소두증’을 유발한다.

찬 박사는 2015년 설사와 말라리아, 영양결핍 등으로 인한 5세 미만 아동 사망이 각각 전체 사망의 38%와 65%, 48%를 차지했다는 다른 연구보고서 결과를 인용하면서 이 질환들이 기후변화 탓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아놀라가 5세 미만이 아니라고 해도 질병에 있어 안심할 수는 없다. 아놀라와 같은 9세 정도의 어린이들도 기후변화에 따른 질병에선 예외가 아니기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15세 미만 설사 질환 사망자는 기후변화가 없을 때와 비교해 2030년까지 4만8000여명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으며 영양결핍으로 인한 아동 사망자는 약 9만5000명이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찬 박사와 함께 논문 공동저자로 참여한 에모리의과대학원 소아과 교수인 레베카 필립스본 박사는 아동이 심한 무더위와 가뭄, 대기오염 등에 취약하다는 다른 연구논문 결과도 인용해 아동이 지구 온난화의 최대 피해자라는 점을 부각했다.

찬 박사는 "많은 연구가 성인을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어린이에게 미치는 영향은 고려되지 않는 듯하다"면서 "이 분야에 대한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한 것으로 생각하며 어린이를 기후변화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결국, 현실 세계 속의 아이들은 아놀라처럼 해피엔딩으로 마침표를 찍을 수 없다. 절망 속에서 희망을 발견한 영화와는 달리 기후변화를 마주하는 전 세계 수많은 아놀라 즉, 어린이들의 현실은 기아와 질병 위험에 항시 노출돼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는 지금껏 기후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았던 우리의 미래의 모습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kds0327@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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